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때문에 팀 분위기가…" 주장을 찾아가 고개 숙였다, 그때부터 반등했다

기사입력 2025-12-15 10:58


"저 때문에 팀 분위기가…" 주장을 찾아가 고개 숙였다, 그때부터 반등했…
14일 대구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과 SSG의 준PO 4차전. 8회초 무사 1루 SSG 정준재가 오태곤 안타 때 3루를 파고들고 있다. 대구=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5.10.14/

[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혼나기도 했고, 죄송하다고 말씀도 드리고 . 그러면서 조금씩 정신을 차린 것 같아요."

2026시즌 SSG 랜더스 '요주의 인물'은 내야수 정준재다. 2024년 대학 얼리 드래프트 신인으로 입단해 어느덧 3년차를 앞두고 있는 유망주. 드래프트 지명 순번은 5라운드 전체 50번이었지만, 정준재는 입단 첫해에 예상보다 빠르게 1군 출전 기회를 잡는 행운을 누렸다. 내야 유망주 육성이 필요했던 팀 상황과 주축 선수들의 부상 이탈로 기회가 만들어졌고, 그 시점에서 가장 두드러졌던 선수가 바로 정준재다. 입단 동기인 1라운더 박지환보다도 더 많이, 더 빨리 기회를 잡았던 이유다.

멋 모르고 신나게 야구했던 1년차 신인과, 2년차는 또 달랐다. 올 시즌 내내 리그 최하위 타격 지표를 달리면서 실수도 많았고, 고민도 많았던 정준재다. 이숭용 감독 역시 "준재가 잘해줘야 한다. 더 많은 걸 보여줘야 한다"고 기대를 걸면서도, 실수가 잦을 때는 과감하게 라인업에서 제외하면서 경쟁 구도를 만들었다. 기회가 결코 그냥 오지 않는다는 무언의 메시지였다.

정규 시즌 132경기를 뛰고도, 정준재는 일본 가고시마 마무리캠프에서도 쉬지 않고 강훈련을 소화했다. 이숭용 감독과 코칭스태프는 다음 시즌 정준재에게 공-수-주 모두 성장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슬라이딩 능력이 좋고, 도루 타이밍을 잘 잡는 정준재는 올 시즌 도루 37개를 성공시켰다.


"저 때문에 팀 분위기가…" 주장을 찾아가 고개 숙였다, 그때부터 반등했…
정준재. 사진=나유리 기자
조동화 작전·주루코치는 "올해 2할4푼을 쳤고, 출루율이 0.340였던 것을 감안하면 많이 한거다. 그래서 오히려 2할7~8푼만 치면 70도루도 할 수 있을 거라고 했다.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사랑의 채찍질을 했다.

새로 합류한 조동찬 수비코치도 정준재의 안정적인 수비 능력을 감탄했고, 임훈 타격코치나 야마사키 다케시 인스트럭터 역시 정준재가 타격적으로 지금보다 훨씬 더 성장할 수 있다고 가능성을 봤다.

이숭용 감독도 마무리캠프에서 훈련 모습을 지켜본 후 "준재는 정말 많이 늘었다. 수비는 많이 늘었고, 이제 타격을 업그레이드 시켜야 한다. 후반기에 보여준 모습으로는 내년에 충분히 욕심은 부려볼만 하다. 이제 3년차니 어느정도 올라온다고 본다. 만약 그렇지 않으면, 군대를 바로 가는 게 나을 것"이라고 냉철하게 진단했다.

정준재는 "이전에는 자신감도 없고, 손장난을 많이 치는 느낌이었는데 임훈 코치님께서 '그냥 신경쓰지 말고 막 돌리라고' 이야기 해주신다. 하체만 쓰면서 막 돌리라는 느낌으로 하다보니까 지금은 어떤건지 찾은 것 같다. 이제 비시즌 동안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나올 것 같다"고 했다.


