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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심판은 경기 운영에 실패했고, 38세 노장은 사령탑의 믿음을 배신했다.
서튼 감독은 퇴장을 각오한 항의였다. 애초에 그는 투수 교체를 하려던 김현욱 투수코치 대신 그라운드로 나섰다. 주심의 공을 다음 투수에게 던져준 뒤 내려가기에 앞서 주심에게 항의를 펼쳤다. 주심의 '1차 경고'에도 굴하지 않고 항의를 이어갔다. 경기의 흐름을 끊기 위해서였든, 아쉬운 볼 판정에 대한 항의였든, 서튼 감독은 시즌 첫 퇴장을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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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회초에는 한술 더 떴다. 선행주자 이지영의 진루를 위한 절묘한 번트에 이어 빠른발로 1루에 전력질주했다. 이 과정에서 최근 거듭 이슈가 된 '3피트 라인'을 완벽하게 지킨 질주도 돋보였다. 이용규는 1루를 밟는 마지막 순간을 제외하곤 줄곧 라인 바깥쪽으로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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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회초에는 다시 선두타자로 등장, 또 안타로 출루했다. 3번 모두 출루에 성공한 것. 이어진 무사 만루에서 김혜성의 희생플라이 때 2번째 득점이자 4-4 동점을 만들어냈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정후만한 장타력이나 클러치는 아니더라도, '교타자의 대명사' 이용규다운 노하우와 노련미가 빛나는 경기였다.
하지만 욱하는 성격이 또 자신의 가치를 망쳐버렸다. 폭우와 그라운드 정비로 인한 84분의 경기 중단 후 재개된 6회초 1사 1,2루 상황. 이용규는 볼카운트 2-1에서 바깥쪽 포크볼에 대한 자신의 스윙 판정에 발끈했다. 예상 이상으로 격렬한 항의였다. 홍원기 키움 감독과 김창현 수석코치, 이원석 등 코치 심판 베테랑 선수들이 총동원됐지만, 이리 밀치고 저리 당기며 아랑곳하지 않았다. 말 그대로 순간의 분노에 자신의 몸을 맡긴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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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끝이 아니었다. 결국 중견수 플라이로 아웃된 이용규는 더그아웃으로 돌아가기에 앞서 '한마디'를 참지 못했다. 주심은 즉각 퇴장을 명령했고, 이용규는 또다시 한차례 날뛰며 경기를 지연시킨 뒤에야 라커룸으로 물러났다. 더그아웃으로 돌아서는 홍 감독의 뒷모습이 자못 씁쓸했다.
부산=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