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7일 키움 히어로즈전에 첫 선발등판한 한승혁. 3이닝 1실점으로 경기를 마쳤다. 사진제공=한화 이글스
17일 대전야구장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전. 시즌 첫 선발등판한 한화 이글스 우완 한승혁(30)은 1회초 인상적인 투구를 했다. 히어로즈 1~3번 세 타자를 13개 공으로 셧아웃시켰다. 선두타자 김준완을 유격수 뜬공, 2번 김혜성을 중견수 뜬공, 3번 이정후를 2루수 땅볼로 잡았다.
한승혁은 "투구수가 어느 정도 정해져있었지만, 최대한 오래 던지고 싶었다. 다음 등판 때 더 길게 던질 수 있게 준비하겠다"고 했다.
이날 3회까지 3안타 1볼넷 1실점을 기록하고 패전투수가 됐다. 3회초 임지열 김준완에게 연속 안타를 맞고 무사 1,2루 위기를 맞았다. 맥없이 무너지지 않았다. 히어로즈 주력타자 김혜성, 이정후를 내야 땅볼로 유도했다. 이 과정에서 1실점했다.
이정후를 상대로 1회초 시속 140km 포크볼, 3회초 시속 151km 직구를 던져 두 타석 연속 2루수 땅볼로 잡았다.
"사실 조금 어색하기는 했다. 선발투수에겐 경기 초반이 가장 중요하다. 집중해서 던지려고 했는데, 1회에 운이 따랐다."
지난 해 가을 KIA 타이거즈에서 이적. 불펜에서 시즌을 맞았다. 한화 코칭스태프는 구원투수로 자신감을 쌓고 다음 스텝을 모색하기로 했다. 지난 해 선발, 구원으로 활약해 두 가지 역할
최근 대전야구장 1루쪽 더그아웃에서 만난 한승혁은 "2군에 내려가기 전에 마음이 조급했다. 마운드에서 쫓기는 기분이 들었다"고 했다. 대전=민창기 기자
이 모두 어색하지 않다.
지난 4월, 불펜투수 한승혁은 불안했다. 좋을 때와 안 좋을 때 편차가 컸다. 개막 한달을 못 채우고 퓨처스(2군)로 내려갔다.
"2군으로 내려가기 전에 마음이 조급했던 것 같다. 마운드에서 쫓기는 기분이 들었다. 2군에 갔다 온 뒤 마음이 약간 편해졌다."
퓨처스리그 11경기에 등판해 2세이브2홀드, 평균자책점 0.64. 14이닝 동안 내준 볼넷이 3개뿐이다. 삼진 16개를 잡았다. 1이닝씩 던지다가 1군 콜업 직전인 5월 31일 두산 베어스전 땐 3이닝 무실점 호투를 했다.
선발로 시작한 장민재 김민우가 전력에서 이탈해 선발 후보군이었던 한승혁 한승주에게 기회가 돌아갔다.
일단 선발 첫 경기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보장된 건 없다. 프로선수에게 가장 중요한 건 꾸준한 활약이다. 남지민 등 다른 선발자원이 대기하고 있다. 경쟁력을 보여주지 못하면 자리를 지키기 어렵다.
한승혁은 6월 6일 잠실 두산전에서 2이닝 무실점 호투를 했다. 한달여만의 1군 복귀전이었다. 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
한승혁은 냉철하게 현실을 바라봤다. "불펜에서 잘 했다면 계속 불펜에서 던지고 있었을텐데, 기대했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 선발로 나서게 됐다"고 했다. 이어 "감독님을 비롯해 코칭스태프에서 보직을 두고 고민을 하셨을텐데 팀이 가는 방향에 맞춰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