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센터 라틀리프는 찰스 로드를 춤추게 한다?

기사입력 2016-02-26 15:42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 1차전 안양 KGC와 서울 삼성의 경기가 25일 안양체육관에서 열렸다. KGC 로드가 삼성 라틀리프의 슛을 블로킹하고 있다.
안양=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6.02.25/

라틀리프는 로드를 춤추게 한다?

안양 KGC와 서울 삼성 썬더스의 6강 플레이오프. 1차전은 KGC의 압승으로 끝이 났다. 하지만 아직 시리즈 전체 결과를 속단할 수는 없다. 27일 열릴 2차전 경기 결과에 따라 시리즈 향방이 어떻게 흐를지 모른다.

KGC가 96대71로 대승을 거둔 1차전 여러 관전 포인트가 있었지만, KGC 찰스 로드의 활약이 빛났다. 로드는 이날 경기 20득점 10리바운드를 기록하며 골밑을 지배했다. 눈에 보이는 기록으로는 20득점 16리바운드 5어시스트의 삼성 리카르도 라틀리프가 앞섰지만, 이날 경기 영양가를 따지고 보면 로드 80%, 라틀리프 20% 우세라고 해도 무방할 경기 내용이었다. 경기 승패가 사실상 갈린 전반 종료까지 로드는 14득점, 라틀리프는 3득점에 그쳤다. 라틀리프의 득점은 사실상 가비지 타임에 쌓인 득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사실 센터로서의 능력치와 활용도를 놓고 보면 냉정히 라틀리프가 로드에 근소한 우위를 점한다. 국내 10개팀 감독 모두에게 '앞선 선택권이 있다면, 두 사람 중 누구를 택하겠느냐'라고 하면 십중팔구 라틀리프가 선택될 것이다. 화려함은 로드가 앞서지만 공-수 안정성과 몸싸움 등에서 라틀리프가 더 낫다. 몸이 커도 스피드에서 크게 뒤지지도 않는다. 여기에 로드는 시즌 중반 불의의 사고로 여동생을 잃으며 슬럼프에 빠졌었다. 정규리그 종료 시점이 다가오며 조금씩 살아나는 듯 했지만 그 후유증은 상당했다. 그런 가운데 로드가 라틀리프를 상대로 투혼을 발휘하며 1차전 경기 분위기를 가져왔다. 수비에서 어떻게든 막아보려 기를 쓰는 모습이 보였고, 1대1 공격에서도 끝까지 집중력을 발휘하며 메이드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경기 시작 전 일찍부터 외곽슛 연습에 집중했는데, 골밑에서 힘으로 라틀리프를 이기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을 것이다. 이날 경기 초반 로드의 연속된 외곽포에 라틀리프가 흔들렸다.

그 어느 때보다 집중력을 발휘한 로드. 로드와 라틀리프의 관계가 재밌다. KGC 관계자는 이번 시리즈를 앞두고 "센터 대결에서 라틀리프의 우세를 점치는데, 우리는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로드가 라틀리프만 만나면 힘을 낸다. 지켜보라"라고 했다. 두 사람 모두 이제 한국이 친숙하다. 라틀리프는 2012~2013 시즌부터 울산 모비스 피버스에서 뛰며 최고 외국인 센터로 우뚝 섰다. 2010~2011 시즌부터 뛴 로드는 KBL 선배다. 한국에서 뛰는 외국인 선수들 사이에도 묘한 경쟁 심리가 있다고 한다. 라틀리프가 최고라는 평가를 받아도, 자신이 더 강한 선수라고 자부하는 로드 입장에서는 라틀리프만 만나면 기를 쓰고 경기를 한다는 것이다. 자신이 KBL 최고 센터라는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다.

일단 1차전은 로드의 압승. 과연 라틀리프가 2차전 자존심을 회복할 지 관심이 모아진다. 또, 로드가 2차전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을까.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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