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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제가 강력하게 요청했어요." 전주 KCC 전창진 감독(60)은 스타 출신 이상민(51)을 코치로 영입한 이유를 설명하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1995년 연세대 졸업 이후 KCC의 전신 현대전자에 입단한 이 코치는 2007년 삼성으로 이적하기 전까지 KCC의 황금시대를 이끌었다. 삼성으로 이적하게 된 것도 당시 FA 서장훈의 보상선수로 선택받았기 때문으로 KCC 팬들에겐 아련한 '오빠'로 남아 있다. 이 때문에 KCC는 이상민의 배번 '11'을 영구 결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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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감독이 이 코치를 강력 추천한 이유는 명확하다. 선수층이 한층 넓어진 만큼 코치진 보강을 통해 역할 분담을 세분화하기 위해서다. 이승현 허 웅 등 기존 특급 자원을 보유한 KCC는 최준용 FA 영입에 이어 송교창의 군 제대 복귀를 앞두고 있다. 전력이 탄탄해진 만큼 센터·포워드 출신 강양택 수석코치, 수비 전문 신명호 코치 등 둘이서 감당하기엔 '일손'이 달리는 상황이 됐다.
게다가 KCC는 오래된 고민, 취약한 가드진을 탈바꿈시켜야 하는 마지막 과제가 남았다. 정통 1번 역할, 게임 리딩을 믿고 맡길 선수 부족으로 애를 태웠던 전 감독으로서는 가드 전문가가 필요했다. 현역 시절 '컴퓨터 가드'로, 한국 농구 역사에서 최고의 가드로 꼽혔던 이상민만한 지도자가 없었다.
전 감독은 "허 웅 이호현 송동훈 등 가드진을 이 코치가 전문적으로 담당해주면 가드 고민을 크게 덜 수 있다"고 했다. 포지션은 포워드지만 슈팅과 코트 리딩 능력까지 갖춘 '멀티 플레이어' 최준용도 이 코치에게 맡겨 볼 생각이라는 게 전 감독의 구상이다.
명색이 감독 출신인데, 코치로 다시 시작한다는 게 쉽지 않았을 것이다. 전 감독은 "프로 무대에서 같은 팀에 있던 적도, 학연-지연도 없지만 농구 선후배로서 꾸준히 소통해 온 사이다. 특히 과거 내가 국가대표팀을 이끌 때 함께했던 인연이 있어 내가 부탁하면 냉정하게 거절하지 못한다"면서 "이 코치도 '감독 출신'이란 타이틀을 떼고 지도자로서 초심으로 돌아가면 동기부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