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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투수와 타자는 상대성이 있다.
"그 때가 그 형(김대우)한테 친 유일하게 잘 맞았던 타구였습니다."
'천적'과 외나무 다리에서 만났다.
초구는 슬라이더 볼. 2구는 투심 스트라이크였다. 박동원의 머리가 분주하게 움직였다.
"아 솔직히 처음에는 볼넷을 나가고 싶다는 생각을 먼저 했어요. 대우 형한테 안타를 친 적이 없어서 초구 볼을 던지길래 이거 볼넷 한번 나가게 치지 말아볼까 그런 생각도 했었거든요. 전 타자를 볼넷으로 내보냈기 때문에요. 그런데 2구째 스트라이크가 되는 순간 갑자기 생각이 좀 바뀌었어요. 1타점(동점타)이 아니고 2타점(역전타)이 더 중요한 거란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좀 적극적으로 쳐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런 생각 때문에 좋은 결과가 나왔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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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카운트 2B2S. 5구째 126㎞ 가운데로 몰린 커브를 놓치지 않았다. 오른발을 빼면서 기술적으로 당겨 왼쪽 펜스를 훌쩍 넘겼다. 타구속도 160㎞의 비거리 120m 만루 홈런.
단숨에 5-2 리드를 안기는 시즌 18호 홈런이자, 개인 통산 6번째 그랜드슬램. LG 이적 후 첫 만루홈런이 중요한 순간 터진 역전 그랜드슬램이었다.
"다리를 왜 뺐는지 기억도 안 나요. 운이 좋았어요. 가운데 오는 바람에 또 좋은 타구가 나왔죠."
LG 염경엽 감독이 "연승 후 연패가 되면 안되는 가장 중요한 경기 중 하나였는데 선수들이 이기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주며 의미 있는 승리를 만들어낸 것 같다"고 말할 만큼 너무나도 중요했던 경기. 홈런 치는 포수 박동원의 가치가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이날 경기 전까지 통산 맞대결에서 11타수무안타로 단 1안타도 없던 김대우 상대 첫 안타가 만루 홈런이었다. 2회 동점 타점까지 3타수2안타로 5타점 경기를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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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디션이 조금씩 좋아지고 있는 거 같아요. 그 전에는 계속 내야를 못 넘길 것 같다는 생각도 많이 했었거든요. 공이 안 나가더라고요. 근데 지금은 좀 달라진 것 같아요. 그때는 계속 포인트가 앞에서 잘 맞았었는데 어느 순간 포인트가 앞에서 안 맞더라고요. 그래서 장타가 많이 안 나왔던 것 같아요. 연습을 계속 꾸준히 잘 준비하다 보니까 좋은 결과가 나오더라고요."
천적을 극복하고 팀에 소중한 승리를 안긴 천금 같은 한방. 키움 시절인 2021년 커리어하이인 22홈런에 4홈런 차로 바짝 다가섰지만 박동원은 "오직 생애 첫 우승포수만 생각한다"고 말한다.
"커리어하이 홈런이야 좋지만 일단은 우승 먼저 해보고 싶어요. 제가 홈런 커리어하이 한다고 홈런왕을 할 수는 없는 거잖아요. 지금 노시환 선수가 워낙 잘 치고 있어서 홈런왕은 솔직히 말도 안 되는 거니까요. 우승하면 골든글러브든 뭐든 하나 따라올 수도 있겠죠. 우승이 첫번째인 것 같아요."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