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랜드 3위 수성 방침을 결정한 사연

최종수정 2013-03-07 09:40

3일 인천 삼산체육관에서 2012-2013 프로농구 인천 전자랜드와 서울 SK의 경기가 열렸다. SK 김민수가 전자랜드 송수인(왼쪽)과 김상규 사이에서 리바운드볼을 쳐내고 있다.
인천=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3.03.03/



"그냥 3위로 가렵니다."

프로농구 인천 전자랜드는 올시즌 가장 특수한 상황을 맞고 있다.

모기업이 농구단 운영 포기 방침을 정함에 따라 한국농구연맹(KBL)으로부터 운영비 일부를 지원받아 버티는 중이다.

그래서 성적을 지상과제로 삼고 있다. 다른 인수기업을 찾기 위해서는 가능한 좋은 성적을 내야 관심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전자랜드는 현재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한 상태다. 앞으로 6강, 4강, 챔피언결정전의 관문이 남아 있다.

우선 6강부터 순조롭게 통과해야 지상과제에 성큼 다가설 수 있는 구조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전자랜드는 살짝 행복한 고민을 했다.

6강 플레이오프의 독특한 대진 방식 때문이다. 프로농구 6강 PO는 4-5위팀과 3-6위팀끼리 먼저 5전3선승제를 치른 뒤 4강에 직행한 1, 2위팀과 각각 4강전을 치르게 된다.

전자랜드는 6일 현재 29승19패로 4위 KGC(27승21패)와 2경기 차 앞선 3위를 달리고 있다. 엄밀하게 현실적으로 따져보면 4위로 내려가는 게 6강 PO에서 유리할 수 있다.


5위 오리온스와의 올시즌 상대전적에서 4승1패로 압도적인 우위를 보였기 때문이다. 반면 6위 후보군(KT, 동부, 삼성, LG)과의 맞대결에서는 삼성과의 4승2패가 가장 좋은 성적이었다.

지난해 6강 PO에서 KT에 덜미를 잡혀 아쉬움을 삼켰던 전자랜드로서는 이왕이면 확률이 높은 오리온스를 선택하는 게 능사일 수 있다.

하지만 전자랜드는 "사실 고민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일부러 4위를 노리고 싶은 생각은 벌써 접었다. 순리대로 3위로 정규리그를 마감하자고 마음을 비운 상태다"라고 말했다.

전자랜드가 이처럼 마음을 비운 데에는 3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4위 KGC가 3위로 치고 올라올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이다.

6위 후보군과의 맞대결에서 압도적 우위를 보였던 팀이 동부(5승1패)와 삼성(4승1패) 2개팀이기 때문에 3위로 올라가는 게 부담스럽다. 4위에 머문다면 만나게 되는 오리온스와의 상대전적이 3승2패였다.

더구나 KGC는 부상자가 많은 가운데 최근 양희종이 부상자 명단에 합류한데다, 주전급 선수들의 체력이 바닥을 보이고 있어 신인과 식스맨 위주로 남은 정규리그 일정을 치러야 하는 형편이다. 이같은 처지는 문태종과 주태수를 부상으로 잃은 전자랜드도 마찬가지다.

이로 인해 KGC가 앞으로 연승을 달리며 승수를 쌓을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희박하다. 특히 전자랜드는 KGC와의 올시즌 상대전적에서 3승2패로 앞선 데다 점수 득실차에서 +19이기 때문에 승률에서 동률을 기록해도 3위를 고수하게 된다. 실제로는 3경기 차 앞서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상금 욕심도 있다. 이번 시즌이 3위에게 주어지는 상금을 챙길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올시즌까지 1위팀 1억원, 2위팀 5000만원, 3위팀 3000만원의 상금이 지급된 뒤 다음 시즌부터는 3위팀 상금이 없어지는 대신 1위팀 2억원,2위팀 1억원으로 인상된다.

KBL의 원조를 받을 정도로 형편이 녹록지 않은 전자랜드로서는 3000만원의 상금도 소중할 수밖에 없다.

최근 불거진 승부조작 사건에 대한 부담도 없지 않다. 진행중인 검찰 수사 상황으로는 정규리그 순위를 확정한 뒤 남은 경기일정에서 승-패를 조작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흔히 정규리그 순위를 확정하면 선수들의 체력안배 차원에서 남은 일정에서 최선을 다하려고 하지 않는 게 프로 스포츠계 전반적인 전략이었다. 하지만 민감한 요즘 시기에 노골적으로 순위 조절에 들어갔다는 인상을 보이면 어떤 유탄을 맞게 될지 모른다.

전자랜드 김성헌 사무국장은 "4위로 내려가자니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기 때문에 순리대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