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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3이닝요? 5이닝을 던져야 승리 투수 요건이 채워지잖아요."
하지만 김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황동하는 퓨처스(2군)팀에서 그동안 꾸준히 선발 등판하면서 준비를 해왔다"며 "상황에 따라 (이닝-투구 수는) 조절하겠지만, 특별히 제한을 두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체 선발' 타이틀에 연연하지 않고 다른 선발 투수들과 마찬가지로 '5이닝 최소 실점'이라는 기대감을 갖는 모습이었다. 고졸 2년차로 여전히 1군 경험이 많지 않은 어린 투수에게 긴장감 대신 자신감을 심어주겠다는 뜻도 숨어 있었다.
황동하는 1회말 2사후 구자욱에 첫 안타를 내줬다. 시프트 수비에 나선 유격수 박찬호의 실책성 플레이로 구자욱이 2루까지 진루한 상황에서도 4번 타자 강민호를 3루수 땅볼 처리하면서 실점 위기를 넘겼다. 2회말도 삼자 범퇴로 깔끔하게 정리했다. 포수 김태군의 사인에 고개를 흔들지 않은 채 곧바로 공을 뿌리는 빠른 템포가 인상적이었다.
황동하는 4회말 1사후 강민호에 솔로포를 허용했다. 5회말엔 선두 타자 오재일에 우월 솔로포를 맞으며 2실점째를 기록한 뒤 이재현을 땅볼 처리하며 한숨 돌리는 듯 했다. 그러나 김지찬의 좌중간 타구를 중견수 소크라테스가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서 3루타가 됐고,이어진 타석에선 1루수 최원준이 김현준의 우선상 타구를 놓치는 실책으로 또 다시 실점했다. 역투한 황동하에겐 기운이 빠질 수밖에 없었던 장면. 이럼에도 황동하는 김성윤을 땅볼 처리한 뒤 5회말 2사 3루, 0-3 상황에서 김재열에 마운드를 넘겼다. 김 감독이 지목한 5이닝 투구에 아웃카운트 1개만을 남겨둔 시점이었다. 비록 '승리 투수 요건 충족'엔 실패했지만, '대체 선발' 타이틀에 연연하지 않은 벤치의 믿음을 채우고도 남는 투구였다.
역투에 대한 보답이었을까. 타선도 황동하의 패전을 지웠다. 0-3이 된 6회초, 1사 1, 3루에서 소크라테스가 삼성 박세웅을 상대로 우월 동점 스리런포를 만들었다. 벤치로 돌아온 황동하도 비로소 미소를 되찾을 수 있었다.
대구=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