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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충격적이다.
한화 김경문 감독은 이날 오후 열린 한국시리즈 미디어데이에서 엔트리 관련 질문에 "LG가 탄탄한 팀이라 투수 쪽 엔트리를 하나 늘렸다"고 설명했다. 야수 하나를 줄이고, 투수 하나를 늘렸다는 뜻. 투수를 늘렸으니 플레이오프 엔트리에 있던 엄상백은 살아남을 줄 알았다.
하지만 미디어데이가 끝난 후 발표된 엔트리에는 투수 김종수와 윤산흠이 포함돼 있었다. 엄상백과 외야수 권광민이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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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오프에서 불펜 투수로 주어진 기회가 마지막이었다.
엄상백은 플레이오프 2차전에 구원 등판, ⅔이닝 1안타(1홈런) 1볼넷 2탈삼진 2실점을 기록했다. 1-5로 지고 있던 9회초 1사에 등판, 이재현에게 볼넷을 내준 뒤 김태훈을 삼진으로 잡았지만 강민호에게 몸쪽 체인지업 승부를 하다 쐐기 투런 홈런을 허용했다. 한화가 9회말 2점을 추격하면서 엄상백의 9회 2실점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엄상백의 가을은 사실상 거기서 끝이었다. 한화 김경문 감독은 이후 공식석상에서 엄상백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좋은 이야기만 하자"며 말을 아꼈다. 결국 한국시리즈 엔트리 제외로 이어졌다.
엄상백은 올시즌 28경기 2승7패, 6.58의 평균자책점으로 크게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선발에서 불펜으로 기회를 줬지만 가을에 약한 징크스를 털어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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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비에서는 내야 안정에 크게 이바지 했다. 하지만 문제는 타격이었다. 올시즌 94경기 0.231의 타율에 그쳤다. 출루율 마저 0.287. 출루가 안되니 2020년 도루왕 출신일 정도로 빠른 발의 장점을 살리지 못했다. 39득점, 11도루에 그친 이유다.
문제는 가을야구 들어서 타격 부진이 더 심각해졌다는 점이다.
심우준은 플레이오프 5경기에서 13타수1안타(0.077)로 규정타석을 채운 한화 삼성 타자 16명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대주자, 대수비 요원으로 나올 만한 아쉬운 수치다.
한화는 KT 위즈 첫 통합 우승 당시 심우준의 활약에 마지막 기대를 걸고 있다.
심우준은 2021년 한국시리즈에서 15타수6안타 4할 타율로 공수에 걸쳐 맹활약 했다. 이런 기록을 보면 큰 경기에 심리적으로 약한 선수는 아니다.
다만 문제는 현재 타석에서 자신감이 너무 떨어져 있다는 점이다.
선구안이 좋은 편이 아님을 감안해도 존에서 벗어나는 공에 스윙이 많다. 맞히는 데 급급한 자신 없는 스윙 모습도 포착된다. 뚝 떨어진 자신감은 단기간에 회복되기 힘들 수 있다. 투수들이 초집중 모드로 타자 약점을 파고드는 큰 경기에서는 더욱 그렇다.
침체가 계속 이어진다면 벤치의 결단이 필요하다. 기다려줄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일단 무대가 바뀌는 만큼 우선 기회를 주되 여전히 타석에서 자신 없는 모습이 이어진다면 선발 제외도 고려해야 한다. 경기 후반 주루나 수비 강화 요원으로의 활용이 불가피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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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시나리오는 심우준이 각성해 2021년 모드로 공수주에 걸쳐 활약하는 그림이다. 26년 만의 우승도전에 필요한 힘 보탬. 그래야 한화가 거액을 투자한 보람이 있다.
큰 돈을 받은 선수는 부담을 이겨내고 돈 값을 해야 한다. 변명은 없다. 그게 바로 프로페셔널이다.
엄상백은 아쉽게 내년을 기약해야 하지만, 심우준은 올시즌 부진을 만회할 수 있는 큰 무대의 기회가 남아 있다.
한국시리즈 무대에서 반전의 활약을 펼치면 지금까지의 부정적 시선을 180도 바꿔놓을 수 있다. 끝이 좋으면 다 좋다.
그러니 독한 마음으로 타석에서 뭐라도 해야 한다. 한 마음 한 뜻으로 간절하게 도전하는 우승을 향한 짧은 여정. 기다려줄 시간이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