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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스로 돌진한 롯데 김동혁의 '더 캐치'…"펜스 신경 안 썼다"

기사입력 2025-06-09 07:54

[롯데 자이언츠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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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자로는 1안타 1볼넷 1타점 1도루…인생 최고의 경기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모든 선수에게는 언젠가 '그날'이 반드시 찾아온다.

기회를 잡는 건 준비된 자의 몫이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외야수 김동혁(24)은 어렵게 찾아온 기회를 잡는 데 성공한 선수다.

김동혁은 8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전에 8번 타자 우익수로 선발 출전, 3타수 1안타 1볼넷 1타점 1도루로 활약해 팀의 4-2 승리에 힘을 보탰다.

타석에서도 팀 승리에 확실하게 공헌했지만, 무엇보다 우익수 자리에서 보여준 아름다운 수비는 말 그대로 팀을 구했다.

9회말 마운드에 올라간 롯데 마무리 김원중은 선두타자 김민석에게 안타를 맞고 불안하게 출발했다.

그리고 후속 타자 김인태에게는 펜스 쪽으로 미사일처럼 날아간 타구를 허용했다.

공이 빠질 경우 1루 주자는 홈에 들어오고, 타자는 최소 2루까지 갈 수 있었다.

이때 롯데 우익수 김동혁은 공을 끝까지 쫓아가서 펜스 쪽으로 몸을 날려 타구를 잡아냈다.

머리 위로 넘어가는 타구를 잡아냈다는 점에서, 외야 호수비의 대명사 격인 1954년 월드시리즈에서 보여준 윌리 메이스의 '더 캐치'를 떠올리게 했다.

타구를 잡은 김동혁은 펜스에 강하게 충돌했으나 다행히 다치지 않았고, 타자 김인태는 허무한 표정으로 외야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김동혁은 제물포고를 졸업하고 프로 지명을 받지 못했으며, 강릉영동대 졸업반 시절인 2021년 KBO 신인드래프트 역시 구단들의 외면을 받았다

벼랑에 몰린 그는 졸업을 1년 유예하고 프로 지명에 재도전했고, 그때 타격 능력에 눈을 뜬 덕분에 2022년 드래프트에서는 롯데의 7라운드 선수로 호명됐다.

입단 직후 입대해 병역을 소화한 그는 2023년 1군에 데뷔했고, 지난해 1군 39경기에 출전했다.

39경기에서 선 타석은 단 17번에 불과할 정도로 입지는 불안정했다.

올해는 퓨처스리그에서 타율 0.354로 맹타를 휘두르던 중 지난달 초 주전 외야수 황성빈이 손가락을 다치자 1군 부름을 받았다.

아직은 주로 대수비나 대주자가 그의 역할이지만, 이날 수비에서 결정적인 장면을 연출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경기 후 김동혁은 "최근 팀에 부상자가 많다. 그 자리를 채우고자 많이 준비했다"면서 "팀이 승리하는 데 힘을 보태서 기쁘다"고 했다.

외야 호수비 장면에 대해서는 "맞자마자 타이밍을 잘 맞춰서 최단 경로로 공을 쫓아갔다. 뒤에 펜스가 있었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며 "집중해서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잠실구장을 가득 채운 팬들 앞에서 이름 석 자를 알린 김동혁은 "지금까지 고생하신 부모님께 이 자리를 빌려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릴 수 있어서 기쁘다. 지금부터 더 잘해서, 효도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는 마음을 전했다.

4bun@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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