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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많은 게 변하고, 권한이 줄어든다고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책임감을 더 가져야 한다. 프로야구 심판 얘기다.
여기서 1차 실수. 구심이 빠진 공을 보느라 헛스윙인지, 파울인지 어떤 판정도 내리지 않았다. 방망이가 돌았다면 스트라이크 낫아웃일 수 있다는 걸 직감한 윤도현이 뛰니, 김형준이 공을 주워 1루에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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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 다음 2차 실수. NC쪽에서 비디오 판독을 신청했다. 구심은 체크 스윙 판독이라고 장내 방송을 했다. 규정상 노스윙 사인이 없었기에 수비팀에서 체크 스윙 판독을 할 수 없는 상황. 추후 NC가 파울-헛스윙 여부를 물은 거라고 정정했다. 분명히 NC 벤치에서 "파울"이라는 단어로 신청을 했는데, 왜 체크 스윙 얘기를 했을까. 이 부분은 좀처럼 납득이 안 되는 실수였다.
마지막 가장 심각했던 3차 실수. 파울-헛스윙과 1루 세이프-아웃 판독 결과 파울이 아니었다. 1루에서는 세이프 판정이 아웃으로 번복됐다. 그런데 심판진은 윤도현을 아웃 처리했다. 파울 판독을 하는데 방망이가 돌았다면서 말이다. 하지만 체크 스윙 판독을 할 수 없는 상황에 파울-헛스윙 판독으로 스윙 여부를 결정하면 안 되는 거였다. NC가 신청하지도 않은 판독을, 심판진이 알아서 추가로 해 NC를 유리하게 만들어준 결과가 됐다. 공교롭게도 이 상황 후 박찬호의 추격 솔로포가 터졌다. 치열한 5강 경쟁에서 가장 불리한 위치에 있는 KIA. 1승이 소중한 상황에, 치명적 패배를 당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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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들에게는 격변의 시기다. 지난해부터 ABS라는 혁신이 시작됐다.
그라운드에서 구심이 행사해왔던 '절대 권한'이 사실상 사라진 것. 물론 스트레스, 압박이 사라져 좋다는 심판들도 많다고 한다. 반면, 심판으로서의 권위, 자존감이 줄었다고 느낄 수도 있다.
올시즌은 시즌 도중 체크 스윙 비디오 판독까지 도입됐다. 계속 오심 논란이 이어졌기 때문.
각종 비디오 판독이 늘고, ABS까지 가동되니 오히려 심판들이 집중하지 않는 게 아니냐는 현장 목소리가 자주 나왔다. 1, 3루심이 다른 생각을 하다 체크 스윙을 제대로 못 보는 것 아니냐는 불신으로 이어졌다. '실수 해도, 비디오 판독으로 알아서 바꾸겠지'라는 마음을 먹는 순간, 사고가 터질 수 있다.
이번 KIA-NC전처럼 말이다. 이럴 때일수록 기본에 충실할 필요가 있다. 이날 구심도 체크 스윙 여부를 비디오와 1루심 판정에 기대는 게 아니라, 넥스트플레이가 이어지는 상황 속에서 자신이 즉각적으로 내려야 한다는 걸 머릿속에 두고 있었어야 했다.
물론 이번 사태를 전부 구심의 잘못으로 몰아갈 수 없다. 비디오 판독 센터의 판독관들도 집중해야 한다. 구심은 NC의 판독 신청을 받아 전달을 했고, 판독 센터에서 내린 판정 결과를 구심이 전달한 것이기 때문이다. 급박하게 돌아가는 현장과 달리 정밀하고 차분하게 상황을 볼 수 상황에서 정확한 판독을 내려주지 못한 부분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전국을 돌아다니며 무더위를 버텨내고, 공에 맞아 고통을 참아야 하는 게 일상이다. 그라운드 위 선수들이 빛날 수 있도록 음지에서 힘들게 구슬땀을 흘리며 애쓰고 있는 심판위원들. 숨은 노력이 훼손되지 않도록, 이러한 사고가 더이상 터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