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 벤슨의 사라진 반발짝, 시리즈 최대 변수

기사입력 2016-02-29 10:23


동부 로드 벤슨(가운데)이 오리온 애런 헤인즈(오른쪽)와 장재석과 리바운드 자리다툼을 하는 장면. 사진제공=KBL

오리온은 2연승을 거뒀다. 동부를 벼랑 끝으로 몰아넣었다.

정규리그 3위 오리온, 그리고 6위 동부. 결국 객관적 전력의 차이였을까.

하지만, 플레이오프는 좀 다르다. 전력만 놓고 보면, 경험과 기량 면에서 동부가 떨어지는 부분이 많지 않다. 오리온의 2연승. 결국 동부에는 허점이 있다. 핵심적 이유는 골밑 장악력이다.

로드 벤슨과 김주성의 완전치 않은 몸상태가 발목을 잡고 있다. 김주성의 경기력도 문제지만, 결국 벤슨의 '반 발짝'이 문제다. 오리온의 의도대로 6강 시리즈가 흐르고 있는 강력한 이유다.

양팀은 어떻게 보면 상극이다. 동부는 높이가 좋다. 오리온의 더블팀을 들어올 수밖에 없는 구조다. 벤슨과 김주성, 여기에 활동력과 파워까지 겸비한 맥키네스가 있다.

반면 오리온은 골밑 수비에 문제가 있다. 이승현이 버텨주지만, 헤인즈는 파워가 떨어지고, 장재석은 운동능력이 부족하다. 김동욱 최진수 허일영 문태종 등도 정상적으로 동부의 트리플 타워를 막을 순 없다.

때문에 오리온은 더블팀을 들어올 수밖에 없다. 하지만, 외곽에는 두경민과 허 웅, 3점포가 정확한 가드들이 버티고 있다.

물론 오리온은 풍부한 포워드진을 중심으로 한 미스매치 공격에 능하다. 헤인즈 역시 동부 입장에서는 정상적으로 막기 힘든 까다로운 카드다. 때문에 양팀의 장, 단점은 상극을 보인다. 결국 이런 분위기를 어떻게 이끄느냐에 따라 시리즈 향방은 흐를 수 밖에 없다. 여기에 경기가 잘 풀리지 않을 때 헤인즈와 조 잭슨의 단절 현상은 심화된다. 이 부분을 어떻게 이끌어내느냐가 동부의 숙제다.


중요한 것은 경기 템포다. 동부가 높이를 중심으로 더블팀이 들어왔을 때 외곽 3점포가 터지면, 오리온 입장에서도 제어가 쉽지 않다. 오리온은 공격에서 일정한 리듬이 있다. 잭슨과 헤인즈의 테크닉을 중심으로 풍부한 포워드진이 결합되면 공격에서 매우 강력한 휘발성을 보인다. 느린 경기 템포는 동부가 오리온의 이런 공격 특성을 제어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효과적인 도구다.

'느린 경기 템포'로 착실한 경기를 위해서는 벤슨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공격에서 더블팀이 들어올 때 순간적 판단에 의해 골밑을 우겨넣거나, 패스를 빼줄 수 있다. 게다가 공격 리바운드를 잡아내며 오리온의 수비를 허탈하게 만들 수 있다. 또 하나, 수비에서 오리온은 코트를 잘라서 2대2, 혹은 순간적인 컷-인 등으로 포워드진의 미스매치를 활용한다. 하지만, 벤슨이 골밑에 버텨주면서 효율적인 가로, 세로 수비를 하면, 오리온의 주요 공격 루트인 포워드진의 미스매치 오펜스를 제어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헤인즈와 잭슨의 개인기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결국 시너지 효과가 완전치 않은 헤인즈와 잭슨의 '단절 현상'을 만들 수 있다. 동부 김영만 감독이 2차전을 앞두고 "템포를 최대한 느리게 가져가면서 오리온의 속공을 제어하겠다"고 말한 핵심적 이유다.

그런데 벤슨은 고질적인 발바닥 부상을 안고 있다. 평발로 족저건막염 비슷한 그의 부상은 사실 발이 충격을 견디지 못하면 양 옆에 극심한 통증을 유발한다. 때문에 활동력 자체가 현격히 줄어들었다. 1, 2차전 그의 경기력을 보면 알 수 있다. 문제는 가로 수비다. 수비 폭이 좁아지다 보니, 제대로 순간적인 오리온의 돌파에 대해 체크하지 못한다.

결국 오리온은 헤인즈와 잭슨을 중심으로 2대2, 3대3 공격을 마음껏 한다. 벤슨의 수비 공간이 좁기 때문에 순간적인 골밑 돌파가 언제든지 가능하다는 가정을 깔고 공격을 펼친다. 김주성이 커버해줘야 하지만, 김주성 역시 수비폭이 줄어들긴 마찬가지다.

2차전 4쿼터 중반 4점 앞선 오리온 이승현이 제대로 오픈 3점 찬스가 났다. 벤슨이 외곽까지 나가지 못했다. 그의 몸상태를 볼 때 무리였다. 결국 어떤 제지를 받지 않은 상황에서 이승현은 깨끗하게 3점포 2방을 꽂아넣었고, 사실상 경기는 끝이었다.

오리온은 수비에서 벤슨에게 항상 더블팀이 들어온다. 벤슨의 최대 강점 중 하나는 골밑 더블팀 수비를 받으면서도 득점과 패스를 동시에 할 수 있는 노련함을 가졌다는 점이다. 즉, 상대 더블팀이 미세한 약점이 나오면, 그대로 골밑을 돌파하고, 그렇지 않으면 최대한 수비를 끌어당겨 외곽 오픈 찬스를 내준다. 그런데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벤슨은 더블팀이 들어왔을 때 득점이 거의 없다. 패스 타이밍 역시 반 박자씩 살짝 살짝 늦다.

게다가 포스트 업에서 자리를 잡을 때 골밑 깊숙히 잡지 못한다. 불편한 발이 골밑 자리 싸움에도 악영향을 준다. 결국 이런 동부의 골밑 공백을 오리온은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결국 1, 2차전 모두 동부는 템포 조절에 실패한 채, 상대의 거센 흐름을 끊어주는 효율적인 골밑 공격이 사라졌다.

동부 벤슨은 반 발짝이 사라졌다. 그로 인해 오리온이 얻는 부과적인 효과는 너무나 많다. 오리온의 의도대로 시리즈가 흘러가고 있다. 동부 입장에서는 3차전 극적 반전이 필요하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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