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를 논하다①] 中예능, '런닝맨' 5% 보다 '정글' 2%가 큰 이유

기사입력 2016-06-29 14:34


[스포츠조선 김겨울·최보란 기자] 문화산업 비즈니스가 국가 경쟁력을 이끌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거론된 게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그 가운데서도 한류 콘텐츠는 일본, 중국 등 동북아를 넘어 미주, 유럽, 중동과 아프리카까지 세를 확장해가고 있다. 스타와 K팝으로 시작된 한류는 이제 K무비, 드라마, 예능까지 영역을 넓혀가며, 명실공히 글로벌 문화 강국으로서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 스포츠조선에서는 한류 콘텐츠의 중심에서 직접 발로 뛰는 숨은 실력자들을 직접 만나 릴레이 인터뷰를 진행한다. 그 첫번째 주인공은 중국판 '런닝맨'인 '달려라 형제'로 꿈의 시청률을 달성한 김용재 SBS 글로벌 제작 CP를 만났다.


'런닝맨'에 이어 '정글의 법칙'까지 중국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SBS '정글의 법칙'의 정식 중국판인 안휘 위성TV '우리의 법칙'이 지난 11일 첫 방송됐다. 중국에서 '꿈의 시청률'로 여겨지는 5%를 돌파하며 '국민 예능'으로 자리매김한 '달려라 형제'('런닝맨' 중국판)에 이어 SBS 글로벌 제작팀의 야심찬 새 프로젝트였다.

첫 술에 배부르겠냐마는, '우리의 법칙' 첫 회가 보여준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시청률 1%대가 넘으면 성공작으로 평가받는 중국에서 '우리의 법칙'은 첫 회 CSM35(중국 35개 도시 기준) 1.226%를 기록하며 순풍을 예고한 것. 한류 예능 최고의 성공작으로 꼽히는 '달려라 형제'(중국판 '런닝맨')도 시즌1 첫 회가 1.132%(CMS50)를 기록한 바 있다. 그런데 수치상으로 보기에 비슷한 이 두 예능의 시청률이 담고 있는 의미는 조금 다르다.

"흔히 강소위성, 호남위성, 절강위성, 상해 동방위성을 중국 4대 위성이라고 하며 1성이라고 불립니다. 중국 예능은 일반적으로 한 시즌이 12회로 구성되는데, 2억 위안(한화 360억원)의 제작비를 충당 할 수 있는 방송사가 바로 이 4개 정도죠. 아무리 시장이 커도, 53개 위성TV 중 이 4개예요. 근데 안휘는 2성(위성TV 중 6~10위권), 그것도 10위 정도에 해당하는 방송사죠. 이 방송사가 시청률 1% 를 넘은 것은 사상 처음이예요. 게다가 첫 방송이라는 점에서 경이로운 기록이죠."

이것이 '달려라 형제'와 '정글의 법칙'으로 연이어 현지화에 성공을 거둔 김용재 SBS 글로벌 제작 CP가 '우리의 법칙'의 1%에서 '런닝맨'의 1% 보다 더 큰 한류 발전의 가능성을 보는 이유다. 특히 '우리의 법칙'은 첫 방송 당시 1위 절강위성 '도전자연맹'과 2위 호남위성 '쾌락대본영'에 이어 동시간대 3위라는 고무적인 성과를 거뒀다.

지금은 바야흐로 한국 예능의 전성기다. MBC '나는 가수다'와 '아빠 어디가', SBS '런닝맨' 등이 중국에서 큰 인기를 얻으면서 포맷 수출이라는 새로운 문화 산업의 물꼬를 텄다. 이는 중국 현지에서 음악 예능과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붐으로 이어졌다. 한국의 예능이 중국 방송가의 흐름을 바꾼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법칙'은 정글 생존기라는 중국에서는 전에 없던 형식으로 또 한 번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신선한거죠. 단순히 게임만 하는 게 아니라, 출연진들의 진실된 모습을 이끌어 낸다는 게. '런닝맨'이 멤버들이 망가지는 모습을 통해 버라이어티 예능의 진수를 보여줬다면, '정글의 법칙'은 완전히 멤버들의 민낯을 보여주며 정점을 찍었죠. 게임 버라이어티는 어떤 게임을 하느냐에 따라 시청률이 왔다갔다 하는데, '정글의 법칙'은 중심을 잡아주는 스토리가 있어요. 캐릭터만 자리잡으면 1~2위 예능을 금방 따라 잡을 것 같아요. 첫 방송 당시 2위였던 '쾌락대본영'은 워낙 간판 예능이고, 1위 '도전자연맹'은 중국 최고 스타인 판빙빙이 출연하고 제작비도 어마어마하죠. 그런데 '우리의 법칙'이 그것을 따라잡으면? 그야말로 신기록이죠."


