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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오프에서 기세 싸움은 단순하지 않다. 전력 자체는 백짓장.
삼성에게 가장 두려웠던 부분은 KGC의 강한 압박이었다. 박찬희와 양희종 등 리그 최고 수준의 수비수를 가진 KGC다. 게다가 이정현과 김기윤, 그리고 나머지 선수들 역시 공격적인 움직임을 가지고 있다.
반면 삼성은 베테랑 주희정을 제외하면, 큰 무대 경험이 있는 가드들이 많지 않았다.
예전 모비스에서 공을 끌고 나갈 가드진이 없을 때, 유재학 감독은 5명이 모두 뛰는 패턴으로 하프라인을 통과한 바 있다. 전면 압박을 하면 필연적으로 앞선이나 하프라인에 에 두 명의 선수가 배치된다. 기습적인 더블팀을 위해서다. 여기에 스틸이나 패스미스를 노리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나머지 네 명의 공격자를 3명의 수비수로 막아야 한다는 점이다. 때문에 센터진이 하프라인까지 올라와주면, 그만큼 압박은 쉽게 해제할 수 있다. 게다가 라틀리프와 문태영은 지난 시즌까지 모비스의 핵심으로 활약했던 선수들이다.
그런데, KGC는 노골적으로 1쿼터부터 사용하지 않았다. 1쿼터 3분을 남기고 기습적인 하프라인 트랩 디펜스를 들어갔지만, 본격적으로 사용하진 않았다. 하지만 기세가 오른 2쿼터에서는 완전히 달랐다. 강한 활동력으로 2쿼터 4분30초를 남기고 하프라인 바이얼레이션과 스틸에 의한 U 파울을 얻어냈다. 삼성은 차근차근 준비했지만, 실전은 달랐다. 상대의 압박에 당황했고, 결국 드리블러는 순간적으로 고립됐다. 결국 실전과 연습은 다르다는 점을 절감했다. 시즌 내내 지적됐던 가드진의 약점이 중요한 순간 노출됐다. 결국 여기에서 승부는 결정됐다.
또 하나 중요한 부분은 수비의 좋은 흐름이 KGC의 강한 공격 흐름으로 연결된다는 점이다. 정규리그에서 KGC는 너무 공격적인 수비를 구사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정상적으로 수비를 해도 멤버 상 강한 수비를 할 수 있는데, 굳이 스틸을 노리면서 위험한 수비를 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였다. 공감할 만한 지적이었지만, 여기에는 또 다른 KGC의 노림수가 있었다. 정규리그에서 KGC는 찰스 로드와 마리오 리틀, 그리고 국내선수들의 공격에서 '단절 현상'이 있었다. 기본적으로 많은 활동폭을 가져가면서 공간을 창출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기 때문이다. 좋은 수비는 좋은 공격으로 연결된다. 모비스는 정규리그 막판 전면 압박으로 공격의 딜레마를 해결했다. KGC도 여기에 해당되는 부분이 있었다.
2쿼터 압박이 연달아 성공하자, 공격에서 흐름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여러 차례 좋은 패스와 공간 창출로 삼성의 수비를 완전히 무너드려 버렸다.
결국 KGC가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삼성을 예상을 깨고 96대71로 완파했다. 그 흐름의 시발점은 KGC의 전면 압박에 의한 공격 작업의 연속성이었다. 안양=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