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분석] 에밋과 헤인즈, PO 4강 왜 에이스 시리즈인가?

기사입력 2016-03-03 14:36


가위 바위 보 게임이었던 6강 PO 시리즈. 하지만 4강은 좀 다르다. 에이스 시리즈다. 특히 KCC와 KGC는 안드레 에밋을 어떻게 막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6.02.21/

결국 오리온과 KGC가 살아남았다. 이제 플레이오프(PO) 2라운드, 4강전이다.

정규리그 1위 KCC, 2위 모비스가 준비를 끝낸 채 기다리고 있다. 6강전의 화두는 '외곽 vs 골밑'이었다. 두 시리즈가 모두 그랬다. 마치 '가위 바위 보 게임'을 연상시키는 독특한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KGC와 오리온은 강한 외곽을 앞세워 경기를 주도했다. 결국 골밑에 강점이 있는 삼성과 동부를 잡았다. 삼성은 KGC의 강한 외곽 압박에 고전하면서 승기를 놓쳤고, 동부는 정상 컨디션이 아닌 김주성과 로드 벤슨의 수비 활동력이 떨어져, 오리온의 강력한 포워드진의 미스매치 공격을 끝내 막지 못했다.

4강의 화두는 뭘까. 가장 강력한 키워드는 '절대적 에이스'다. KCC는 안드레 에밋, 오리온은 애런 헤인즈가 있다. 단기전, 클러치 상황에 꼭 필요한 한 골을 가장 확률 높은 공격으로 책임질 수 있는 절대적 에이스. 모든 출발점이 나오는 지점. KGC와 모비스의 절대 과제는 그들을 어떻게 막느냐다.

안드레 에밋 시리즈

KGC는 정규리그 1위 KCC와 만난다. 전력 차이는 그렇게 크지 않다. KGC는 까다로운 상대 삼성을 3승1패로 물리쳤다. 실전감각과 함께 충분한 휴식시간을 보장받았다. 슈터 전성현의 재발견이라는 수확도 거뒀다. 전체적인 선수구성이나 공수의 밸런스만 따지면, KCC에 전혀 뒤지지 않는다.

문제는 KCC 에이스 안드레 에밋이다. 기본적으로 클래스가 다르다. 외국인 드래프트 직전부터 모든 관계자들이 "클래스가 다른 단신 외국인 선수가 있다"고 평가했다. 순수한 테크닉만 놓고 보면, 절대적이었다.

올 시즌 29분25초를 뛰면서 25.7득점, 6.7리바운드, 2.8어시스트를 기록했다. 1.1개의 스틸을 곁들였다. 양동근이 정규리그 MVP를 수상했지만, 최우수 외국인 선수상이 없었다면 에밋이 실제적인 정규리그 최우수 선수가 됐을 거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테크닉 자체가 남다르다. 자유자재의 드리블로 좌우를 가리지 않고 돌파한다. 이를 뒷받침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두 가지다. 국내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숄더 페이크를 쓰는데다, 퀵 & 슬로우의 헤지테이션(hesitation) 드리블 리듬이 몸에 배여있다. KGC의 고민은 마땅한 수비수가 없다는 점이다. 양희종이라는 걸출한 수비수가 있지만, 삼성 문태영과는 또 다른 유형의 공격수가 에밋이다. 빠르고, 유연한데다, 파워까지 겸비해 양희종도 당할 수밖에 없는 공격수다. 물론 하나의 미세한 약점이 있다. 상대적으로 외곽슛 능력이 떨어진다. 3점슛 성공률은 32.0%. 슈팅 폼도 좋지 않다. 한 차례 조준 자세를 취한 뒤 슛을 쏜다. 타점 자체가 매우 낮고, 릴리스 시간이 길다. 때문에 확실한 오픈 찬스가 아니면, 외곽슛을 시도하지 않는다. 이런 약점을 모든 팀이 알고 있지만, 여전히 에밋을 막지 못한다. 떨어뜨려서 수비하는 '새깅 디펜스'를 구사하지만, 에밋은 득점과 패스가 자유자재인데다 워낙 돌파력이 좋기 때문에 득점을 제어하기 힘들다.

KGC는 부분적으로 에밋의 3점슛 체크는 포기한 채 멀리 떨어진 뒤 트랩을 설치할 수 있고, 6강 전에서 재미를 봤던 이정현 전성현 등 두 명의 슈터를 투입, KCC의 약한 외곽 수비를 공략하면서 맞불을 놓을 수 있다. KGC 김승기 감독은 "에밋 봉쇄가 관건이다. 정규리그 때와는 다른 전술을 쓸 것"이라고 했다. 구체적으로 언급하진 않았다.


고양 오리온과 원주 동부의 2015-2016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 1차전 경기가 26일 고양실내체육관에서 열렸다. 오리온 헤인즈가 동부 맥키네스의 골밑돌파를 블록슛으로 저지하고 있다.
고양=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6.02.26/
복수혈전 애런 헤인즈

헤인즈는 모비스에게 철저하게 당했던 기억이 있다. 2012~2013 시즌 당시 헤인즈는 SK를 이끌고 챔프전에 올라갔다. 하지만, 모비스의 '헤인즈 봉쇄'에 꼼짝없이 당했다. 기본적으로 골밑 1.5m 지점에서 볼을 잡거나 드리블을 치면, 예리한 타이밍의 더블팀이 왔다. 당시 모비스는 헤인즈가 좌우 사이드에서 볼을 잡을 때, 엘보우 지역(자유투 라인 양쪽 끝)에서 볼을 잡을 때를 구분 끊임없이 효율적인 더블팀을 들어갔다.

결국 헤인즈는 팀 동료들과 단절된 플레이를 펼쳤고, SK는 4전 전패로 모비스에게 우승컵을 내줬다.

그리고 3년이 지났다. 헤인즈는 오리온으로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3년 전과는 상황이 좀 다르다. 그에게는 훨씬 더 강인한 조력자들이 많다. 일단 골밑에서 수비와 리바운드 등 궂은 일을 하는 이승현이 있고, 김동욱 문태종 허일영 최진수 등이 버티고 있다. 여기에 6강에서 무난한 조화를 보였던 가드 조 잭슨도 있다.

모비스는 여전히 강하다. 하지만, 전력 자체가 3년 전보다는 약화된 부분이 있다. 모비스는 정규리그, 변수를 최소화하면서 강력한 조직력으로 4강 직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하지만 4강 플레이오프는 전력 자체가 극대화되는 시리즈다.

여전히 핵심은 헤인즈다. 물론 모비스 입장에서는 더욱 골치가 아프다. 3년 전 헤인즈만 막으면 SK의 공격 메커니즘을 와해시킬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헤인즈를 봉쇄함과 동시에 미스매치를 유발하는 오리온의 풍부한 포워드진까지 견제해야 한다. 헤인즈를 1대1로 막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고 더블팀을 들어가면, 오리온의 풍부한 포워드진의 소나기 슛과 잭슨의 돌파를 제어하기 힘들다. 변형 지역방어를 쓸 가능성이 높은데, 여전히 불완전하다.

결국 모비스 입장에서는 헤인즈와 잭슨,그리고 포워드진의 단절 현상을 노리는 세밀한 게임 플랜과 수비방법을 쓸 가능성이 높다. 또 골밑의 강한 압박을 통해서 수비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 과연 헤인즈가 3년 전 복수혈전을 할 수 있을까. 상대는 3년 연속 챔피언에 오른 '조직력의 끝판왕' 모비스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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