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연보다 빛나는 조연, 오리온스의 리더 조상현

최종수정 2013-03-29 10:44


지난달 1일 인천삼산체육관. 오리온스 추일승 감독은 한 베테랑 선수를 선발출전시켰다. 벤치를 지키기 일쑤였던, 경기당 출전시간이 10분이 채 안 된 노장 선수였다.

추 감독은 "나이가 제일 많은데 팀 운동 뿐만 아니라 개인 운동도 너무 열심히 한다. 이런 선수가 팀내에서 귀감이 되는 것 아닌가. 보상을 해줘야 한다고 생각해다"고 말했다. 선발출전은 그동안 혼자 흘린 땀의 보상이었다.

오리온스 주장 조상현(37)의 얘기다. 조상현은 주장이자 최고참으로서 오리온스를 이끌고 있다. 특히 2006~2007시즌 이후 6시즌 만에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오리온스로서는 산전수전 다 겪은 조상현의 경험이 큰 힘이다.

조상현은 아직도 팀 내에서 가장 먼저 나와 운동하고, 또 가장 늦게 퇴근하는 선수로 유명하다. 비록 역할은 백업멤버지만 여느 주전선수 못지 않게, 혹은 더하게 준비한다. 본인 스스로도 "준비 과정을 독하게 하는 편"이라고 말할 정도다.

정규시즌 막판 조상현의 역할은 점점 늘어났다. 한 방을 갖춘 해결사 역할을 하기에 아직 나이는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28일 고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4차전에선 3점슛 3개로 9득점하며 팀 승리에 힘을 보탰다. 특히 3쿼터 애매한 심판 콜로 6점차의 우세가 순식간에 사라진 상황에서 나온 3점슛, 그리고 3쿼터 버저비터로 분위기 반전을 이끈 주인공이었다.

조상현은 "3차전에서 승리한 뒤 확실히 분위기 전환이 됐다고 생각한다. 팀 분위기가 확실히 좋다. 부상중인 김동욱을 비롯해 모두가 하고자 하는 뜻이 강하다"며 웃었다.

1,2차전 패배. 통계적으로 보면 절대 4강 진출이 불가능해보였다. 하지만 오리온스는 3,4차전을 연달아 잡아내고 시리즈를 원점으로 돌렸다. 운명의 5차전에서 4강 티켓의 주인이 결정나게 됐다.

조상현은 "사실 1차전에서 패한 뒤 분위기가 다운된 건 확실했다"며 며칠 전 상황을 떠올렸다. 최고참으로서 무슨 말을 해줬을까. 그는 2차전 패배 후 후배들에게 당부의 말을 전했다.


"더이상 물러설 곳도 없다. 즐기면서 하자. 지고 끝나면 술 한 잔 하고 잊으면 된다. 3차전에서 이기면 분위기를 바꿀 수 있다." 경직된 선수들을 풀어줄 만한 한 마디에 팀은 강해졌다.

4차전에선 공격 뿐만 아니라 수비도 빛났다. 부상을 털고 돌아온 KGC 이정현을 효과적으로 봉쇄하면서 분위기를 뺏기지 않았다. 조상현은 "정현이 득점을 10점 밑으로 잡으면 우리가 유리한 경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정현이에 대해 연구를 많이 했다. 나 뿐만 아니라 (정)재홍이나 다른 선수들도 잘 해줬다. 로테이션에 집중해서 잘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추 감독의 '단순하게 가자'는 수비 작전이 오히려 먹혀 들어간 측면도 있었다. 복잡한 수비 패턴을 좀더 단순화하니, 로테이션이 원활하게 됐다. 특히 경험이 부족한 최진수는 3,4차전을 앞두고 부쩍 조상현의 방을 찾는 횟수가 늘었다.

조상현은 "요즘 진수가 방에 자주 온다. 수비적인 부분을 제일 많이 물어보더라. 우리 팀은 작전이 많은데 아무래도 진수가 2년차라 여러가지 로테이션을 도는데 어려운 것 같다. 최대한 많이 알려주는 편이다. 3,4차전 때 집중하다 보니 확실히 좋아졌다. 받아들이는 게 워낙 좋은 친구"라고 설명했다.

경험이 부족한 오리온스에 조상현의 존재감은 크다. 코트에서 한 방을 터뜨려주는 것뿐만 아니라 코트 밖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는 "항상 준비를 한다. 독하게 준비하다 보니 기회가 왔을 때 잘 되는 것 같다. 벤치에 앉은 다른 선수들이 본받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코트 안팎에서 후배들의 귀감이 되는 조상현,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르는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또 어떤 놀라운 모습을 보여줄까.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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