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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박세웅, 도대체 뭐가 달라졌고 뭐가 문제일까.
충격적인 결과였다. 홈런 2개를 얻어맞았다. 8실점 모두 자책점. 실책 등 핑계도 댈 수 없는 내용이었다. 올시즌 최다 실점, 최다 자책점이었다. 박세웅이 무너지니 롯데도 버틸 수 없었다. 3대12 대패.
박세웅은 올해 역사적인 시즌을 만들 것 같았다. LG 트윈스와의 개막전 패전을 기록했지만, 그 다음 이어진 8경기에서 모두 승리를 했다. 투수들은 승리 중간 노디시전 경기가 있어도 연승으로 인정해준다. 그런데 박세웅은 단순히 연승이 아니라, 8경기 전승이라 대단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았다. 그 중 승운이 따랐다고 할만한 건 7이닝 5실점(4자책점)을 하고도 이긴 4월11일 NC 다이노스전 정도. 나머지는 모두 3실점 이내 완벽한 투구였고, 6이닝 이하 경기도 4월30일 키움 히어로즈전 딱 1경기(5이닝) 뿐이었다. 나머지는 모두 6이닝 이상을 소화해주며 선발로서 해야 할 모든 역할을 했다. 삼진도 엄청나게 잡았다. 8연승 기간 삼진 개수가 6-9-9-12-9-2-7-8개였다. 압도적이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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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던 박세웅이 갑자기 속절 없이 무너지고 있다. 8승1패였던 성적이 눈 깜짝할 사이 8승5패가 됐다.
지난달 17일 삼성 라이온즈전 5이닝 5실점이 시작이었다. 다행히 패전은 면했다. 하지만 이어진 한화 이글스전, 삼성 라이온즈전,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충격의 3연패를 당했다. 한화전은 6⅓이닝 3자책점 퀄리티스타트로 아쉬웠다고 하지만, 이후 열린 삼성전과 키움전에서 각각 6실점, 5실점을 하고 말았다. 그 직후 8실점 경기가 나왔으니, 롯데 입장에서는 한숨이 나올 수밖에 없다.
물론 박세웅도 희생을 했다. 주중 첫 경기, 지더라도 자신이 어느 정도 책임 이닝을 버텨줘야 남은 한주 동안 투수 운용에 숨통이 틔일 수 있었다. 그래서 컨디션이 좋지 않은 가운데서도 5회까지 던졌고, 그러다 실점이 늘어난 케이스.
하지만 이날 경기만이 문제가 아니라 최근 내리막 길을 타고 있다는 점이 우려스럽다. 하루라도 빨리 반등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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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많이 던진 여파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날씨가 점점 더워지는 가운데 힘이 빠질 때가 됐다는 것. KT전 직구 최고구속은 150km를 찍었지만, 구속과 관계 없이 직구와 슬라이더의 구위가 시즌 초반보다 많이 떨어졌다는 게 상대팀들의 분석. 그래서인지 박세웅은 직구 41개를 던지는 동안 슬라이더는 1개 더 많은 42개를 뿌렸다. 직구에 자신감이 떨어질 때, 종종 이런 구종 분포가 나온다.
여기에 시즌 초 너무 성적이 좋다보니 상대가 분석을 더욱 철저히 하고 나왔다. 박세웅은 공도 빠르지만, 올해 ABS존을 유독 잘 이용하는 모습이었다. 타자 바깥쪽 존을 절묘하게 활용했다. 슬라이더도 날카로워 존 구석구석을 찔렀다.
이를 간파한 상대팀도 대처를 하기 시작했다. 이날 KT 타자들을 예로 들면, 우타자들이 바깥쪽 승부에 당하지 않기 위해 홈플레이트쪽으로 바짝 붙어 박세웅의 승부구들을 적극적으로 공략했다. 아예 빠진다고 생각되는 공은 버리고, 조금이라도 존에 걸칠 수 있는 느낌의 공에는 방망이를 냈다. 박세웅을 옥죄는 전략. 구위가 좋다면 이런 상황에서도 타자들을 이겨낼 수 있겠지만 직구 구위가 떨어지니 슬라이더에 속지 않고, 다른 구종을 노리고 있다가도 순간 대처가 가능해지는, 박세웅이 애를 먹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