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리스마 허 재와 의외의 자율성, 그 상관관계

기사입력 2013-02-28 08:09


KCC 허 재 감독. 스포츠조선DB

KCC 허 재 감독은 좀 다르다. 현역 최고의 명장으로 꼽히는 모비스 유재학 감독과 KT 전창진 감독과는 다른 독특한 무언가가 있다.

카리스마가 넘치는 사령탑이다. 코트에서 불같은 성격과 선수단을 확실히 장악한다. 선수단을 완벽히 장악하는 측면에서는 유 감독이나 전 감독과 비슷하다. 오히려 허 감독이 더욱 강한 이미지도 있다. 흔히 허 감독에 대해 오해하는 한 가지. 자율성보다는 기계적인 농구를 할 것 같다는 선입견. 여기에 치밀한 계산보다는 강한 정신력을 바탕으로 한 '올드 농구'를 할 것 같다는 편견도 있다.

그러나 현실은 좀 다르다. 일단, 그는 의외의 '자율성'을 부여한다. 전태풍이 KCC에서 뛸 때 그랬다. 공격에서는 자유로운 옵션을 부여했다.

그는 27일 고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오리온스전에 앞서 '공격 DNA'에 대해 얘기했다. 그는 "지도자가 가르칠 수 없는 부분"이라고 했다. 타고난다는 의미.

박경상과 김효범은 논란이 많았던 선수들이다. 지난해 신인드래프트 4순위로 박경상을 뽑았을 때 "잘못된 드래프트"라는 평가가 많았다. 그러나 허 감독의 눈은 날카로웠다. "수비에 문제가 있고 프로에 적응하기 쉽지 않은 마인드도 있다. 하지만 공격력 하나 만큼은 훌륭하다"고 했다. 그 '공격력'을 보고 뽑았다. 그리고 공격에 대해서는 박경상에게 가타부타 말을 하지 않는다.

SK에서 트레이드된 김효범도 마찬가지다.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김효범에게 믿음을 줬다. 그가 부진하자, 허 감독은 "수비나 공격에서 세세하게 잘못된 부분이 있다. 일단 자신감을 키워줘야 한다. 때문에 김효범을 위한 패턴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할 정도다.

허 감독이 부여한 의외의 자율성, 그 실체다.

그러나 기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악착같다. 박경상이 올 시즌 최부경과 함께 최고의 신인으로 평가받는 이유가 있다. 허 감독은 "수비에서 잘못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꼼꼼히 지적한다. 김효범도 마찬가지다. 올 시즌이 끝난 뒤 더욱 혹독하게 조련할 것"이라고 했다. 실제 그의 공격력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은 수비와 프로적응의 마인드에 대해 어느 정도 준비했기 때문이다. 이 부분이 없으면 아무리 뛰어난 공격력도 프로무대에서 모래성에 불과하다. 이 부분을 허 감독은 잘 알고 있다. 당연히 허 감독 특유의 '군기'가 박경상에게 투영돼 있다. 박경상이 마음가짐을 다잡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 프로무대에 연착륙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기도 하다.


그의 농구철학은 매우 간결하다. '이기는 농구'다. 허 감독이 처음으로 지휘봉을 잡았을 때 우려했던 슈퍼스타 출신 지도자의 거품이나 허영심은 없다. 오히려 선수자질을 직관하고, 그것을 활용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선수들이 가지고 있는 그릇, 자질에 대해서는 인정하고 들어간다. 오히려 좋아한다. 그는 농담처럼 "성질은 더러워도 농구 잘하는 선수가 좋다"고 말하곤 한다.

의외의 자율성을 부여할 수 있는 그의 간결한 농구철학이다. 즉 선수가 가진 선천적인 장점을 극대화하는데 능한 지도자다. 반면 기본기에 대해서는 너무나 엄격하다. 박경상이 대표적인 예다. 허 감독은 "아직 박경상은 수비나 게임리드는 멀었다"며 "올 시즌이 끝나고 죽었다고 봐야 한다. 모자란 수비를 강화하는 특훈을 할 것"이라고 했다. 게임리드 역시 허 감독이 강조한 득점력과 함께 타고나는 부분이다. 이 질문에 그는 "그래서 올 시즌 내내 계속 주전으로 내보낸다. (임)재현이에게 '(박)경상이를 키워야 하니까 출전시간이 좀 줄어들어도 이해해라'고 말까지 해놨다"고 얘기했다.

'당근과 채찍'의 조화가 물 흐르듯 자연스럽다. 냉정하게 봐도 선수를 키우는데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다. 실제 경기에서도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되는 경우가 많다.

논란이 있지만, KCC는 올 시즌 리빌딩을 하고 있다. 장기적인 구단의 입장에서 어쩔 수 없는 리빌딩이다. 그리고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다음 시즌 KCC는 만만치 않은 전력을 갖춘다. 신인 빅3 중 한 명을 획득할 가능성이 높고, 하승진이 다음 시즌 막판 팀에 합류한다. 우승전력이 갖춰질 때, 허 감독이 부여한 의외의 자율성은 큰 힘이 돼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 허 감독의 지도력이 만만치 않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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