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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지난 겨울, FA 시장은 뜨거웠다. 11월 한달 간, 대부분의 굵직한 딜이 빠르게 이뤄졌다.
10개 구단 중 가장 많은 7명의 FA 신청자가 몰렸던 NC 다이노스. 상황이 복잡하게 흘렀다.
양의지가 친정 두산으로 이적하면서 예기치 못한 국면이 전개됐다. 노진혁 원종현도 팀을 떠났다.
남은 FA 신청자는 3명. 이재학 권희동 이명기였다.
그나마 이재학은 해가 바뀌기 전인 12월16일 2+1년 최대 9억원에 잔류했다.
그는 "창단 때부터 함께한 NC 다이노스에서 계속해서 뛸 수 있어서 너무 기분이 좋다. 다시 새롭게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과거 좋았던 때보다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잘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미국 애리조나 캠프 명단에 포함되지 못했지만 베테랑은 자신의 약속을 지켰다. 국내에 남아 충실히 훈련했고, 시즌 첫 경기에서 제대로 보여줬다.
21일 창원 삼성전에 선발 등판한 이재학은 6이닝 노히트노런 완벽투로 건재를 알렸다. 20타자를 상대로 출루는 볼넷 두차례 뿐. 최고 146㎞ 직구에 힘이 넘쳤다. 패스트볼 스피드가 회복되자 주무기 체인지업의 위력이 배가됐다. 춤추는 변화구에 삼성 타선이 속수무책이었다.
구창모 와이드너 송명기 등 무려 3명의 주축 선발투수가 빠져 있는 어려운 상황. 창단 에이스의 단비 같은 등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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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계약 직후 "야구를 계속할 수 있어서 기쁘다. 야구를 그만두게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마음고생이 많았던 건 사실이다. 야구를 시작하고 가장 많은 생각을 했고, 야구에 대한 간절함을 크게 느꼈다. 힘들었지만 나에게 소중한 시간이었다. 기회를 주신 NC에 감사하고 잘 준비해서 좋은 모습으로 찾아뵙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겨울을 나 홀로 훈련으로 보낸 베테랑. 절치부심 심정으로 2군에서 복귀를 준비했다.
개막 후 한달여 만인 지난 4일 콜업된 권희동은 올라오자마자 6경기에서 11안타를 쏟아내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이후 5경기에서 잠시 숨고르기를 하고 있지만 여전히 타율은 3할5푼1리에 달한다. 주축 타자들이 왼손이 많은 팀 타선 구성상 한방을 칠 수 있는 오른손 중장거리 타자 권희동의 가치가 크다. 비슷한 역할을 해줄 수 있는 박석민이 부상으로 이탈해 있는 상황이라 더욱 귀한 존재다.
힘겨웠던 겨울을 보냈던 두 선수. 2013년 팀의 첫 1군 데뷔부터 다이노스 역사를 함께 써온 베테랑 듀오가 10여년 만에 새로운 국면 속에 새 역사를 쓰기 시작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