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내가 할 수 있는 건 18.44m에서 공던지는 것 뿐..." 롱릴리프→대체선발→3선발 확정. 국내 에이스 칭호 받은 베테랑의 부활 비결은. 구속도, 보직도, 결과도 버렸다[SC 인터뷰]

권인하 기자

기사입력 2023-05-24 23:09 | 최종수정 2023-05-25 10:40


"내가 할 수 있는 건 18.44m에서 공던지는 것 뿐..." 롱릴리프→…
23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KBO리그 SSG와 LG의 경기가 열렸다. 6회 2사 1, 3루에서 SSG 에레디아를 삼진으로 처리하며 포효하는 임찬규. 동료들의 수비에도 미소를 짓고 있는 임찬규. 인천=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

[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LG 트윈스 임찬규가 3선발로 올라섰다. LG 염경엽 감독이 그를 3선발로 확정했다. 누가 봐도 현재 LG 국내 투수중 최고이기 때문이다.

올시즌 롱릴리프로 출발한 임찬규는 부상으로 빠진 이민호의 대체 선발로 나서 꾸준히 안정적인 피칭을 했다. 급기야 23일 공동 1위로 만난 SSG 랜더스와의 원정경기서 6이닝 동안 3안타 1실점의 엄청난 피칭을 보였다. 올시즌 선발로 6경기에 등판했는데 4승 무패에 평균자책점은 1.47에 불과했다. 외국인을 포함한 LG 선발 중 가장 잘던지고 있다.

지난 2년간 부진했다. 2021년엔 단 1승만 거뒀고, 지난해엔 6승11패에 평균자책점이 5.04였다. 솔직히 6이닝은 바라지도 않고 5회까지만 버텨주길 바라는 투수였다. 그래서 올시즌은 선발 자리도 후배들에게 뺏겼다.

그랬던 그가 어떻게 다시 국내 에이스의 칭호를 듣게 됐을까.


"내가 할 수 있는 건 18.44m에서 공던지는 것 뿐..." 롱릴리프→…
23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KBO리그 SSG와 LG의 경기가 열렸다. 6회 SSG 추신수의 내야뜬볼 타구를 LG 문보경이 잡아냈다. 수비 도중 동료들을 향해 웃고 있는 임찬규. 인천=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3.05.23/
먼저 그는 자신이 잘하는 것을 찾았다. 그러기 위해 구속을 버렸다. 임찬규는 구속이 빠르지 않지만 피치 터널로 직구와 변화구의 구분이 쉽지 않게 하면서 제구력으로 승부를 했었다. 그런데 2021년에 구속이 빨라지면서 임찬규의 피칭도 빠른 직구 위주로 달라졌다. 하지만 이것이 자신의 장점을 없애버렸고, 부진으로 이어졌다.

올시즌 신임 염경엽 감독과 면담을 하며 예전으로 돌아왔다. 임찬규는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부터 "나만의 컬러를 확실하게 가져가려고 한다"라고 했었다. 임찬규는 "나는 원래 가위바위보를 잘하는 투수였는데 지난 2년 동안 구속이 올라오면서 시원시원하게 정면승부를 하는 정통파에 가까워졌다. 작년엔 몸도 늦게 올라왔는데 나의 투구 컬러에 대한 혼동이 왔다"면서 "올해는 구속에 상관없이 터널링과 수싸움으로 승부를 할 것이다. 변화구를 던지면서 타자로 하여금 헷갈리게 하겠다. 구속이 올라왔을 때 신나게 던지기도 했지만 그게 더 재밌다"라고 했다.

그리고 올시즌 자신의 컬러를 확실하게 잡았다. 염 감독과 상의를 하며 피치 디자인도 바꿔 몸쪽 체인지업 비율을 높이면서 안정적인 피칭을 하게 됐다. 구속에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23일 경기에선 최고 147㎞를 찍었다. 구속이 빨라졌지만 그는 자신의 스타일 그대로 공을 던졌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18.44m에서 공던지는 것 뿐..." 롱릴리프→…
2023 KBO리그 LG트윈스와 kt위즈의 경기가 17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LG 임찬규가 KT의 5회초 공격을 삼자범퇴로 봉쇄한 후 환호하고 있다. 잠실=최문영 기자deer@sportschosun.com /2023.05.17/
보직에 대한 생각도 버렸다. 임찬규는 스프링캠프에서 5선발 후보로 경쟁을 할 때부터 선발에 집착하지 않았다. 팀내 베테랑으로서 선발로 꾸준히 던졌던 임찬규지만 자존심보다는 공을 더 잘던지는 것에마 집중했다. 임찬규는 23일 경기 후에도 "당장 불펜으로 가라면 불펜으로 갈 수 있다. 불펜에서 또 3이닝씩 던지면서 보여주면 된다"면서 "(이)민호나 어린 좋은 투수가 나오면 내가 또 중간에서 힘이 돼주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팀이 필요한 자리를 내가 메우는 게 내 가치도 높이고 팀도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 같다"라며 보직에 구애받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보직에 대한 미련이 사라지자 피칭 결과에 대한 걱정도 지웠다. 임찬규는 "중간으로 가면 가는대로, 선발로 가면 가는 대로, 위기면 위기 대로, 그냥 내 공을 던지자고 생각했다"면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18.44m의 거리에서 공을 던지는 뿐이지 않나. 내가 수비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스트라이크를 판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공을 던지는 것에만 집중을 했는데 지금까지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제 다시 그는 국내 에이스가 됐다. 상대의 국내 에이스나 외국인 투수를 상대해야 하는 자리다. 대체선발, 5선발과는 무게감이 다르다. 이 자리에서도 지금까지 던졌던 것처럼 피칭을 이어나간다면 진짜 에이스가 될 수 있을 듯하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내가 할 수 있는 건 18.44m에서 공던지는 것 뿐..." 롱릴리프→…
1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 LG 트윈스 경기. 임찬규가 투구하고 있다. 잠실=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3.5.11/

"내가 할 수 있는 건 18.44m에서 공던지는 것 뿐..." 롱릴리프→…
2023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28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4회초 LG 임찬규가 KIA 소크라테스의 땅볼타구를 잡으려다 넘어진 후 포수 박동원을 보며 미소짓고 있다. 잠실=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3.04.28/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