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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에 감독이 마운드에? "팔 올려" 한마디에 9회1사까지 노히트. 감독의 남다른 '눈'에 투수들이 달라진다[SC초점]

권인하 기자

기사입력 2023-09-26 09:38 | 최종수정 2023-09-26 09:40


1회에 감독이 마운드에? "팔 올려" 한마디에 9회1사까지 노히트. 감독…
2023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KT 위즈의 경기가 23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렸다. KT 이강철 감독이 마운드를 찾아 쿠에바스를 격려하고 있다. 광주=박재만 기자pjm@sportschosun.com/2023.09.23/

1회에 감독이 마운드에? "팔 올려" 한마디에 9회1사까지 노히트. 감독…
2023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KT 위즈의 경기가 23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렸다. KT 이강철 감독이 마운드를 찾아 쿠에바스를 격려하고 있다. 광주=박재만 기자pjm@sportschosun.com/2023.09.23/

1회에 감독이 마운드에? "팔 올려" 한마디에 9회1사까지 노히트. 감독…
2023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KT 위즈의 경기가 22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렸다. KT 김태균 수석과 이강철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광주=박재만 기자pjm@sportschosun.com/2023.09.22/

[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지난 23일 KT 위즈-KIA 타이거즈전이 열린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 1회말 KIA 타이거즈 공격 때. 2사 1,2루에서 5번 소크라테스 타석 때 KT 투수 윌리엄 쿠에바스가 볼을 연거푸 2개 던지자 KT 벤치에서 타임을 요청했다. 더그아웃에서 걸어나온 이는 김태한 투수코치가 아닌 이강철 감독이었다.

쿠에바스가 잘 안풀릴 때 흥분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땐 이 감독이 직접 올라오기도 한다. 4번 최형우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주고 소크라테스에게 연속 볼을 던진 장면이 흥분한 상태로 보인 듯 했다. 이후 쿠에바스는 9회말 1사까지 안타를 하나도 내주지 않는 노히트노런 행진을 했다.

경기 후 쿠에바스에게 이 감독의 조언이 무엇이었는지를 물어보니 다름 아닌 팔 각도였다고. 팔이 처져서 내려오니 팔각도를 올려라고 했다고. 쿠에바스는 "내가 던지는 것을 내 스스로는 볼 수 없는데 감독님께서 말씀을 해주셔서 고마웠다"라고 말했다. 다음날 이 감독은 "분위기를 끊는 목적도 있었는데 팔이 처져서 내려오더라"면서 "팔이 처지면 체인지업이 위에서 떨어지지 않고 처음부터 옆에서 오다보니까 낮게 와서 타자들이 속지 않게 된다. 그래서 올라가서 얘기해 준 것"이라고 했다.

1회말이 끝나고 더그아웃에서 말해도 됐을 텐데 빨리 말해준 덕에 쿠에바스는 1회를 실점없이 넘기면서 노히트 행진을 할 수 있었다. 이 감독은 "오랜만에 대기록을 직접 보는가 했는데…. 그걸 못하냐"고 농담을 하며 자신의 일처럼 크게 아쉬워 했다.


1회에 감독이 마운드에? "팔 올려" 한마디에 9회1사까지 노히트. 감독…
2023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KT 위즈의 경기가 23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렸다. 경기에서 승리한 KT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광주=박재만 기자pjm@sportschosun.com/2023.09.23/

1회에 감독이 마운드에? "팔 올려" 한마디에 9회1사까지 노히트. 감독…
2023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KT 위즈의 경기가 23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렸다. 경기에서 승리한 KT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광주=박재만 기자pjm@sportschosun.com/2023.09.23/

1회에 감독이 마운드에? "팔 올려" 한마디에 9회1사까지 노히트. 감독…
2023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KT 위즈의 경기가 24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렸다. 경기에서 승리한 KT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광주=박재만 기자pjm@sportschosun.com/2023.09.24/
이 감독의 투수 보는 '눈'은 정평이 나있다. 확실한 결정구를 중심으로 피치 디자인을 바꿔 성공시키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예가 박시영이다. 롯데에서 던질 때만해도 직구와 포크볼 슬라이더 커브 등을 던졌던 박시영은 2021년 KT로 온 뒤 직구와 슬라이더 위주의 피칭으로 오히려 구종을 단조롭게 바꿨다. 슬라이더가 직구와 비슷하게 오면서 종으로 떨어지는 위력을 가졌다는 것을 확인한 이후 슬라이더 비중을 높였고, 그것이 효과를 봐 박시영은 그해 KT의 셋업맨으로 우뚝 서며 창단 첫 우승 멤버가 됐다.

그렇다보니 이 감독에게 문의를 하는 타 팀 투수도 있다고. 예전에 우연히 인사를 한 타 팀 투수가 잘 안된다고 고민을 털어놓았는데 이 감독이 덕담을 하며 팁을 건넨 적이 있었다고. 이 감독은 "다음에 우리 팀과 만났는데 그 친구가 다른 패턴으로 공을 던지더라. 깜짝 놀랐다. 우리 타자들이 꼼짝도 못했다"며 난감했다고.

이 감독의 1회 방문 덕분으로 쿠에바스가 무실점 피칭을 한 덕분에 KT는 2승8패로 올시즌 이상하게 만나기만 하면 꼬인 KIA에 4대1로 승리를 거뒀고, 다음날인 24일에도 3대2의 승리로 주말 3연전서 2승1패로 위닝시리즈를 거두며 2위를 굳게 지킬 수 있었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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