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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텍사스 레인저스의 첫 월드시리즈 우승은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FA 시장에 왜 그토록 아낌없는 투자를 하려는지 잘 보여준 예라 할 수 있다.
시리즈 MVP에는 1차전 9회말 동점 투런홈런을 포함해 결정적인 홈런 3방을 쏘아올린 유격수 코리 시거(29)가 선정됐다. ESPN은 '코리 시거의 정규시즌 버전이 메이저리그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으로 확고히 자리잡는 내용이라면, 플레이오프 버전은 빠르게 포스트시즌의 전설이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시거는 이번 포스트시즌서 17경기에 모두 출전해 타율 0.318(66타수 21안타), 6홈런, 12타점, 18득점 OPS 1.133을 기록했다. 월드시리즈 5경기에서는 타율 0.286(21타수 6안타), 3홈런, 6타점, 6득점, OPS 1.137을 마크했다. 휴스턴 애스트로스와의 ALCS가 아돌리스 가르시아의 무대였다면, 월드시리즈는 단연 시거가 주인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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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텍사스는 최근 2년간 FA 시장에서 얼마나 썼을까.
우선 2021년 시즌 후 시거를 비롯해 유격수 마커스 시미엔(7년 1억7500만달러), 선발투수 존 그레이(4년 5600만달러), 내야수 브래드 밀러(2년 1000만달러) 등 7명의 FA와 합계 5억8070만달러에 계약했다. 단일 오프시즌 투자로는 역대 최고 기록이다.
이어 지난 겨울에는 선발투수 제이콥 디그롬(6년 1억8500만달러), 선발투수 네이선 이발디(2년 3400만달러), 선발투수 앤드류 히니(2년 2500만달러) 등 6명을 2억6715만달러를 들여 데려왔다. 2년 전 FA 시장에서는 타선과 수비 강화에 초점을 맞췄고, 1년 전에는 선발 마운드에 신경을 썼다. 두 차례 FA 시장에서 13명을 영입하면서 8억4785만달러(약 1조1357억원)을 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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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사스의 첫 우승 프로젝트의 마지막 퍼즐은 사령탑이었다. 텍사스는 2019년을 끝으로 현장에서 물러나겠다고 선언한 브루스 보치 감독을 삼고초려 끝에 데려오는데 성공했다. 그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감독 시절 세 차례 우승을 일군 전설적인 승부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감독의 계약 내용은 공개하지 않는 것이 관례지만, 보치 감독은 현존 사령탑 중에서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 애런 분 뉴욕 양키스 감독, 벅 쇼월터 뉴욕 메츠 감독, 더스티 베이커 휴스턴 애스트로스 감독 등과 함께 연봉 400만~600만달러로 톱클래스 몸값을 형성한다.
이런 완벽한 전력 구성의 실무 최고 책임자가 바로 선수 출신 크리스 영 단장이다. 이날 우승 직후 보치 감독은 "크리스 영 단장과 레이 데이비스 구단주에 깊은 신뢰를 느낀다. 그들은 텍사스 레인저스에 우승이라는 영광을 주기 위해 무던히도 준비했다. 우리는 만날 때마다 우승에 관해 얘기했다. 그들은 하고자 하는 걸 모두 했다"고 말했다.
월드시리즈가 종료됐기 때문에 3일부터는 본격적으로 오프시즌이 시작된다. FA 시장이 개장한다는 얘기다. 텍사스가 아낌없는 투자 기조로 우승에 성공함에 따라 소위 돈 많고 우승에 한 맺힌 구단들이 오타니 쇼헤이, 야마모토 요시노부, 코디 벨린저, 맷 채프먼, 애런 놀라, 조던 몽고메리, 블레이크 스넬, 조시 헤이더 등 정상급 FA들을 놓고 치열한 쟁탈전을 펼쳐질 것을 예상된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