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은퇴 경기 하자" 아직도 수비 1등인데, 그는 왜 마지막을 자청했나[인천 인터뷰]

기사입력 2025-10-26 10:19


"오늘 은퇴 경기 하자" 아직도 수비 1등인데, 그는 왜 마지막을 자청했…
이벤트 경기를 마친 후 김성현 헹가래. 사진=SSG 랜더스

[인천=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사실상 마지막 장을 펼친 선수 생활. SSG 랜더스 베테랑 내야수 김성현이 플레잉코치로 첫 발을 뗀다.

SSG는 24일 내야수 김성현을 플레잉코치로 선임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SSG 구단은 성실한 태도와 신뢰받는 리더십으로 후배 선수들의 멘토 역할을 하는 김성현에게 2026시즌 플레잉코치직을 제안했고, 김성현이 이를 받아들였다.

김성현은 26일 출국하는 일본 가고시마 마무리캠프부터 수비 코치로 후배들을 지도하게 된다. 아직 단어 그대로 '플레잉코치'인 만큼 선수로서 옷을 완전히 벗은 것은 아닌데, 이제부터는 코치 역할에 좀 더 많은 비중을 두게 될 전망이다.

24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이벤트 경기 '섬곤전'은 김성현의 은퇴 경기 아닌 은퇴 경기가 됐다. 원래도 강한 어깨와 안정적 제구로 투수 대체 후보 1순위였던 그는 투수와 야수 포지션을 맞바꿔 출전하는 이날 경기에서, 팀의 마지막 투수로 1이닝을 책임졌다. 당초 최지훈이 곤팀의 마지막 투수로 나설 예정이었다가, 김성현에게 양보했다.

김성현은 "원래 선발을 나가고 싶었는데, 1이닝밖에 안던진다고 하길래 좀 더 극적인 상황에 나가고 싶었다. 오늘 기사도 났으니 은퇴 경기 한번 하자고 이야기 해서, 제가 마무리로 나서게 됐다"며 웃었다.


"오늘 은퇴 경기 하자" 아직도 수비 1등인데, 그는 왜 마지막을 자청했…
24일 취재진과 인터뷰하는 김성현. 사진=나유리 기자
투수로서의 자신감은 여전했다. 김성현은 "우리팀에서 제가 가장 잘 던진다"고 무표정으로 농담을 하면서 "저는 팔색조 투수다. 예상치 못한 변화구들을 보여드리겠다"고 호언장담했다. 김성현은 경기가 연장에 접어들면서 마지막 투수가 되지는 못했지만, 7회 등판해 1이닝을 무실점으로 잘 막아 녹슬지 않은 실력을 보여줬다.

김성현은 "아직 특별한 기분은 없다. 예전부터 생각은 하고 있었다. 아직 보직이 확실히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마무리캠프부터 코치로 가게 되는거니까 긴장이 좀 된다. 걱정도 되고, 애들에게 어떻게 말을 할까 이런 걱정이 조금 앞선다"고 고민을 내비쳤다.

이숭용 감독은 김성현을 비롯한 팀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베테랑 선수들에게, 평소에도 틈틈이 지도자로서의 생각이나 태도에 대해 이야기를 하곤 했다. 김성현은 "작년부터 그러셨었는데, 솔직히 처음엔 귀에도 안들어왔다. 그랬었는데 이제 시간이 지나고, 상황이나 여러 면으로 생각을 하게 되더라. 제 나름대로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었다"며 선수 생활을 접고, 코치로서 새로운 도전을 해보는 것에 대한 구상이 올해 더욱 명확해졌다고 밝혔다.


플레잉코치 변신 발표가 난 후, 후배들은 '이제 코치님이라고 부르겠다', '라커에 짐 빼셔야 하는 것 아니냐'고 놀렸지만, 이날 경기가 끝난 후 장내 마이크를 잡은 김광현이 플레잉코치 선언을 한 김성현에게 감사와 존경을 담은 코멘트를 남겼고 선수단 전체가 헹가래를 해주면서 제 2의 인생을 축하하는 이벤트가 있었다.

김성현은 스스로 그리는 이상적인 코치상이 있냐는 질문에 "제가 직전까지 선수였으니까, 선수 생각을 먼저 듣고 해야한다고 생각을 한다. 왜냐면, 뭔가를 알려줄때 상대방이 받아들일 준비가 안 돼있으면 안 받아들이게 된다. 자꾸 흘려 나간다. 잔소리밖에 안된다. 그런 걸 최대한 줄이려고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새출발을 향한 각오를 다졌다.


인천=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