야마사키 인스트럭터는 정준재의 유형에 맞는 일본 타자들의 스윙 영상을 휴대폰에 담아와 보여줄 정도로 열정적으로 지도했다. 정준재도 "인스트럭터님이 보여주신 선수도 저와 스타일이 정말 비슷한 유형이더라. 방향성을 가지고 훈련을 해야 한다. 너무 한 곳만 바라보지 말고 좀 넓게 봐야 한다고 이야기 해주셨다. 사실 감독님부터 코치님들까지 저에게 해주시는 말씀들이 다 같은 내용이다. 저도 어릴 때부터 들었던 내용이라 무슨 말인지 알고는 있는데, 막상 실전에서 잘 못하는 게 컸다. 이제는 최대한 그렇게 해보려고 노력하고, 지키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저 때문에 팀 분위기가…" 주장을 찾아가 고개 숙였다, 그때부터 반등했…
14일 대구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과 SSG의 준PO 4차전. SSG 정준재가 수비를 하고 있다. 대구=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5.10.14/
2025시즌 전반기는 야구 선수를 시작한 이후 가장 힘들었던 시기다. 타격은 거의 1할대를 맴돌았고, 연습했던 번트 실패나 수비 실책 등 여러 차례 실수가 나왔다. 선배들에게 크게 혼나기도 하고, 스스로도 멘털이 완전히 무너졌던 때다.

정준재는 "진짜 힘들었다. 거의 밑바닥에 있었는데, 어떻게든 좋은 생각을 하려고 해도 잘 안됐다. 선배님들도 이야기를 해주시는데, 그게 귀에 하나도 안들어오더라. 집중이 안돼서 실수도 많이 나왔다. 야구하면서 처음으로 멘털이 나간 시간이었다"고 돌이켰다. 예상보다 너무 먼 바닥에서 헤맨다는 느낌이 들면서 정신을 차리지 못했던 셈이다.

자신의 실책으로 경기 분위기가 넘어가고, 팀 분위기까지 이상해진다는 느낌을 받았을때. 그때 코치, 선배들의 말이 귀에 들어오고 가슴에 박히기 시작했다.

정준재는 "원정 숙소에서 조동화 코치님과 대화를 나누고, 저의 실수 때문에 팀적으로 분위기를 흐리는 경우도 있으니까 주장 (김)광현 선배님을 찾아갔다. 직접 가서 선배님께 제가 실수도 많이 하고 정신이 없었다. 집중을 못한 것 같다. 이제 더 잘할테니까 지켜봐달라고 말씀을 드렸다. 광현 선배님이 힘내라고, 계속 화이팅을 해주시니까 그때를 계기로 조금씩 멘털이 잡히고 살아나기 시작했다"고 김광현을 비롯해 애정이 담긴 쓴소리를 해준 팀의 고참 선배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후반기 다시 좋은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었던 이유도 결국 이런 팀 문화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저 때문에 팀 분위기가…" 주장을 찾아가 고개 숙였다, 그때부터 반등했…
14일 대구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과 SSG의 준PO 4차전. 8회초 무사 1,3루 SSG 박성한 안타 때 오태곤, 정준재가 홈을 파고들고 있다. 대구=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5.10.14/
내년은 스스로 승부를 걸어야하는 시점이다. 박지환, 이율예, 송영진 등 팀내 젊은 유망주들이 상무 입대를 확정지었고, 정준재는 안상현과 내야 경쟁을 해야 한다. 지금으로서는 내야 멀티 백업이 가능한 안상현보다, 정준재가 주전 2루수로 고정이 되는 것이 더 나은 그림. 그러기 위해서는 올해 같은 실수를 두번해서는 안된다.

정준재의 다음 시즌 목표도 '까다로운 타자가 되는 것'이다. 정준재는 "올해보다 무조건 잘해야 하는 게 맞다. 저의 장점을 자신있게 보여주고 싶다. 그리고 상대팀이 보기에 까다로운 선수가 되고 싶다. 솔직히 올해는 제가 느껴도 이 타자 딱히 어렵다는 느낌이 안들었던 것 같다. 그래서 내년에는 꼭 상대하기 힘든 타자가 되고 싶다"고 이를 악물었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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