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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박경상 칭찬해."
그 비결 중에 하나가 전 감독의 '칭찬 요법'이다. 그것도 넌지시 띄워주는 게 아니라 화끈한 그의 성격에 맞게 대놓고 "OOO 선수를 추천한다"며 '칭찬 로비'를 한다. 3라운드 상승세를 달릴 때는 허 웅을 지목하며 "팀 분위기 중재 역할도 잘 하고, 친아들처럼 예쁜 친구다"며 라운드 MVP(최우수선수)로 공개 추천까지 했다. 4라운드 첫 경기였던 지난 3일 고양 캐롯전(79대72 승)에서는 연패 위기의 팀을 구한 이승현을 향해 "너무 오랜 시간 출전시킨 감독을 미안하게 만들 정도로 너무 열심히 뛰어준다. 진짜 일등공신"이라고 '엄지척'을 했다.
전 감독의 '칭찬 리스트'에 또 한 명 추가됐다. 지난 10일 수원 KT와의 경기(79대60 승)를 마친 뒤 리스트에 오른 이는 식스맨 박경상(33)이었다. 다소 의외의 인물이다. 이날 경기 기록지를 보면 20득점-20리바운드-4어시스트로 맹활약한 라건아를 비롯해 허 웅(19득점-7어시스트-5리바운드) 이승현(12득점-5리바운드) 등 에이스들의 스탯이 좋아보였다.
하지만 전 감독은 '숨은 인재' 발굴하듯 박경상을 꼽았다. 박경상은 이날 식스맨으로 20분50초를 뛰며 12득점(3점슛 3개)-2어시스트로 이번 시즌 개인 최고 활약을 했다. 전 감독은 "힘들고 어려울 때, 점수차를 벌려야 되는 상황에서 3점슛을 넣어준다. 수비도 너무 잘 해줘서 대승할 수 있었다. 경상이 칭찬 좀 많이 해달라"고 말했다.
KCC가 최근 '필리핀 선수 영입 없음'이란 당초 방침을 바꿔 가드 캘빈 에피스톨라(26)를 영입한 것도 깊은 1번 고민을 덜기 위해서다. 그런 KCC에 희망을 안겨주기 시작한 이가 박경상이다.
2012~2013시즌 KCC에서 데뷔한 박경상은 비운의 선수였다. 데뷔 시즌 평균 10.1득점-3.2어시스트로 대형 신인 탄생을 예고했지만 다음 시즌 김태술과 김민구가 합류하면서 '비운'이 시작됐다. 설 자리를 잃은 박경상은 군대를 다녀와서도 전성기 기량을 회복하지 못했고 울산 현대모비스, 창원 LG,원주 DB를 전전하다가 작년에 KCC로 돌아왔다. 딱히 받아주는 팀이 없어 마지막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이었다. 연봉은 3500만원, 신인 선수(5500만원)보다 적은 리그 최저였다. 입단 당시 박경상은 전 감독에게 "연봉에 연연하지 않겠다. 백의종군,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운동을 더 할 수만 있다면 감사하다"고 부활 의지를 다졌다고 한다.
박경상은 그 약속을 지켜나가는 중이다. 시즌 총 25경기 평균으로 보면 3.8득점-1.1어시스트-1.6리바운드로 그저 그런 듯 하지만 그동안 평균 13분37초를 소화하며 허 웅 등 주전들의 체력 부담을 덜어왔다. 특히 적지 않은 나이에도 악착같은 수비로 강한 상대팀 가드들을 무력화시키는데 숨은 공로자였다. "다시 농구를 해보겠다고 우리 팀에 와서 고생 많이 했다. 연봉을 고려하면 '특A'급이다. 성장하고 팀에서 자리잡는 걸 보면 대단하다"는 전 감독의 칭찬은 '립서비스'가 아니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