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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SK가 짜릿한 드라마를 연출하며 연패 탈출에 성공했다.
'통신사 더비'. 두팀간 자존심 대결을 떠나 더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있었다. 디펜딩챔피언 SK의 10연패 탈출 여부였다. 10연패는 올시즌 최다 연패 타이기록(오리온)이었다.
28일 만에 승리를 챙긴 SK에겐 그야말로 피말리는 승부였다. 온갖 우여곡절을 뚫고 이뤄낸 승리라 더욱 값졌다.
하늘도 무심한 것일까. 갈 길 바쁜 SK는 경기 초반부터 지독한 불운을 맞았다. 상대의 연속 3점포에 얻어맞으며 4-11로 끌려가던 1쿼터 종료 5분18초 전 부상에서 복귀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안영준이 쓰러졌다.
안영준 대신 변기훈이 투입됐다. 한데 이게 웬걸. 교체 투입된 변기훈이 불과 47초 만에 넘어졌다. 수비 과정에서 달려가던 중 김선형을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얼굴끼리 충돌했다. 변기훈 역시 한동안 코트를 떠났다.
같은 팀 선수끼리 접촉하면서 발생한 부상이라 SK 문경은 감독은 환장할 노릇이었다. 그런가 하면 1쿼터 종료 1분12초 전에는 최준용이 넘어지면서 왼쪽 다리를 절어 가슴을 철렁하게 하기도 했다.
이처럼 어수선한 상황에서 SK의 경기가 순조롭게 진행될 리 만무했다. 1쿼터를 17-23으로 뒤진 SK는 2쿼터 들어서도 깜짝 활약을 펼친 KT 김현민에게 속절없이 당하며 32-41로 벌어졌다.
김현민은 이날 전반에만 15점을 쓸어담으며 개인 통산 전반 최다득점 기록을 달성했고 올시즌 개인 최다득점까지 일찌감치 달성했다.
하지만 3쿼터는 양상이 달라졌다. SK의 추격이 제법 매서웠다. 간판 가드 김선형의 리딩 능력과 해결사 본능이 살아나면서 KT를 무섭게 압박했다. 김선형은 3점슛 1개를 포함해 3쿼터에만 17점을 몰아쳤다.
하지만 SK는 중요한 순간에 턴오버를 자꾸 범하면서 흐름을 스스로 끊은 게 아쉬웠고, 외국인 선수 효과도 누리지 못했다. 그나마 김선형의 고군분투로 53-59까지 쫓아간 것은 다행이었다.
KT는 4쿼터 초반 큰 위기를 맞았다. 파울 트러블에 걸린 김현민은 4쿼터에 투입하지 못한 가운데 마커스 랜드리마저 아스카와 리바운드 경합 중 루즈볼 파울로 4반칙이 됐다.
이런 약점을 베테랑 김선형이 놓치지 않았다. 김선형은 55-59로 뒤져있던 종료 8분16초 전 과감한 돌파에 이어 랜드리를 앞에 두고도 자신있게 떠올라 추가 득점에 성공했다. 올시즌 한 경기 개인 최다 득점(25점)을 기록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김선형의 활약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경기장이 떠나갈 듯 후끈 달아오르게 한 것은 종료 3분여 전부터였다. 3분19초 전 김선형이 왼쪽 외곽에서 3점포를 성공시켰다. 66-69. 이어 2분55초 전에는 골밑슛을 성공하며 68-69 턱밑까지 추격했다.
그러자 40초 뒤 아스카가 추가골을 넣으며 이날 처음으로 역전에 성공했다. 엎치락 뒤치락 손에 땀을 쥐는 순간이 계속 이어질 즈음. 김선형이 다시 나섰다. 51.6초를 남기고 고감도 장거리포를 성공한 김선형은 27.5초 전에도 레이업을 얹어올리면서 77-75 승리를 눈 앞에 두는 듯 했다.
하지만 KT 랜드리가 15초 전 재동점에 성공하면서 결국 승부는 연장으로 넘어갔다. 정규 4쿼터까지 김선형은 무려 37득점(4어시스트)을 하며 데뷔 이후 최다득점 기록을 달성했다.
연장 승부는 한층 뜨거울 수밖에 없었다. 종료 39.9초 전 김현민의 슈팅으로 87-90을 뒤진 SK의 패색이 짙어질 듯했으나 김선형이 34초 전 곧바로 2점슛으로 응수하며 1점차로 따라붙었고, 종료 3초 전에 레이업에 이은 파울 자유투를 얻어냈다. 김선형은 비록 추가 자유투에 실패했지만 리바운드에 성공하면서 영화같은 승부를 마무리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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