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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스포츠조선 류동혁 기자] 코트 안에서는 냉철하다 못해 '냉혈한' 같은 승부사다. 승리에 필요한 모든 조건을 철저하게 계산한 뒤 선수들을 독려하고, 수많은 변수를 제거한다.
그런데 의외로 눈물이 많다. 특히 4년 전 임영희 우리은행 코치가 은퇴할 당시 위 감독은 인터뷰 장에서 오열했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경기가 끝난 뒤 BNK 박정은 감독과 악수할 때 그의 눈시울은 붉어져 있었다.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우리은행이 또 다시 통합 우승을 차지했다. 5년 만이다.
그는 시즌 전 강력한 결단을 내렸다. 김소니아를 신한은행에게 주고 김단비를 데려왔다.
위 감독은 "김단비를 영입하면서 부담이 됐다. 김단비도 부담이 됐고, 나도 많은 부담이 있었다. 결과가 잘 나와서 정말 다행이다. 그런 부담감을 내려놔서 상당히 기쁘다"고 했다. 또 "김정은은 가장 중요할 때 최고참으로 모범이 됐다"며 "박지현도 생각보다 더 좋아진 것 같다. 본인이 많이 힘들어했는데, 잘 참고 이겨냈다. 더 대성할 수 있는 선수다. 김단비와 김정은이 잘했지만, 나에게 최고 MVP는 박혜진이다. 몸 상태가 좋지 않은데 힘들다고 하지 않고 모든 헌신을 다했다"고 했다.
그는 "우승은 운이 좀 따라야 한다고 생각했다. 박혜진 등 주축 선수들이 부상이었는데, 운이 좋게 브레이크 기간이 걸렸다. 사실 정규리그 우승도 쉽지 않았을텐데, 그런 운도 뒷받침이 됐다"고 했다.
위 감독은 BNK에 대해서 높은 평가를 내렸다. 그는 "박지수의 공백이 길어지면서, BNK가 치고 올라올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이소희가 저렇게까지 성장할 지는 몰랐다. 무시할 수 없는 팀이 됐다. 2차전도 김한별이 부상이 아니었다면 이긴다고 장담할 수 없는 경기였다. 베테랑들이 많기 때문에 경기의 피로도를 무시할 수 없었다. BNK 선수들이 정말 많이 성장했고, 마냥 어리게 보이지 않는다. BNK 선수들이 대단하다고 칭찬하고 싶다"고 했다.
그동안 우리은행 우승 세리머니의 트레이드 마크는 '구타 세리머니'였다. 한 시즌 위 감독에게 많은 질책을 받은 만큼, 우승 직후에는 선수들이 마음껏 위 감독을 밟게 해 줬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뿅망치와 물총을 맞았다.
위 감독은 "이제 나이가 있으니까, 때리지는 않는 것 같다. 이런 날은 어떤 세리머니를 하든지 좋다"고 했다. 인터뷰장에 들어오면서 웃 매무새를 고쳐입은 위 감독은 "살다살다 별 세리머니를 다하네요"라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그는 "가족들에게 우선 감사하다. 시즌이 끝났으니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도록 하겠다"고 했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