김용재 CP는 '우리의 법칙'이 방송되기 전부터, '달려라 형제' 보다 중국에서 성공 가능성이 높은 포맷이라고 예측했다. 정글이라는 낯선 환경 속에서 출연진이 함께 힘을 합해 극복해나가는 과정이 중국의 정서와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중국의 고대 신화집이자 지리서인 '산해경'을 접목해 현지화에 더욱 공을 들였다.

"'런닝맨'과 '정글의 법칙'을 두고 봤을 때 '정글의 법칙'이 중국에서 더 성공할 수 있다고 봤어요. '런닝맨'에서도 중국 놀이를 엮어서 했지만, '정글의 법칙'은 되고 다큐적으로 접근해서 더 자연스럽게 중국인 정서에 와 닿을거라 생각했죠. 특히 중국은 집단주의가 강해서, 함께 헤쳐 나가는 미션이 있는 '정글의 법칙'이 잘 맞을 거라고 봤죠. 멤버들이 뭉쳐서 고민하고 해결하는 과정을 그린다고 해서 제목도 '우리의 법칙'이라고 했어요. 김병만 없이도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배경이 바로 본토화인 거죠. 우리가 늘 하던대로만 하면 중국 시청자들은 돌아서요. 현지 제작진하고 많은 연구를 해서 우리가 몰랐던 것을 찾아내야죠."

'우리의 법칙'은 타이완 가수 겸 배우 우치룽(오기륭), 여가수 왕페이의 전 남편이자 배우인 리야펑(이아붕), 남자 인기가수 샤오선양(소선양), 상하이의 남자 연극배우 쑨이저우(손예주), 전 중국 국가대표 체조선수 싱아오웨이(형오위), 홍콩 전 모델 슝다이린(웅대림)이 출연한다. 전 엑소 멤버 황쯔타오(타오)도 합류해 화제가 됐다. 캐스팅이나 멤버 구성도 궁금하다.

"중국판도 한국 멤버의 기본 구성을 참고해요. 팀을 끌어갈 리더부터 웃기는 사람이나 여성 멤버 등 서로 겹치지 않게 해서 캐릭터 상승효과를 냈죠. 또 스타 파워가 크기 때문에 오기륭과 이아붕처럼 기본적으로 인지도가 있는 친구들도 기용했고요. 사실 '정글의 법칙'은 힘든데다 스케줄이 길기 때문에 캐스팅이 쉽지는 않았어요. 촬영도 한 번 가면 2주 이상은 걸리고요. 처음 갔을 슌는 멤버들이 물고기도 못 잡고 계속 굶고 하니까 힘들어서 '촬영 못하겠다'고 반란을 일으키기도 했어요. 막판에 여자 출연자가 쓰러져서 링거를 맞기도 했고요. 그런 상황들이 중국 시청자들에게는 굉장히 놀라운거죠. 이전까지 그렇게 리얼한 버라이어티가 전혀 없었으니까요."


김 CP의 예상은 그대로 맞아 떨어졌다. '우리의 법칙' 첫 방송 후 시청률 1%를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음을 물론, 현지 시청자들로부터 "기존 리얼 버라이어티와 다르다", "7명의 캐릭터가 겹치지 않고 역할분담이 돼 재미있다", "'산해경'을 활용한 것은 현명한 현지화 전략" 등의 호평을 얻었다. 하지만 김 CP는 만약 '우리의 법칙'이 '달려라 형제' 보다 먼저 방송됐다면 이 같은 호응을 얻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글의 법칙'은 방송사 선정과 대규모 제작비에 따른 광고주 모집 등 준비 과정이 지체돼 1년 정도 지연됐어요. 프로그램 제작이 쉽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안휘 사장이 나서서 해 보겠다고 하더라고요. '정글의 법칙'이 중국에서도 반드시 통한다고 보긴했지만, 작년에 했으면 실패했을 수도 있겠다 싶어요. '런닝맨' 이후로 집단 버라이어티가 강세인데 그럴 때 나왔으면 여러 프로그램 사이에서 묻혔을 수 있죠. 지금 중국 시청자들이 버라이어티 붐에 극도로 피로감을 느끼고 있어요. 신선한게 나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죠. 그런 타이밍에 '우리의 법칙'이 아주 새롭게 받아들여진 거예요. 1년 지연된 덕에 딱 적기를 맞았죠."

중국에서 예능이 성공하기 위한 기본 요건은 4대 위성TV 중에서 편성을 받고, 그 중 가장 좋은 시간대를 꿰차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일요일 오후 6시~8시를 예능 프라임 타임으로 본다. 중국은 금요일 오후 9시~10시. 그리고 토요일, 일요일 순이다. 많은 이들이 '달려라 형제'로 성공을 거둔 제작자가 1성도 아닌 2성으로 갔는지 궁금해 했다.

