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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팀이 그를 필요로 한다. 올시즌 바로 이 순간을 위해 영입한 남자와 '기적의 남자' 간 맞대결이다.
8일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LG 트윈스와 KT 위즈의 두번째 맞대결. LG는 최원태, KT는 쿠에바스를 선발로 내세웠다.
LG로선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찾아온 첫날 이자 1994년 마지막 우승 배터리 김용수-김동수가 시구와 시포를 맡은 날, 29년만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향한 첫 걸음을 잘못 내디뎠다.
플레이오프에서 역스윕을 달성한 KT의 기세는 여전히 뜨거웠다.
'고퀄스(고영표)'+'철벽 불펜 듀오' 손동현-박영현이 1차전 승리를 지켰다. 가을야구 4연승 속에 더욱 뜨겁게 타올랐다. KBO리그 역사상 한국시리즈 1차전 승리팀의 우승확률은 74.4%(29/39)다.
LG의 키를 잡은 이는 최원태다. 시즌전 박동원의 FA 영입과 더불어 LG가 올해 한국시리즈 우승만을 위해 단행한 결단이라고 해도 좋다. '약속된 유망주' 이주형을 내주고, 버건디 빛 토종 에이스에게 줄무늬 유니폼을 입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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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적 후 정규시즌의 모습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이적 직후 7월30일 두산 베어스전에선 6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했지만, 시즌 성적은 9경기 3승3패 6.70에 그쳤다. 44⅓이닝으로, 경기당 평균 5이닝을 밑돌았다.
하지만 시즌 막판 애덤 플럿코가 이탈하면서 결국 반드시 필요했던 트레이드임을 입증했다.
이제 팀이 위기에 처했다. 최원태는 2선발로서 플럿코의 빈 자리를 책임져야 한다. 1차전 마저 패했다.
바로 이 순간, 이 경기를 위한 선수다. 분위기 반전을 위한 제 역할을 해주는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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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올해 KT가 그를 원하자 지난 6월 다시 돌아왔다. 그리고 18경기에 선발등판, 114⅓이닝을 소화하며 12승무패 평균자책점 2.60의 쾌투로 KT를 정규시즌 3위에 올려놓았다.
포스트시즌은 고난의 연속이다. 쿠에바스는 앞서 플레이오프 1,4차전에서 선발등판을 소화했다. 1차전에선 내야 실책 속 3이닝 7실점으로 최악투를, 사흘 쉬고 올라온 4차전에선 6이닝 1안타 무실점으로 인생투를 선보였다.
배제성이나 엄상백이 나서기엔 버거운 자리. 결국 또 한번의 반전을 기대하며 쿠에바스에게 무거운 짐을 맡기게 됐다.
플레이오프 4차전 직후 쿠에바스는 "다음번엔 좀더 휴식을 취한 뒤 등판하고 싶다"며 웃었다. 이번엔 4일 휴식 후 등판이다. KT로선 '쿠에바스의 기적'이 또 한번 재연되길 기대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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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코로나19로 인해 아버지를 잃은 뒤에도 그와 가족을 지극정성으로 돌본 구단을 향한 특급 보은이었다. 7회말에도 148㎞ 직구를 꽂으며 위기를 넘긴 직후의 포효. 그해 KT의 창단 첫 우승으로 이어진 결정적 장면이었다.
이번에는 잠실야구장에서 또 한번 쿠에바스의 진한 포효를 볼 수 있을까.
잠실=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