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LG 염경엽 감독은 5월말에 치리노스를 한차례 선발에서 제외해 휴식을 주려 했다. 미국에서도 150이닝을 던져보지 못했고 부상 경력도 있어서 체력적인 안배를 해줘야 한다고 판단한 것. 그런데 오히려 치리노스가 "오래 쉬면 더 안좋다"며 이를 거부했다. 며칠 더 휴식을 주려다 6일 휴식 후 등판으로 바꿨고, 이후 6월에 꾸준히 등판했는데 성적이 하락하고 만 것.
결국 5월말에 좀 더 충분한 휴식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됐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지난 6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서 7이닝을 던진 이후 4경기 연속 6이닝에 이르지 못했다. 지난 18일 잠실 NC전에선 4⅔이닝만에 내려와 처음으로 5이닝에도 실패.
초반엔 좋은 모습을 보이다가 중반 이후 갑자기 무너지는 경향이다. 6월에 1~3회까지는 피안타율이 2할4푼6리인데 4~6회는 3할9푼3리로 치솟았다. 체력이 일찍 떨어진다고 볼 수도 있고, 타순이 한바퀴 돈 이후 타자들에게 공이 익숙해진다고도 볼 수 있는 부분이다.
29일 잠실 KIA전서도 5회까지 2안타 무실점으로 잘 막다가 6회초 갑자가 5안타를 두들겨 맞고 교체됐다. 5⅓이닝 7안타 5탈삼진 5실점으로 패전.
지난해 13승을 거뒀음에도 재계약에 실패했던 디트릭 엔스는 17경기서 8승2패 평균자책점 4.53을 기록했었다. 평균자책점은 치리노스가 더 좋지만 승운은 엔스가 더 좋았다고 볼 수 있다.
2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LG 치리노스가 역투하고 있다. 잠실=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5.06.29/
2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LG 치리노스가 숨을 고르고 있다. 잠실=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5.06.29/
2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LG 치리노스가 역투하고 있다. 잠실=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5.06.29/
또 한명의 외국인 투수인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도 부상에서 돌아온 5월 30일 이후 5경기에 등판해 1승1패 평균자책점 3.68에 그치고 있다. 복귀 후 2경기에선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했지만 이후 3경기에선 한차례 헤드샷 퇴장까지 하며 5이닝을 버티지 못했다. 지난해에도 보였던 약점인 타순이 한바퀴 돈 이후 급격하게 피안타율이 높아지는 모습이 이번에도 나타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외국인 원투펀치가 한창 1위 경쟁을 하고 있는 시기에 부진하다보니 LG도 영 신바람이 나지 않고 있다. 6월 성적이 9승1무12패로 전체 8위에 그쳤다.
1위 한화 이글스에 1게임차 2위지만 3위 롯데엔 1게임차로 쫓기고 있고 4위 KIA에도 2.5게임차로 좁혀졌다.
LG는 마무리 유영찬에 이정용 장현식 함덕주 등 그동안 부상, 군목무로 빠졌던 선수들이 복귀하면서 불펜이 두터워졌다. 하지만 기대한 선발들이 부진한데다 불펜 역시 원했던 피칭이 잘 나오지 않고, 타선마저 필요할 때 터지지 않으면서 이길 수 있는 경기를 내주는 아쉬운 장면이 자꾸 생긴다.
불펜이 어느정도 완성될 것으로 보인 이정용이 제대 후 1군에 온 18일 이후 LG의 성적을 보면
4승5패에 머물렀다. 염 감독은 불펜이 두터워지면서 전반기까지 좀 더 공격적인 순위싸움을 하겠다고 했으나 생각대로 경기가 풀리지 않고 있다. 경기의 출발인 선발이 좋지 못한 경우가 많다. 9경기서 선발이 퀄리티스타트를 한 경기는 2번 뿐이었다. 선발 평균자책점은 5.77로 9위였다.
이제 7월로 들어선다.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된다. 올스타브레이크까지 9경기가 남아있다. LG가 남은 전반기에서 어떤 성적을 올리느냐는 결국 선발이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