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인트 논란 A~Z①] 웰메이드 기대작, 어쩌다 용두사미 됐나

기사입력 2016-02-26 11:18


사진 제공=tvN

[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 시작은 창대했으나 끝은 거의 '막장'으로 치닫고 있다.

원작 웹툰의 인기와 화려한 캐스팅에 힘입어 역대 tvN 월화극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기분 좋게 시작했던 tvN 월화극 '치즈인더트랩'(이하 '치인트')가 논란으로 얼룩졌다. 첫 방송부터 속도감 있는 스토리 전개와 배우들의 열연으로 사랑 받았던 드라마라는 사실이 믿기 않을 정도. '치즈인더트랩'이 아니라 '논란인더트랩'이라는 오명까지 썼다.

논란의 시작은 드라마의 핵심이 되는 유정(박해진)의 분량 축소로 시작됐다. 복잡한 내면을 가진 유정이라는 캐릭터는 '치인트'가 흔하디 흔한 로맨틱 코미디와 차별화되게 만드는 드라마의 핵심이다. 하지만 드라마가 중후반부로 넘어갈수록 유정의 심리가 자세히 그려지기는 커녕 분량이 대폭 축소됐다. 분량이 축소되다 보니 유정의 상처와 생각 등이 제대로 담기지 못했고, 원작 웹툰을 보지 않은 시청자라면 유정의 행동에 공감하기 힘들어졌다.


사진 제공=tvN
단순히 분량의 축소만이 문제가 된 것이 아니다. '로맨스릴러'라는 '치인트'만의 독특하고 개성강한 스토리도 흔하디 흔한 삼각관계 러브스토리로 바뀌었고 이에 따라 다른 캐릭터 역시 변질됐다. 남다른 눈썰미와 예리함을 가진 비범하고 사랑스러웠던 여대생 홍설(김고은)은 두 남자 사이를 왔다갔다하는 '어장관리녀'가 됐고, 겉으로는 껄렁껄렁하고 반항기 넘치지만 누구보다 깊은 속을 가진 백인호(서강준)는 민폐남이 됐다. 작품을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캐릭터를 연구하고 최선을 다해 연기한 김고은과 서강준의 노력이 안타까울 정도다.

이에 대해 시청자들의 반발은 심해졌다. 온라인 상에는 연출자인 이윤정 PD와 제작진에 대한 불만에 대한 글들이 쏟아졌다. 이 가운데, 원작 웹툰의 작가 순끼가 자신의 블로그에 '치인트'에 대한 소문과 드라마에 대한 논란을 언급하며 제작진들으로부터 드라마의 제작 상황을 전달 받지 못했다고 밝혀 논란에 또 다른 불이 붙었다.

순끼는 "제작진이 드라마를 '원작에 충실하게' 제작한다고 밝혔지만 제작진으로부터 연락 한 통 받지 못했기 때문에 드라마가 어떤 내용으로 제작되는지 알 수 없었다"며 "시나리오 공유를 요청하자 '드라마 대본의 철통보안'이라는 이유로 원작자인 제게도 6화 이후로 공유가 되지 않았습니다"고 토로했다. 또한, 드라마의 엔딩에 관련해서 "14화 촬영 직전, 원작과 다른 엔딩을 해달라고 했지만, 엔딩 내용은 물론이고 연출마저 흡사했고, 저는 이 부분에 항의하며 엔딩을 다르게 하라고 재요청했다"고 말했다.


사진 제공=tvN
연이어 유정 역의 박해진이 인터뷰를 통해 직접적으로 이윤정 PD의 편집과 스토리 전개에 대해 안타까움을 드러내 더욱 논란이 가속화 되고 있다. 그는 매체 인터뷰를 통해 적어진 분량보다 유정 캐릭터의 변질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전하며 이런 "이윤정 PD에게 묻고 싶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이에 대해 스포츠조선은 이윤정 PD와 전화 인터뷰를 시도했지만 "매체 인터뷰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거절했다.

다시 말해, 시청자와 원작자, 주연 배우 모두가 제작진에게 불만을 토로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초반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일찍이 포상 휴가 계획까지 세운 드라마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확실한 건 이 드라마는 모두에게 상처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커피프린스' '태릉선수촌' '골든타임' '하트투하트' 등을 연출하며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의 대표 PD로 이름을 날렸던 이윤정 PD에게도, 열심히 캐릭터를 분석하며 준비했지만 언제부턴가 드라마의 조연보다 못한 신세가 돼버린 박해진에게도, 숱한 논란으로 인해 노력과 열연까지 묻혀버린 다른 배우들에게도, 심지어 웰메이드 드라마를 연이어 내놓으며 '드라마의 명가'로 우뚝 선 tvN에게까지도 '치인트'는 상처, 혹은 오명으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치인트'는 종영까지 단 2회를 남겨뒀다. 월,화 오후 11시 방송된다.

smlee0326@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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