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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기대되는 변준형의 새 시즌.
결과는 88대75 KGC의 완승. 경기 내내 KGC가 강호 SK를 압도했다. SK는 지난 시즌 정규리그 MVP 최준용과 공-수에서 맹활약한 안영준의 공백을 메우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SK가 부족한 것도 있지만, KGC가 잘한 부분도 인정해야 한다. 김승기 감독이 떠나고, 김상식 감독이 새로 부임하며 특유의 '머리 박고 하는 농구'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이 있었는데, 오히려 KGC 선수들은 열심히 하는 모습은 여전히 온 데 간 데 없었다. 상대보다 여유 넘치는 플레이가 더해져 편하게 경기를 풀어나가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포지션 맞대결 상대 SK 스타 김선형에도 밀렸다. 김선형은 18득점 7어시스트를 기록했다.
하지만 단순 기록만으로 변준형의 활약을 평가할 수 없는 경기였다. 가드로서 몇 단계 업그레이드 된 농구를 했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표현하면 힘이 확 빠졌다고 할까.
변준형은 화려한 개인 기술을 보유했지만, 무대포처럼 공격만 하는 스타일의 선수였다. 슈팅, 돌파에 있어 무리한 플레이를 하며 팀 조직력을 깨뜨리는 경우가 있었다. 김승기 감독에게 늘 지적을 당한 부분이었다. 특히, 지난 시즌은 처음으로 포인트가드 포지션에서 경기를 하며 시행착오를 거쳤다. 변준형은 대학 시절부터 주로 슈팅가드 포지션에서 활약했다.
하지만 김 감독이 떠나니, 내가 원래 이런 선수였다는 것을 보여주기라도 하고 싶었던 것일까. 이날 변준형은 공격보다 팀 리딩에 집중했다. 특히, 오세근과의 2대2 플레이는 일품이었다. 원래는 돌파를 하면 골대로 돌진하는 선수니, 상대 선수가 그쪽으로 몰릴 수밖에 없는데 변준형은 이날 영리하게 비어있는 동료들을 찾았다.
그리고 공격이 필요할 때는 3점도 던지고, 돌파도 했다. 포인트가드라고 공격을 하면 안된다는 게 아니다. 이날은 리딩과 공격 비율이 아주 이상적이었다.
선수 입장에서는 득점이 많아야 자신의 가치가 올라가고, 연봉도 높아진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변준형은 이날 득점 없이도, 자신이 얼마나 주목을 받을 수 있는지 알았을 것이다. 공격에 많은 지분을 차지하던 전성현(고양 캐롯)이 빠져 자칫 빡빡할 수 있었던 KGC인데, 변준형이 이런 경기만 보여준다면 그 공백이 느껴지지 않을 듯 하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