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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미국을 위한 대진 변경, 형평성 없는 대진...점점 떨어지는 대회 권위.
먼저 미국을 위한 잔치가 되고 있는 게 불편하다. WBC는 미국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야구 흥행을 위해 만든 대회다. 기본적으로 미국이 선전해야 대회를 개최한 효과가 올라간다.
그런데 너무 대놓고 대회 품격을 떨어뜨렸다. 중계방송 일정을 핑계로, 준결승 일정과 상대를 바꿨다. 당초 원래 대회 룰대로라면 미국은 4강에서 일본과 만나야 했다. 하지만 막강한 전력의 일본을 만나 4강에서 탈락하는 시나리오가 걱정됐는지, 갑작스럽게 미국 대진을 바꿔 쿠바를 만나게 했다. 결승까지는 무조건 오르고 보겠다는 계획이 너무 뻔하게 보였다. 그 어떤 권위있는 대회가 대회 도중 정해졌던 룰을 바꾼단 말인가. 이걸로 이번 WBC 대회의 권위는 모두 실추됐다.
일본 정도를 제외하면 A, B조 어떤 팀이 4강에 와도 수준 차이가 난다. 쿠바는 호주를 꺾고 4강에 올랐다. 반대쪽 8강에 비하면 아마추어 수준 매치였다. 그러니 더 재밌어야 할 4강보다 8강전과 C, D조 조별리그 경기들이 더 흥미진진했다. 도미니카공화국과 푸에르트리고의 조별리그 단두대 매치, 멕시코와 푸에르토리코의 8강전, 미국과 베네수엘라의 8강전은 결승전을 방불케하는 초접전으로 팬들을 흥분시켰다.
진정한 야구 월드컵이 되려면 지금의 방식보다, 모든 팀이 한 지역에 모여 조별리그 경기를 치르는 게 훨씬 나아 보인다. 랭킹이나 전력으로 시드를 주고, 나머지 팀들을 고르게 분배해야 공정한 경쟁이 될 수 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