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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한동훈 기자] 교체 지시를 받은 투수가 포수와 투수코치의 어깨를 확 밀치며 마운드에서 내려갔다. 그 어떤 속사정이 있었을지라도 보는 사람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기에는 충분했다.
사실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불만이나 흥분감을 쏟아내는 일은 흔하다. 삼진을 당하고 방망이를 부수거나 잘 맞은 타구가 잡힌 뒤 헬멧을 집어 던지거나 홈런을 맞고 글러브를 내팽개치든지 욕설을 내뱉는 선수들도 많다.
하지만 이는 자신을 향한 속풀이로 양해 가능하다. 잘하고 싶은 마음이 강해서 자신도 모르게 격한 행동이 나올 수 있다. 이를 나쁘게 보지 않는다. 차라리 안 보이는 곳에서 하라고 더그아웃 뒤에 샌드백을 두기도 한다.
분노의 대상이 동료를 향했다. 혼자 고함을 치든 자책을 하든 괴로워했다면 어빈을 이해할 수 있다. 어빈은 양의지와 박정배 코치 사이를 거칠게 지나쳤다. 자신이 들고 있던 공도 1루에 성의 없이 휙 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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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은 심지어 더블헤더 1차전이었다. 두산은 최근 하위권으로 추락해 분위기도 뒤숭숭하다. 이럴 때일수록 자신의 몸값에 맞는 책임감을 가지고 경기에 임해야 한다. 그러나 어빈은 이닝을 끌어주긴 커녕 자신의 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물론 어빈이 정말 '인성에 문제가 있는' 선수라고 단정해서는 곤란하다. 어빈은 스프링캠프 때부터 선수들과 잘 어울리며 성격이 좋다는 평가가 자자했다. 한국에 와서는 그가 미국에서 줄곧 해왔던 보육원 봉사활동도 이어서 하는 중이다.
이와 별개로 이날 마운드에서 그가 보인 행동은 경솔했다. 투지와 승부욕으로 포장하기에는 과했다. 특히 팀의 운명을 좌우하는 '에이스'라면 더더욱 그런 모습까지 신중해야 한다.
한동훈 기자 dh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