"앞서 '달려라 형제'로 4~5%라는 높은시청률을 기록했는데, 1성에서 2%를 기록하는 프로그램을 만든들 종전보다 나은 평가를 받을 수가 있겠어요? 2성인 안휘는 1% 넘은 적이 없기 때문에 1.5~2%만 넘어도 '달려라 형제'를 넘어선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거죠. 그런 가능성을 파악하고 새로운 도전을 한거죠. 절강위성은 기존 시청층이 연령대가 높았는데 '달려라 형제'를 통해 초등학생부터 전 연령층이 유입되는 효과가 있었어요. 그러면서 옛날에 호남이 절대적이었는데 '달려라 형제'와 함께 절강이 1위로 올라섰거든요. 이렇게 강력한 프로그램 나오면 순위가 막 바뀌죠. '우리의 법칙'을 통해 2성인 안휘를 1성으로 끌어올려 순위 뒤집기에 도전해 보고 싶어요 "

이는 중국 방송 시장의 생태를 면밀히 파악하지 않고서는 세울 수 없는 전략이다. 김 CP의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우리의 법칙'은 '달려라 형제'보다 훨씬 낮은 시청률로도 중국 방송계에 다시 한 번 파란을 일으킬 수 이다. 그러한 성과들은 곧 중국내 불고 있는 예능 한류의 수명 연장으로 직결될 것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정말 큰 이슈가 될 거예요. '달려라 형제'가 2년반 정도 높은 인기를 이으며 한국 예능의 힘을 보여줬다면, '우리의 법칙'은 또 한 번 흐름을 바꾼다는 데 의미가 있죠. 이렇게 되면 중국에서 한국 제작진의 필요성을 느끼고, 앞으로 수요가 유지 될 수 있는 겁니다. 이런 전략들이 아주 중요한 거죠. 한국 PD들이 계속해서 성공을 거둬 이런 흐름을 이어줬으면 좋겠어요."

또한 이번 '우리의 법칙'에 주목할 만한 부분은 최초로 국내 중소기업 브랜드를 PPL로 도입했다는 점이다. 마케팅비가 부족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광고비를 일절 받지 않고 방송사에서 모든 광고를 진행하는 새로운 광고 시스템이다. 방송 후 방송사와 유통업체가 수익 쉐어를 하는 것. 제일기획에서 한류박람회에서 제안한 이 기획을 포스코대우가 유통을 맡고 SBS와 안휘가 제작하고 진행키로 합의했다.

"'우리의 법칙'이 또 의미가 있는 것은 중소기업 브랜드를 세계화 시키는 작업을 더했다는 점이예요. 단순히 인기 한류 콘텐츠로 끝나는 게 아니라, 국가 경제에 이바지 하자는 거죠. 좋은 브랜드를 갖고 있지만 자본이 부족해 홍보를 못하는 중소기업을 도와주자는 거예요. 일명 '콘텐츠 커머스'라고 하죠. 방송을 통해 중소기업 제품을 브랜드화 시켜서 수출을 증진시키는거죠. 이번이 그 첫 케이스인데, 제작진이 직접 찍은 광고가 '우리의 법칙' 방송 때 중간 광고로 나옵니다. 원래 광고비를 받자면 금액이 상당하죠. '달려라 형제' 같은 경우는 중간 광고와 패키지로 100억 원 정도는 들어요. 타이틀 광고 같은 경우는 1000억 원 이상 하죠. 그만큼 이번 '콘텐츠 커머스'는 파격적인 시도죠. 이것이 한류 콘텐츠가 가야 될 방향이 아닐까요."

문화 한류가 단순히 콘텐츠 수출로만 끝나지 않고 실질적으로 국가 경제에 이익을 가져올 수 있어야한다는게 그의 생각이다. 당연한 듯 보이지만, 현실화 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한국 제작진이 요구한다고 중국에서 쉬이 들어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중국 방송 시장에서 차곡 차곡 쌓아온 신뢰와 영향력이 주효했다.

"제가 '달려라 형제'로 성공하지 못했다면 이런 좋은 기획이 있어도 진행을 시키지 못했겠죠. 방송사에서 '편성 받는 것만으로 다행인줄 알라'는 말이 나올 거예요. 다행히 좋은 성과를 얻었으니, 그 다음 프로그램 할 때는 그걸 발판 삼아 한 발짝 더 나가야죠. 그 전에 한류 콘텐츠라고 해도 실질적으로 한국 경제에 도움이 되는게 많지 않았잖아요. 한류 경제다 콘텐츠 융합이다 말은 많아도 실질적으로 된 게 없어요. 콘서트 한 번 해도 대부분 쇼로 끝나요. 이제 문화 콘텐츠에 얹혀서 가는 전략으로 전 세계로 뻗어 나가야해요. 이번에 중소기업과 연계해서 한류랑 경제를 연결시켜보려고요. 이번 시도가 앞으로 국내 중소기업에 엄청난 힘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성공해서 세계적인 브랜드 한 두개만 생겨도 경제에 미치는 효과는 엄청날 거예요."

단지 예능으로 중국에서 인기를 얻고 수익을 얻는 것을 넘어, 김 CP는 이미 예능 한류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었다. 진정한 한류 전도사란 이런 것이 아닐까.

winter@sportschosun.com, ran@, 사진=뉴미디어팀 이새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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