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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비싼 선수 잔뜩 데리고 우승한 게 뭐 대수라고.
그런데 올해는 매우 이례적인 결과가 나왔다. 로버츠 감독에게 단 한 명도 투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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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번 투표에서는 특이한 점이 하나 발견됐다. 월드시리즈 2연패를 달성한 로버츠 감독이 1위는 고사하고 3위표 한 장조차 얻지 못한 것이다.
매우 이례적인 상황처럼 보이지만, 알고보면 충분한 이유가 있다. 사실 이 투표는 정규리그 종료 이후에 진행된 것이다. 때문에 포스트시즌 결과는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즉, '월드시리즈 2연패 프리미엄'은 없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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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정규리그에서 보여준 팀 운영스타일과 성적만으로 '올해의 감독상'이 결정됐다는 뜻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로버츠 감독이 표를 얻지 못한 게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다. 또한 NL과 AL에서 모두 2년 연속 수상자가 나온 것도 이해가 된다.
우선 BBWAA는 '올해의 감독상' 투표 때 전체 시즌의 여정과 스토리에 초점을 맞춘다고 볼 수 있다. 우선 NL 감독상 팻 머피를 보자. 일단 머피 감독이 이끄는 밀워키는 정규시즌 97승65패, 승률 0.599로 MLB 전체 승률 1위를 찍었다. 여기서 일단 플러스 점수.
게다가 감동적인 반전드라마까지 찍었다. 밀워키는 시즌 개막 전부터 '약체'로 분류됐다. 월드시리즈 우승은 커녕 지구 1위에 대한 확신도 없었다. 실제로 7월 초까지 NL 중부지구 2위였다. 그러나 이후 무려 14연승을 기록하는 등 강력한 '후반기 질주'를 펼쳤다. 미디어가 좋아하는 '스토리 텔링'이 자연스럽게 갖춰졌다. 이런 분위기를 만들어내면서 결국 리그 최고승률까지 찍은 머피 감독에게 표가 쏟아지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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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 쪽도 상황은 비슷하다. 클리브랜드 가디언스를 이끈 보트 감독은 올해 극적인 역전 드라마를 펼쳤다. MLB닷컴은 '보트 감독은 시즌 도중 무려 15.5경기 차이를 뒤집으며 디트로이트 타이거즈를 제치고 클리블랜드를 AL 중부지구 1위로 올려놨다'며 '2024년 신인 감독으로 데뷔해 올해 여러 논란을 겪으면서도 결국에는 가장 큰 전세를 뒤집은 사령탑으로 박수를 받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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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열악한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불굴의 의지로 선수들을 이끌면서, 그 과정에서 감동적인 역전 드라마를 만든 '진정한 감독'으로 높이 평가한다는 걸 알 수 있다. 그 기준점에서 보면 로버츠 감독은 결코 '올해의 감독'을 받기 어렵다.
로버츠 감독은 올해 정규시즌에서 막강한 선수들을 동원해 지구 1위를 유지하다가 시즌 후반에는 추락을 막지 못하고 1위 자리를 내주기도 했다. 그나마 다시 1위를 탈환하고 정규시즌을 마쳤지만, 여기에 특별한 감동드라마의 요소는 별로 없다. 이러면 표를 받을 수 없다. BBWAA의 기준은 이렇듯 명확하다. 감동을 주지 못하면 표도 없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