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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항중인 유재학 농구는 뭘까. 세가지 키워드로 정리하면 수비, 조직, 조화다. 2013 남자농구아시아선수권대회에 출전 중인 한국 농구대표팀이 4일 필리핀 마닐라 니노이아쿠이노 체육관에서 훈련을 했다. 유재학 감독이 열정적인 모습으로 선수들에게 전술을 가르치고 있다. 1차 조별예선에서 2승1패로 12강 조별리그에 진출한 대표팀은 5일 바레인과 경기를 치른다. /2013.08.04/ <마닐라(필리핀)=사진공동취재단> (스포츠조선)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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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학 농구'의 색깔은 뭘까.
'작은 거인' 유재학 감독은 현재 한국 남자농구대표팀을 이끌고 있다. 대표팀은 2013년 아시아선수권대회 조별예선을 통과해 12강 리그전을 치르고 있다. 조별예선 첫 중국전을 승리하면서 농구팬들의 식었던 가슴에 불을 지폈다. 대표팀의 목표는 최소 3위내 진입으로 내년 스페인 월드컵에 나가는 것이다.
유재학 감독은 선수 시절 가드였다. 부상으로 선수 생활을 일찍 마감했다. 하지만 그는 요즘 지도자로서 상종가를 치고 있다. 지난 시즌 모비스의 챔피언결정전 우승에 이어 대표팀에서도 철저한 준비로 선수들과 대표팀 관계자들 사이에 신망이 두텁다. 일부팬들은 유 감독을 농구판의 히딩크라고 부르기까지 한다.
수비
유재학 감독은 자나깨나 수비를 가장 우선시 한다. 소속팀 모비스에서도, 대표팀에서도 공격 보다 수비가 먼저다. 베테랑 센터 김주성(동부)은 "감독님이 항상 이런 말씀을 하신다. 수비를 열심히 하다보면 공격은 저절로 따라온다"고 말한다. 유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 전진 압박 수비로 중국을 무너트렸다. 장신 군단이 지난 1일 한국전에서 59점 밖에 넣지 못했다. 5일 바레인과의 12강 리그 첫 경기에선 상대 진영부터 전면 프레스(압박)를 가해 상대 선수들이 패스할 곳을 찾지 못하도록 꽁꽁 묶었다. 51점만 내줬다. 또 유재학 감독은 아시아 최고 센터 하다디가 버티고 있는 이란을 상대로 1-3-1 수비 포메이션을 사용해 재미를 보기도 했다.
그는 수비 농구를 옹호한다. 유 감독은 "농구가 꼭 80득점 이상 나와야 한다는 법은 없다. 타이트한 수비를 통해 상대에게 적은 점수를 주면서 승리하는 것도 충분한 재미가 있다"고 말한다.
조직
유 감독이 이런 수비 농구를 추구하는데는 이유가 있다. 한국엔 이란의 하다디나 중국의 이젠롄 같은 높이와 힘을 겸비한 확실한 센터가 없다. 이러다보니 센터가 없는 농구를 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높이와 힘을 앞세운 거친 농구에 고전할 때가 많다. 따라서 객관적인 전력이 센 팀과 공격적으로 맞붙어서는 승산이 낮을 수밖에 없다. 최대한 실점을 줄이는 게 우선이다.
그래서 유 감독은 한 명의 스타 보다 조직적인 움직임을 구상하고 패턴 플레이를 준비한다. 하다디나 이젠롄이 할 몫을 코트에서 뛰는 5명이 나눠서 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5명이 끊임없이 움직이고 매끄럽게 패스를 주고 받아야 한다. 경기전 준비한 수많은 패턴 대로 매끄럽게 돌아가야만 한 순간 득점 찬스가 생기게 돼 있다. 수비 패턴에서도 마찬가지다. 한명이 귀찮아서 상대 공격수를 느슨하게 풀어주면 실점할 가능성이 높다.
조화
또 유 감독은 선수단을 꾸릴 때 항상 '신구' 균형을 맞추려고 한다. 이번 대표팀을 구성할 때 베테랑 김주성의 발탁을 놓고 말이 많았다. 한살이라도 더 젊은 센터에게 국제 대회 경험을 주자는 의견이 나왔다. 하지만 유 감독은 큰 경기 경험이 많은 김주성이 꼭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대신 김종규(경희대 4학년) 이종현(고려대 1학년) 같은 앞길이 구만리 같은 젊은 센터도 뽑았다. 이번 대표팀 엔트리 12명엔 대학생 선수가 김종규 이종현 김민구(경희대 4학년) 문성곤(고려대 2학년) 최준용(연세대 1학년)까지 총 5명이다. 역대 대표팀에서 대학생의 비율이 이렇게 높았던 적은 없었다. 안준호 KBL 전무는 "유재학 감독의 이번 대표팀 구성이 매우 창조적이었다. 경험이 많은 선수와 젊은 선수의 조화가 돋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대표팀의 주장은 '유재학 농구'를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양동근(모비스)이 맡고 있다. 양동근은 유재학 감독 만큼이나 냉정한 승부사다. 흥분을 모르고 항상 차분하다. 중국전 승리로 술렁거릴 수 있는 팀 분위기를 빠르게 가라앉혔다. 대표팀은 순항 중이다. 매우 조화롭다.
마닐라(필리핀)=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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