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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올해 30홈런 100타점 넘겼는데, 타율이 3할을 못채워서…의미있는 기록이잖아요."
지난해 6홈런으로 주춤했던 모습은 성장통이었다. 올해 노시환은 타율 2할9푼8리 31홈런 101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929로 데뷔 이래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투수 트리플 크라운에 20승, 200탈삼진까지 동시 달성한 에릭 페디(NC 다이노스)에게 시즌 MVP는 내줬지만, 그에 준하는 강렬한 임팩트를 남겼다. 아시안게임에서도 맹활약하며 대표팀의 금메달을 이끌었다. 군복무의 부담도 훌훌 털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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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시환은 최근 한화 대선배 김태균의 유튜브에 출연한 자리에서 "최종 목표는 메이저리그다.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보다 많은 돈을 벌고 싶다"는 장대한 목표를 제시했다.
오타니는 올해 10년 7억달러(약 9121억원)라는 역대 프로스포츠 사상 최고액으로 다저스와 계약하며 전세계를 놀라게 했다. 투타 병행(이도류)이라는 특성과 상징성, 두가지 모두 리그 최고 수준으로 해내는 능력을 감안하면 노시환에겐 쉽지 않은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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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꿈을 꾸는게 잘못은 아니다. 노시환은 "미국 진출에 대한 마음은 있다. 아직 (포스팅도)2년 남았다"면서 "이정후 형처럼 한국에서 1등이 된 뒤에 나가고 싶다. (스스로를)증명하고, KBO 최고타자임을 인정받는 순간 가고싶다"는 속내를 전했다.
이정후는 지난해 타격 4관왕, 시즌 MVP를 수상하며 리그 최고의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호타준족의 중견수인 이정후와 달리 노시환은 코너 내야를 보는 거포다. KBO리그에서의 모습을 미국에서도 보여주긴 쉽지 않다. 하지만 가능하다면, 이정후보다 높은 가치를 인정받을 수도 있다.
올해 5월 43타석 연속 무안타로 고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노시환은 그 고비를 이겨냈고, 리그 최고의 타자로 우뚝 섰다. 그는 "절대 타격폼에 변화를 주지 않았다. 채은성 선배님의 조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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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코리안 메이저리거의 대부분은 투수다. 추신수-이정후 같은 호타준족형 OPS(출루율+장타율) 타자들도 있다. 김하성은 유틸리티 내야수라는 새로운 길을 뚫었다.
하지만 '정통 거포'로 장기간 유의미한 커리어를 보낸 선수는 아직 없다. 최희섭, 이대호, 박병호도 못한 일이다. 2년 연속 20홈런을 넘게 친 타자조차 추신수 단 1명 뿐이다. 노시환이 KBO산 거포의 새 역사를 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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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