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영이 이끌고 있는 JYP가 올해 다시 비상하기 위해 신발끈을 고쳐 묶었다. 그 일환으로 평생 꿈이었던 미국 법인까지 정리하는 등 이전과 확실히 달라진 모습이다. 과연 JYP는 SM, YG와 함께 3대 기획사라는 타이틀을 지켜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스포츠조선DB
'박진영은 과연 실패한 것인가?'
박진영이 최대주주로 있는 JYP Ent의 결정을 놓고 증권가 반응이 다채롭다. JYP Ent는 지난달 22일 미국법인 철수를 공식 발표했다. 표면상으로 보면 박진영의 미국 진출 프로젝트가 그 꽃을 피워보기도 전에 막을 내리고 만 것이다. 박진영으로선 자존심을 제대로 구긴 형상인데, 시장 반응은 좀 더 복합적이고, 그래서 더욱 흥미롭다. 미국 진출 6년의 빛과 그림자 속에서 박진영의 '내일'에 대한 엇갈린 전망을 살펴보자. 과연 박진영은 이번에 무모했던 꿈을 접은 것인가, 아니면 더 멀리 뛰기 위해 일보 후퇴를 택한 것인가.
그룹 원더걸스. 사진제공=JYP
경제논리 앞에 무릎 꿇다
2009년 원더걸스를 미국에 데뷔시킨 박진영의 도전 정신과 추진력은 물론 충분히 그 의미를 지닌다. 그러나 경제논리로 접근해본다면 그 빛이 바래게 되는 것.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JYP Ent는 지난 2011년 말 사업 영역을 확대하기 위해 120만달러(당시 환율기준 13억9000만원)를 투자해 미국에 자회사 JYP Creative를 설립했다. 하지만 미국 시장에서 적자가 지속되면서 결국 투자금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JYP Creative의 지난해 순손실액은 17억1800만원. 매출액은 2억2500만원에 불과하다.
그룹 2PM. 사진제공=JYP
JYP Ent가 지난 2011년 8월 100만달러(약 10억8000만원)을 들여 미국에서 설립한 음식업체(JYP Foods) 역시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현재 뉴욕 맨해튼에 한식당 '크리스탈벨리(Kristalbelli)'를 운영 중인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액 16억3200만원을 올렸다. 그러나 당기순손실은 14억6400만원을 기록했다. JYP Ent는 설립 당시 JYP Foods 지분 67.6%를 차지했지만 이를 7.2%포인트 줄여 지난해 말 현재 60.4%를 보유 중이다.
JYP 측은 "사업적인 판단하에 철수 결정을 내린 것"이라며 "현재로선 미국에 법인을 다시 세울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걸그룹 미쓰에이. 스포츠조선DB
합병 전초전, 과감히 메스를 들었다?
이번 결과를 놓고, 업계에선 '박진영의 치기어린 도전은 끝났다', '미국 진출 프로젝트는 백일몽에 불과했다' 등의 평가가 쏟아져나왔다.
그러나 미국 법인 청산은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란 분석도 있다. 대차대조표를 따져볼 때 수익 발생이 어려운 사업은 과감히 접는 게 기본이다. 아무리 최대 주주가 애정을 갖고 시작한 사업이라도 지나친 밀어주기는 모기업 전체를 잡아먹을 수 있다. 따라서 이번 미국 법인 청산은 환부에 과감히 손을 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를 반영하듯 주가는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 한주 곡선을 보면 미국 법인 청산 소식이 전해진 22일 4490원의 종가를 기록한 JYP Ent는 1일 *원으로 장을 마감해 충격에서 벗어났음을 입증했다.
그룹 2AM. 스포츠조선DB
지난해 말 '1조 거부' 이민주 회장이 JYP Ent에 투자를 하면서, 증권계에선 일시적으로 합병에 대한 기대치가 확 올라갔다. JYP Ent가 투자자들을 다시 불러오기 위해선 원더걸스, 2PM, 2AM 등이 소속된 비상장 JYP와 합병을 해야 하나, 그간 여러 대내외적 이유로 살림을 합하지 못했다.
따라서 경제적인 논리에 따른 이번 조직 재정비는 투자자들에게 적극적인 환영을 받고 있다. 'JYP Ent도 드디어 장기적인 로드맵을 그려가면서 적극적인 행보를 그려가는 듯하다'는 기대감을 낳고 있다.
박지민-백예린으로 구성된 15&. 사진제공=JYP
'비즈니스 반, 끼 발산 반'은 이제 그만
자타공인 주체할 수 없는 끼를 지닌 박진영. 비슷한 시기 데뷔한 이들은 일찌감치 현역에서 물러났으나, 박진영은 오히려 지속적으로 활동 영역을 넓혀왔다. 새 앨범을 계속 발표했으며 지난해엔 연기자로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누볐다. 여기에 다양한 콜라보레이션 작업과 미국 식당까지, 타고난 끼와 호기심은 박진영을 '어쩔수 없는' 멀티플레이어로 만들었다.
그러나 이런 박진영을 놓고 부정적인 시선이 분명 존재했다. 투자자들 입장에선 박진영이 개인 활동보다는 회사의 최대주주로서, 또 능력있는 프로듀서로서 타고난 감각을 발휘해주길 바라는 것은 당연한 일.
더욱이 지난해 'K팝스타' 우승자 박지민의 신곡 발표 시기에 박진영이 보여준 행보는 YG엔터테인먼트 양현석 프로듀서와 비교, 거론되곤 했다. 백예린과 듀엣 15&을 이룬 박지민은 당시 JYP Ent의 부족한 라인업을 풍부하게 해줄 비장의 카드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정작 데뷔 앨범은 시장의 반향을 불러일으키는데 실패했다. 같은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인 이하이가 양현석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서 음반차트를 '올킬'한 것과 대조적인 결과다.
드라마 '드림하이' 출연 당시 배용준과 호흡을 맞추는 박진영.
이를 의식한 듯, 박진영은 4월 신곡을 내놓는 박지민의 작업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최근 선언했다. 지난달 26일 자신의 SNS에 "인생의 하프타임, 허탈해지지 않을 삶의 좌표를 찾고자 중동지방으로 떠났을 때 박지민, 백예린 양이 데뷔를 하는 바람에 작업에 참여하질 못했어요"라며 "만회하는 맘으로 열심히 준비했습니다. 4월 7일 드디어 함께한 박지민, 백예린의 15& 컴백! 기대해주세요"라는 글을 게재한 것.
따라서 4월, 그리고 이번 상반기는 박진영과 JYP Ent에 그 어느때보다 중요한 시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의 한 관계자는 "증권가에서 변방으로 물러나다시피한 JYP Ent에겐 어찌보면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며 "프로듀서로서, 또 회사의 실질적인 수장으로서 박진영은 자신의 활동에 집중할 때가 아니다. 지나치게 벌려놓은 사업아이템들은 정리하면서, 돌아선 투자자들을 되찾아오기 위한 확실한 결과를 보여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