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온가족이 함께 야구를 보러왔는데, 티켓 사기를 당했다. 완전히 망친 하루는 어떻게 보상받나.
오픈런 '광클'이 아니면 티켓을 구하기 어렵다. 테이블석 등 좋아하는 자리는 두말할 나위도 없다. 연석(옆자리)을 뒤늦게 구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다보니 야구팬들 일각에서는 어느덧 '리셀(되팔이)' 문화가 자연스럽게 자리잡았다.
구단도 고민이 가득하다. 유료 멤버십은 구단의 중요한 수익원이다. 좋은 선수를 영입하고, 야구장 시설을 개선하고, 더 좋은 공연을 제공하기 위해선 결국 수익이 있어야 한다. 또 열정적인 충성 팬덤에게 그만한 로열티를 부여해야 한다는 생각도 있다.
또 기업의 사회공헌 차원에선 마냥 수익만 추구할 수도 없다. 가령 전 좌석을 선예매로 풀어버리면 유료 회원은 늘겠지만. 팬은 예매시간만 달라지는 결과가 된다.
아예 정해진 좌석을 한시즌 내내 고정적으로 부여하는 시즌권도 있고, 그밖에 선예매 오픈 시간과 좌석량, 배정되는 좌석의 구분 등은 구단마다 정책이 조금씩 다르다.
|
요즘 암표상들은 과거처럼 야구장을 어슬렁거리지 않는다. 온라인이나 메신저를 통해 양도하는 경우가 많다. 불법 예매로 이득을 보는 암표상들도 문제지만, 그나마도 제대로 판매하지 않고 사기를 치는 이들이 많아 더 문제다
티켓 사기의 경우 경기 당일, 야구장 입장 직전에야 알게된다는 점에서 더욱 악질적이다. 주말을 맞아 상쾌한 마음으로 야구장을 찾은 가족이 힘없이 발길을 돌리게 되는 것.
그렇다고 암표 구매자가 마냥 피해자라고 볼수는 없다. 구단 입장에선 판매자와 구매자 모두 제재 대상이다. 환불 여부는 개인 간의 거래인 만큼 구단이 더 개입하기도 어렵다.
롯데 자이언츠는 "암표를 뿌리뽑겠다"며 지난 주말부터 예매 시스템 개편을 발표했다.
온라인 예매 마감 시간을 경기 시작 1시간 뒤로 늦추고, 예매 취소 마감 시간은 시작 3시간전에서 4시간전으로 당겼다. 티켓 내보내기 기능은 경기 당일 자정부터, QR코드 생성시간은 경기시작 3시간 전부터로 변경한다. 비회원 예매도 사라진다"고 설명했다.
암표 거래로 불편을 겪는 팬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계속 고민하겠다는 입장. 자체 앱을 사용하는 만큼 이 같은 시스템 개편이 자유로운 장점이 있다.
"그동안 예매 취소표는 현장 판매로 돌렸다. 그런데 그 수량이 일정하지 않다. 현장판매 줄을 길게 서 계신데 취소표가 10장 나온 날이 있었다. '현장 가봤자 (표가) 없더라'라는 부정적 경험이 쌓이면 결국 팬들은 현장판매대를 외면한다. 반대로 취소표가 수백장이 나오는 날도 있다. 그런 날은 표는 표대로 남고, 정작 팬들은 암표를 찾는 악순환이 될 수 있다."
롯데가 취소표를 경기 시작 후에도 구매할 수 있도록 개편한 이유다. 현장 판매분을 바로 확인하고, 구매해서 오라는 것. 롯데 구단 티켓 담당 남예원 매니저는 "최대한 팬들이 불편을 겪지 않는 선에서 중간 지점을 찾고자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
시간제한은 구단 입장에서 할 수 있는 조치일 뿐이다. 결국 암표를 찾는 사람이 없어야 한다.
남예원 매니저는 지난해 상품 담당으로 일하며 '짱구 유니폼'을 도입했던 주인공. 고객의 마음을 잘 아는 장점을 살려 올해는 티켓 업무를 맡고 있다.
"우리도 입장시켜드리고 싶다. 안타까워 발을 동동 구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결국 정상적인 경로가 아니라 암표를 사신 건데, 해드릴 수 있는 게 없다. 가격 문제가 아니라, 암표를 샀다가 더 불쾌한 기억이 쌓일 수 있다는 점을 아셨으면 한다. 팬분들이 암표를 사지 않아도 야구를 보실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드리고 싶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