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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1경기 피안타 16개. 한경기 두자릿수 안타를 못치는 경기도 많은데, 하물며 한 투수가 몰아맞은 기록이다.
2일 수원 키움 히어로즈전, '국가대표 에이스' KT 위즈 고영표가 겪은 굴욕이다.
하지만 5회까지 고영표의 실점은 단 1점에 불과했다. 그것도 4회 2사 만루에서 송성문의 빗맞은 안타가 3루 쪽으로 번트마냥 흐른 기막힌 불운이었다. 이어진 만루에선 베테랑 최주환을 1루 땅볼로 돌려세웠다.
피안타가 11개였지만, 5회까지의 투구수는 78개에 불과했다. 고영표다운 위기관리의 표본이 될 수 있는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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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6회 첫 타자 어준서의 유격수 땅볼 때 나온 실책이 결국 에이스를 무너뜨렸다. 이용규 송성문 최주환 카디네스가 잇따라 똑딱똑딱 연속 안타를 치며 4-0으로 차이가 벌어졌고, 원성준의 번트 안타에 이은 김태진의 희생플라이로 5-0이 됐다.
그래도 그 와중에 5실점(3자책)으로 버틴 데다, 103구로 6회를 마치며 시즌 5번째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 이하)까지 적립했다. 명불허전 고영표라고 부를 만하다.
그래도 키움은 경기전까지 평균자책점 1.86을 기록중이던 고영표를 상대로 승리를 따냈다. 다소 아쉬운대로 지난달 20일 홈에서 당한 9이닝 3안타 완봉승에 대한 설욕에 성공한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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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표의 생애 5번째, 2022년 이후 3년만에 거둔 완봉승이었다. 이제 현역 투수 중 고영표보다 많은 완봉승을 기록한 선수는 한화 이글스 류현진(8개)밖에 남지 않았다. 키움 김건희의 피치클락 위반으로 인해 보기드문 2구 삼진을 잡아낸 날이기도 하다.
복수전에 성공한 키움의 이용규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상대가 고영표의 체인지업이라도 같은 공에 2번 당하진 않는다"며 뜨거운 자부심을 드러냈다. 키움 역시 고영표에게 지난 아쉬움을 풀고, 굴욕을 안기며 자존심을 지킨 모양새다.
경기 후 홍원기 키움 감독은 "선발 로젠버그가 좋은 투구를 보여주며 초반 팽팽한 경기를 이어갔다. 6회 박윤성이 위기 상황에 나와 삼진으로 이닝을 마무리하며 주도권을 놓지 않았다"고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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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7회에 최주환이 베테랑다운 호수비를 보여줬고, 8회에 김재현, 송성문이 집중력 있는 수비를 해내며 상대 흐름을 끊었다. 9회에도 최주환이 강한 타구를 안정적으로 처리하며 승리를 확정지었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팬들도 잊지 않았다. 홍원기 감독은 "연패 중에도 원정까지 찾아와 열띤 응원을 보내주신 팬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내일 경기도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도록 잘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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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