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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못먹으면 바보?' KBL, '포스트 데이원' 10구단 '묘책' 추진한다…'감동신화' 주역들 거저 인수할 기회

최종수정 2023-06-19 05:20

'이걸 못먹으면 바보?' KBL, '포스트 데이원' 10구단 '묘책' 추…
(서울=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 16일 오전 서울 강남구 KBL센터에서 고양 데이원의 제명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임시총회가 열리고 있다. 2023.6.16
utzza@yna.co.kr

[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남자 프로농구 고양 데이원이 초유의 제명 처분을 받으면서 후속 대책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고 구단' 데이원스포츠는 한 시즌 만에 사라졌지만 애꿎게 피해를 입은 '남은 자'들을 구제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농구연맹(KBL)이 전 데이원 소속이던 선수단을 그대로 승계해 10구단 체제를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최우선 추진키로 했다.

KBL은 지난 16일 이사회 및 총회를 열고 고양 데이원스포츠를 회원사에서 제명했다. 이어 KBL는 후속 대책으로 "데이원 소속 선수 18명을 모두 보호하기로 했다. 우선 부산시와 새로운 인수 기업 물색을 포함한 후속 방안을 적극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마저 무산되면 다음달 중순 이후 데이원 선수 전원을 대상으로 특별 드래프트를 실시하기로 했다.

특별 드래프트는 '헤쳐모여'를 통해 9구단 체제로 가는 마지막 수단을 의미한다. 하지만 KBL은 10구단 체제, '포스트 데이원'을 유지할 수 있는 방안에 '올인'하겠다는 방침이다.


'이걸 못먹으면 바보?' KBL, '포스트 데이원' 10구단 '묘책' 추…
(서울=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 KBL 제명이 결정된 고양 데이원의 주장 김강선이 16일 오전 서울 강남구 KBL센터에서 선수단 면담을 마치고 나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KBL은 이날 열린 임시총회 및 이사회에서 "데이원 구단의 제명을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2023.6.16
utzza@yna.co.kr
18일 스포츠조선 취재를 종합 하면 KBL은 데이원 제명 사태가 일어날 것에 대비해 부산시 고위관계자와 '핫라인'을 마련해 둔 것으로 알려졌다. KBL이 부산시를 우선 협상 대상으로 정한 이유는 전 데이원 측에 연고지 협약서를 써 줄 정도로 적극적이기 때문이다. 2021년 보궐선거로 당선될 때 부산 KT(현 수원 KT)의 '탈 부산' 사태를 겪었던 박형준 부산시장이 농구단을 다시 유치하는데 호의적이다. 게다가 부산시는 '2030 세계박람회' 유치전을 벌이고 있다.

KBL은 비단 부산시가 아니더라도 다른 자치단체나 기업이 더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마다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그만큼 '인수자' 입장에서 최적의 조건을 갖춘 '상품'이 나왔기 때문이다.

데이원이 제명되면서 선수단은 완전 자유의 몸이 됐고, 데이원은 농구단과 관련해 아무런 권한을 행사할 수 없게 됐다. 선수단은 주인 없는 신세가 됐지만 인수자 입장에서는 '호재'다. 그동안 인수 협상에 최대 걸림돌이던 각종 부채 관련 부담이 없어졌다. 구단 인수대금도 없다. 대신 지난 시즌에 '헝그리 4강 신화'로 최고의 화제 구단으로 조명받았던 선수와 감독-코치, 프런트 등 '우수 인력'은 오롯이 남아 있다. '죽어야 산다'고 했던가, 부실 스포츠단 데이원이 완전히 손을 떼고 나서야 홀가분하게 팔려갈 수 있는 길이 열린 형국이다.

한 구단의 관계자는 "그동안 다른 프로 종목에서 구단을 사고 파는 일을 많이 목격했지만 이번 데이원 사례처럼 거저 먹는 것이나 다름없는 경우는 처음 본다. 초기 투자 비용 없이 잘 만들어진 '히트상품'을 그대로 품어서 앞으로 운영만 잘 하면 되는 상황이 됐다"면서 "'부산시가 이 좋은 걸 줘도 못 먹으면 바보'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닌 듯하다"고 말했다.

이같은 KBL의 구상이 성공하려면 필요조건이 있다. 선수단이 '개인플레이' 이탈자 없이 '단일대오'를 유지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KBL은 '선수 보호' 우선 방침을 천명하면서 믿고 따라 줄 것을 당부하는 한편, 데이원 시절 체불급여에 대한 전향적인 해결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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