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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절하게 '미친 선수'가 필요했다. 기다리던 선발 투수가 제대로 미쳐줬다

나유리 기자

기사입력 2023-09-20 11:34 | 최종수정 2023-09-20 11:50


간절하게 '미친 선수'가 필요했다. 기다리던 선발 투수가 제대로 미쳐줬다
19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SSG-한화전. SSG 선발투수 문승원이 투구하고 있다. 대전=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3.9.19/

간절하게 '미친 선수'가 필요했다. 기다리던 선발 투수가 제대로 미쳐줬다
19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SSG-한화전. 4회말 1사 1루 채은성에게 투런포를 허용한 문승원. 대전=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3.9.19/

간절하게 '미친 선수'가 필요했다. 기다리던 선발 투수가 제대로 미쳐줬다
19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SSG-한화전. 7회말 1사 1, 2루 문승원이 이도윤을 병살타로 처리한 후 들어가고 있다. 대전=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3.9.19/

[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무기력한 5연패. '미친' 선수가 필요했고, 마침내 기다리던 선발 투수가 그 역할을 해줬다. 감격의 연패 탈출이다.

SSG 랜더스가 5연패를 끊어냈다. SSG는 19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에서 5대3으로 승리했다. 눈물 겨운 연패 탈출기였다. 이날도 SSG는 경기를 어렵게 시작했다. 한화 선발 김기중을 쉽게 공략하지 못했고 5회까지 무득점으로 꽁꽁 묶였다.

문승원이 선발 투수로 나선 SSG는 오히려 먼저 실점하면서 끌려가는 경기를 펼쳤다. 4회말 문승원이 볼넷으로부터 이어진 적시타, 채은성에게 허용한 2점 홈런으로 3실점하면서 0-3으로 리드를 당했다.

혹시 이번에도 연패를 끊지 못하는 것 아닌가 싶을때, 반전이 일어났다. SSG 타선이 집중력으로 뒤집기에 성공했고 문승원은 실점 이후 전혀 다른 투수로 180도 바뀌었다. 5회말 삼자범퇴, 6회말 다시 삼자범퇴 7회 주자 출루 이후 병살타로 위기 모면. 그리고 무려 8회까지 문승원이 마운드를 지켰다.

7회까지도 투구수가 82개에 불과했던 문승원은 8회말에도 가뿐하게 마운드에 올랐다. 그리고 문현빈-최인호-노시환으로 이어지는 상위 타순 타자들을 공 11개로 처리했다. 총 투구수 93개. 최종 성적은 8이닝 4안타(1홈런) 3탈삼진 2볼넷 3실점. 실점 이후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한화 타선을 잡아냈고, 올 시즌 최고의 투구를 펼쳤다. 문승원은 올해 첫 등판이었던 4월 12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8이닝 8안타 2탈삼진 1볼넷 무실점으로 8이닝 투구를 한차례 펼친 적이 있다. 그러나 등판 내용은 이날이 더욱 극적이었다.

SSG가 연패에 빠져 팀 분위기가 침체돼있었기 때문에 문승원의 역투가 더욱 값지게 느껴졌다. 이날 SSG 타자들도 어떻게든 연패를 끊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느껴졌다. SSG는 경기전 선발 라인업을 대거 교체하는 등 여러 변화를 줬다. 5회까지 무득점으로 막혀있었지만, 6회부터 혈이 뚫렸다. 6회초 기예르모 에레디아의 홈런을 시작으로 하재훈의 동점 희생플라이, 7회말에 터진 최정과 한유섬의 연속 역전 적시타까지. 치열한 접전을 펼친 끝에 마침내 이겨냈다.

문승원이 8이닝 효율 투구를 해내자 팀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9회에 2점 차 상황에서 등판한 마무리 서진용도 1이닝을 퍼펙트로 막아내며 구단 타이 기록인 36세이브에 성공했고, 팀도 연패를 끊어냈다.

SSG는 후반기 팀 승률 0.386(17승1무27패)로 10개 구단 중 9위다. 사실상 최하위권이다. 특히 최근 연패를 거듭하고 선발, 불펜, 타선, 수비가 총체적난국에 빠지면서 선수들의 사기도 떨어졌다. 하지만 아직 포기할 수는 없다. 여전히 순위 싸움의 중심에 서있는 상황에서, 간절히 '미친 선수'가 필요했는데 그 역할을 문승원이 해냈다. 문승원 역시 선발 재전환 이후 부진에 빠져있던 상황. 그의 8이닝 투구는 1승 그 이상의 가치가 있었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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