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 코리아!' MSI를 제패한 SKT가 남긴 것은?

기사입력 2016-05-15 17:39




15일 중국 상하이 오리엔탈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16 리그 오브 레전드 미드시즌 인비테이셔널'(MSI) 결승전에서 여유롭게 경기를 준비하고 있는 한국의 SKT T1 선수들. 사진제공=라이엇게임즈

경기를 준비중인 SKT T1 '페이커' 이상혁

15일 중국 상하이 오리엔탈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16 리그 오브 레전드 미드시즌 인비테이셔널'(MSI) 결승전 시작에 앞서 한국 SKT T1 선수들이 관중들 앞에 선 모습. 사진제공=라이엇게임즈

15일 중국 상하이 오리엔탈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16 리그 오브 레전드 미드시즌 인비테이셔널'(MSI) 결승전에서 북미 CLG(왼쪽)와 한국 SKT T1이 경기를 펼치고 있다. 사진제공=라이엇게임즈

'2016 리그 오브 레전드 미드시즌 인비테이셔널' 우승컵

'e스포츠, 역시 코리아!'

한국 그리고 글로벌 e스포츠 역사상 또 하나의 이정표가 세워졌다.

한국의 프로게임단 SK텔레콤 T1이 15일 중국 상하이 오리엔탈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16 리그 오브 레전드(LoL) 미드시즌 인비테이셔널'(이하 MSI)에서 북미의 CLG(카운터로직게이밍)를 꺾고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지난해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에서 사상 첫 2번째 우승을 기록했던 SKT는 MSI까지 제패하면서 라이엇게임즈가 개최하고 있는 '리그 오브 레전드' 국제대회에서 모두 정상에 오르는 그랜드슬램의 위업을 달성했다. SKT는 지난 2013년 롤드컵을 시작으로 2014년 단일팀으로 나선 올스타전, 그리고 2015년 또 다시 롤드컵에 이어 이번 MSI까지 매년 LoL e스포츠의 역사를 새롭게 쓰며 'e스포츠 코리아'의 이미지를 확실히 각인시키고 있다. 단 한번의 대회를 제패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SKT의 그랜드슬램은 향후에도 좀처럼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SKT는 6개 지역 스프링 시즌 우승팀간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했기에 오는 10월 미국 4개 도시에서 열리는 롤드컵에서 2연패를 달성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하지만 SKT는 지난 4~8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 6강 풀예선에서 충격의 4연패를 당하며 겨우 4강에 오르는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해를 거듭하면서 한국 선수들과 지도자들을 경쟁적으로 영입하고 있는 다른 지역 경쟁팀들의 실력이 그만큼 상승하고 있다는 얘기다.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

SKT의 출발은 좋지 못했다. 6강 예선에서 SKT는 첫날 가볍게 2승을 선취했지만 2일째와 3일째 중국의 RNG(로열네버기브업), 대만의 플래시 울브즈, CLG에 연달아 4연패를 당했다. 비록 예선이긴 했지만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지난달 세계 최고 리그로 꼽히는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 스프링' 포스트시즌에서 준플레이오프부터 시작해 플레이오프, 결승전까지 힘겹게 치러내며 우승을 차지했던 피로감도 있었지만 상대팀에 대한 방심도 한 몫 했다. 예선은 단판전이기에 이는 승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다시 전세를 가다듬은 SKT는 이후 4~5일째 내리 4연승으로 6승4패, 4위로 4강에 올랐다.

다전제, 그리고 토너먼트전의 최강자인 SKT의 저력은 4강전부터 비로소 발휘됐다. 13일 열린 예선 1위이자 홈팀의 RNG를 상대로 1세트를 내줬지만 이후 2~4세트에서 압도적인 경기력을 선보이며 예상보다 손쉽게 결승 진출을 일궈냈다.


결승전도 거칠 것이 없었다. CLG의 초반 공세를 역으로 활용하며 순식간에 킬수를 3-0까지 벌렸고 여기서의 이득을 바탕으로 승리를 따냈다. 경기 중반 CLG의 강한 역습에 말려 위기를 겪기도 했지만 역시 상대팀의 넥서스를 파괴한 팀은 SKT였다. 공교롭게 2세트에서 양 팀이 선택한 챔피언은 1세트와 똑같았다. CLG는 SKT의 중심축인 '페이커' 이상혁을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이로 인해 많은 데스를 기록하기도 했지만 이상혁은 역시 세계 최고 미드라이너였다. 챔피언 아지르를 기막히게 컨트롤하며 상대 선수들을 계속 제거했고 결국 7킬을 기록하며 승리의 주역이 됐다.

마지막 3세트는 SKT의 우승 자축무대였다. 시종일관 우세한 경기를 한 끝에 MSI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뱅' 배준식이 10킬, 이상혁과 '듀크' 이호성이 각각 6킬을 기록하며 킬 수에서 24-7의 압승이었다.

한편 CLG는 북미팀 가운데 라이엇게임즈 주최의 국제대회에서 처음으로 결승에 오르며 기세를 올렸지만 SKT라는 거대한 벽을 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러나 약팀이라는 예상을 깨고 예선 2위에 이어 4강전에서 플래시 울브즈를 꺾고 결승까지 올라 SKT와 좋은 경기를 펼치며 향후 롤드컵에서 북미팀의 선전을 기대케 했다.

e스포츠 한류의 선봉

SKT를 필두로 국제대회에서 한국팀들의 지속적인 선전은 글로벌 e스포츠 팬들에게 강한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 이는 한국 선수들과 지도자들의 활발한 영입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번 MSI에서도 출전한 6개팀 36명 선수 가운데 SKT의 6명을 포함해 한국 선수는 11명이었다. 예선 1위를 차지했던 RNG에 포진한 조세형, 장형석은 팀에서 핵심 역할을 했고 CLG 역시 '후히' 최재현이 대회 내내 좋은 활약을 펼쳤다.

특히 '페이커' 이상혁의 인기는 중국에서도 역시 최고였다. 5월에 생일을 맞는 이상혁은 늘 이때쯤 열리는 올스타전이나 MSI에 나설 경우 현장 관람객으로부터 생일축하를 받는 것은 이제 '일상'이 됐고 이번 MSI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단순히 한 명의 톱스타를 넘어서 한국을 알리는 대표적인 e스포츠 아이콘이 되고 있는 셈이다. 이상혁 역시 "한류 콘텐츠를 더 알리는데 내가 조금이나마 일조를 하고 있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한국 선수들의 유출은 글로벌적인 전력 평준화와 함께 e스포츠 선수들의 무대가 전세계로 넓혀지고 있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국내 e스포츠팀들의 전력 약화라는 아쉬움도 담겨 있다.

이번 대회에서도 한국팀의 호적수인 중국팀은 물론, 대만이나 북미 등의 경쟁팀들이 SKT에 승리를 따내며 기세를 올렸다. 예전처럼 기죽은 플레이가 아니라 충분히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초반부터 SKT를 거세게 밀어붙이는 플레이도 많았다.

그래도 당분간 SKT와 한국팀은 글로벌에서 최고의 경쟁력을 가질 것으로 기대된다. SKT는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 스프링'에서 정규리그 3위에 그칠 정도로 락스 타이거즈, kt롤스터, 진에어, CJ엔투스 등 강력한 팀들이 즐비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치열한 경쟁을 뚫는다면 SKT처럼 국제무대 평정은 충분히 가능하기 때문이다.
상하이(중국)=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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