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5 KBO 퓨처스리그 챔피언결정전 상무와 KT의 경기, 동료들을 맞이하는 상무 전미르. 고척=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5.10.01/
1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5 KBO 퓨처스리그 챔피언결정전 상무와 KT의 경기, 8회말 상무 전미르가 대타로 나서 타격을 하고 있다. 고척=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5.10.01/
1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5 KBO 퓨처스리그 챔피언결정전 상무와 KT의 경기, 8회말 상무 전미르가 타격을 하고 있다. 고척=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5.10.01/
[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경북고 시절부터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마냥 이도류(투타 겸업)를 꿈꿨던 남자. 그 꿈이 퓨처스나마 프로 무대에서 펼쳐진다.
국군체육부대(상무)에서 복무중인 전미르는 최근 KBO 공식 유튜브 채널과의 인터뷰에서 "박치왕 (상무)감독님께서 타자도 하라고 좋은 기회를 주셨다. 타석에 들어가는 매순간이 기억에 남는다. 감사한 마음으로 하루하루 살았다. 내년에는 투수와 타자 두개 다 하면서 증명해보겠다"고 다짐했다.
전미르는 경북고 시절 투타를 겸업하며 모교를 청룡기 우승으로 이끈 슈퍼스타였다. 그는 오타니처럼 프로 무대에서도 '이도류'에 도전하겠다는 야망을 숨기지 않았다.
오타니 센세이션 이후 김건희(키움 히어로즈) 등 프로 무대에서도 이도류에 도전한 선수들이 있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았다. 좋은 도전이었다고 볼 수도 있지만, 냉정하게 보면 선수의 의지를 존중한 결과 적지 않은 시간을 낭비하며 길을 돌아온 모양새가 됐다.
롯데 신인 시절 전미르. 스포츠조선DB
2024년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전체 3번)에 전미르를 지명한 롯데 자이언츠의 생각은 마찬가지였다. "투수로는 당장 1군 불펜이 가능하다. 타자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힘은 좋지만, 1군 무대에서 타자로 나서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 고교 시절 투수로 나서지 않을 때는 3루와 1루를 봤지만, 연습 시간이 많지 않았던 만큼 수비 역시 프로에선 초보 수준이라는 평가.
전미르는 데뷔 첫해 개막전 엔트리부터 이름을 올리며 주목을 받았고, 힘있는 직구와 대담한 볼배합을 앞세워 시즌초 신인상 후보로까지 떠올랐다. '배운지 1년도 안됐다'는 너클커브도 위력적이었다.
하지만 차차 프로의 벽에 부딪혔고, 6월 들어 팔꿈치 통증으로 이탈했다. 이후 이해 12월 토미존(팔꿈치 내측인대 재건) 수술까지 받았다.
토미존 직후 상무에 입단한 전미르는 투수로는 1년간 재활에 전념해야하는 입장. 타자로의 출전은 엔트리가 제한된 상무 입장에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전미르 역시 프로 입단 후에도 타자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않았고, 그 마음을 펼칠 기회가 온 셈이다.
롯데 신인 시절 전미르. 스포츠조선DB
오타니는 팔꿈치 재활을 하면서 메이저리그 홈런왕에 리그 MVP까지 거머쥐었지만, 그래서 한층 더 위대한 선수라는 평가를 받는다. 타격 과정에서 거듭 쌓이는 충격은 재활중인 팔을 걱정할 수밖에 없다. 자칫 악화되거나, 회복이 늦어질 수도 있다.
전미르의 수술도, 입대도 구단은 일단 만류하는 입장이었지만 선수 본인의 의지가 강했다. 만약 전미르가 입대를 미루고 재활에 전념했다면, 같은 기간 타자로 출전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김태형 롯데 감독은 전미르에 대한 질문에 "상무에서 왜 타자로 출전하는지 그 사정에 대해서는 모른다"며 불편한 내색을 보이기도 했다.
이미 입대한 이상 롯데의 손을 떠난 문제였다. 또 상무를 다녀온 선수들은 "성적 부담없이 나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어 좋다"고 입을 모은다. 전미르에겐 더욱 간절했을 기회였다.
전미르는 21경기에 출전, 타율 2할5푼(24타수 6안타) 2홈런 7타점을 기록했다. 예상대로 컨택은 다소 아쉬웠지만. 남다른 재능만큼은 증명했다. 특히 터질듯한 근육을 활용한 스윙은 투수에게 '걸리면 넘어간다'는 공포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1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5 KBO 퓨처스리그 챔피언결정전 상무와 KT의 경기, 8회말 상무 전미르가 스트라이크 아웃 낫아웃으로 물러나고 있다. 고척=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5.10.01/
토미존 수술을 받은 투수가 실전에 복귀하기까진 보통 1년에서 1년 6개월 정도 걸린다. 2024년 12월 수술을 받은 전미르가 2026년 '이도류'를 천명한 이유다.
전미르로선 어쩌면 자신의 '이도류'를 증명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전미르는 2026시즌을 온전히 상무에서 보낸 뒤 내년 11월 제대한다. 퓨처스무대에서나마 제대로 통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전역 이후 도전을 이어갈 희망이 있다. 뒤집어말하면 지금이 전미르에겐 일생일대의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