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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판왕 은퇴 → 초보 아빠 오승환의 진심 "29개월 아들에 '야구선수'로 기억되고파…원한다면 선수 시킬 것" [인터뷰]

기사입력 2025-09-12 06:51


끝판왕 은퇴 → 초보 아빠 오승환의 진심 "29개월 아들에 '야구선수'로…
사진제공=삼성 라이온즈

끝판왕 은퇴 → 초보 아빠 오승환의 진심 "29개월 아들에 '야구선수'로…
11일 대구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SSG 랜더스의 경기를 앞두고 오승환 은퇴 투어가 진행됐다. 대구=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5.09.11/

끝판왕 은퇴 → 초보 아빠 오승환의 진심 "29개월 아들에 '야구선수'로…
가족의 축하를 받고 있는 오승환. 광주=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5.09.10/

[대구=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우연찮게 이틀 연속 은퇴투어에 임했다. 하지만 현역의 짐을 내려놓은 '끝판왕'의 얼굴엔 밝은 미소가 감돌았다.

SSG 랜더스는 11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삼성 라이온즈전을 앞두고 오승환의 은퇴투어 행사를 가졌다.

오승환의 은퇴투어 결정이 늦어지면서 앞서 올해 삼성의 마지막 인천 원정 때 한번 행사를 치렀던 SSG다. 그래도 공식적인 은퇴투어가 확정되면서, 비록 원정이지만 삼성과의 마지막 경기에서 다시한번 행사를 치렀다. 주장 김광현과 마무리 조병현이 꽃다발, 그리고 SSG 주요 선수들의 사인이 담긴 야구공 20개로 오승환의 등번호 21번을 구현한 사인볼 액자를 전달했다.

경기전 만난 오승환은 추신수 SSG 구단주보좌부터 감사를 표했다. 추신수는 앞서 오승환의 은퇴를 축하하는 커피차를 보냈고, 직접 통화도 나눴다고.

"각 팀마다 선물에 다양한 의미와 정성을 담아주시니 너무 감사하다. 새로운 기억들이 떠오르면서 순간순간 은퇴를 실감하고 있다"고 했다.

이숭용 SSG 감독은 "솔직히 난 오승환과는 안 좋은 기억밖에 없다. 매번 당하는 입장이라…가장 두려운 상대"라며 껄껄 웃었다.


끝판왕 은퇴 → 초보 아빠 오승환의 진심 "29개월 아들에 '야구선수'로…
10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와 삼성의 경기. 삼성 오승환 은퇴투어 행사가 열렸다. 오승환에게 개인적인 감사패 건네고 눈물 보인 KIA 최형우. 광주=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5.09.10/
"한국 야구를 이끌어온 레전드 아닌가. 은퇴라는 말에 '축하'를 붙이기가 쉽지 않은데, 정말 축하받을 만한 은퇴를 하는 선수라고 생각한다. 지금 모든 선수들이 존경하고 본받을만한 선배가 아닐까. 그렇기에 더욱 가치 있는 은퇴라고 생각한다. (조병현의 롤모델이란 말에)병현이가 오승환처럼 던질 수 있도록, 더 나아가 넘어설 수 있도록 내가 잘 관리하고 서포트하겠다."

전날 광주 KIA 타이거즈전 행사 때는 삼성 왕조 시절 간판 타자로 함께 했던 최형우가 직접 써온 고별사를 ?슈 중 울컥하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오승환은 "솔직히 놀랐다. 당황스러웠다. 그런 선수가 아닌데"라면서도 "그만큼 진심 아닌가. 저런 메시지를 직접 준비해오다니 너무 고마웠다. 나도 같이 울컥했다"며 멋쩍게 웃었다.


오승환은 최근 잃어버렸던 SNS 비밀번호를 찾았음을 알렸다. 레전드의 은퇴를 아쉬워하는 팬들의 DM(다이렉트 메시지)이 쏟아지고 있다고.


끝판왕 은퇴 → 초보 아빠 오승환의 진심 "29개월 아들에 '야구선수'로…
11일 대구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SSG 랜더스의 경기를 앞두고 오승환 은퇴 투어가 진행됐다. 대구=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5.09.11/
"모든 메시지를 다 읽어보진 못했지만, 어릴 때 아버지 손을 잡고 야구장에 와서 내가 던지는 모습을 본 야구 팬들이 정말 많더라. 그 어린 아이들이 지금은 성인이 되고, 아이 아버지가 됐다는 게 감동적이기도 하고, 나를 통해 1세대 2세대 3세대 야구를 향한 사랑이 이어진다고 생각하니 뿌듯하다. 내가 그런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는게 특히 기분좋다."

오승환은 불혹이 되던 2022년 1월, 뒤늦게 화촉을 밝혔다. 이번 은퇴투어에는 아내 김지혜씨, 그리고 아들 오서준 군이 항상 함꼐 한다. 아들 서준이는 이제 29개월이다.

그는 "결혼을 늦게 한게 아쉽다. 아내도, 아들도 내가 야구 잘하는 모습을 많이 보지 못했다"며 안타까워했다.

"아들은 아빠가 야구하는 모습을 떠올리기엔 아직 너무 어린 나이다. 아마 기억 못할 거다. 그래도 가족들과 함께 했다는 기록을 남기고 싶다. 나중에 크면 '너한테 아빠와 함께 한 이런 추억이 있었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


끝판왕 은퇴 → 초보 아빠 오승환의 진심 "29개월 아들에 '야구선수'로…
11일 대구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SSG 랜더스의 경기를 앞두고 오승환 은퇴 투어가 진행됐다. 대구=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5.09.11/
메이저리그에서는 한때 야구인 2세 출신 선수를 집중적으로 수집하던 토론토 블루제이스를 향해 '블러드볼(혈통볼)'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아버지만큼 위대한 선수가 되긴 쉽지 않겠지만, 아무래도 재능을 타고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자신의 힘들었던 선수 시절을 떠올리며 '아이에게 대물림하고 싶진 않다'고 말하는 선수들도 많다.

오승환은 아들을 야구선수로 키울 생각일까. 그는 "억지로 시킬 생각은 없지만, 하고 싶다면 시킬 생각이다. 아이가 열정을 갖고 하겠다는데 반대할 마음은 없다"고 했다.

"꼭 야구가 아니라도 언젠가는, 삶의 어느 부분에서든 힘든 시간을 겪게 될 거다. 내겐 그게 야구였을 뿐이다. 다른 일을 한들 쉬운 일이 있을까. 그저 서준이가 하고 싶은 일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반드시 야구가 아니라도 좋고, 혹은 야구를 해도 좋다."


끝판왕 은퇴 → 초보 아빠 오승환의 진심 "29개월 아들에 '야구선수'로…
11일 대구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SSG 랜더스의 경기를 앞두고 오승환 은퇴 투어가 진행됐다. 오승환이 조병현, 김광현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구=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5.09.11/

대구=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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