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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배선영·조지영 기자] 충무로 다작 순위로 따진다면 절대 꿀리지 않는 배우 오달수(48). 14년간 62편의 필모그래피를 가졌으니 말해 무엇할까. 그런데 이상하게도 상복만큼은 유독 운이 따라주지 않는 '요정'이다.
"지금 생각해도 얼떨떨해요. 제가 무슨 영화로 상을 받았죠? 하하. 그해 워낙 많은 영화에 참여해서 그런지 아직도 헷갈려요(웃음). '국제시장'으로 상을 받는데 무슨 정신이었는지 모르겠어요. 다리가 후들거렸죠. 그때 수상 소감도 부축받아서 무대를 내려가야 할 것 같다고 했어요. 그게 진짜 제 진심이었죠. 아직도 그때 생각만 하면 땀부터 나네요. 저도 저지만 본가(부산)의 가족들이 가장 좋아하더라고요. 딸내미도 그렇고, 부모님도 너무 기뻐하셨죠. 사실 전 좋은 아빠, 좋은 아들은 아니었는데 그날, 딱 그날만 괜찮은 아빠, 괜찮은 아들이었던 것 같아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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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정말 재수 좋게 '국제시장' '암살' '베테랑'이 두루 사랑을 받았죠. 제가 수상할 수 있었던 이유도 제가 연기를 잘한 것보다는 그 작품들이 관객에게 사랑을 받았기 때문이죠. 작품의 완성도가 높지 않았다면 당연히 수상이 불가능했다고 봐요. 열심히 하는 배우들을 다들 보셨으니까 그곳에서 제가 감히 목소리를 낼 수 없는 거죠. 전 개인적으로 '주연을 참 잘 받쳐주는, 빛나게 해주는 조연이다'라고 칭찬해 주시는 게 가장 큰 상이지 수상이나 트로피를 갖는다는 거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아요. 설사 상을 받는다고 해도 제가 받은 게 아니라 영화를 만든 모든 배우, 스태프들, 그리고 작품을 사랑해준 관객들이 받는 상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수상 트로피도 벽장에 깊숙이 넣어놨어요. 저는 지금까지 받은 수상 트로피, 홍보대사 위촉장 등 모두 안 보이는 곳에 숨겨놨어요(웃음). 괜히 보고 있으면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부담이 되더라고요. 영화제, 시상식이라는 것 자체가 배우에겐 축제에요. 축제라는 건 365일 즐길 수 없는 거잖아요. 길면 일주일 한껏 축제를 즐기다 빨리 제 자리로 돌아와야죠. 배우 오달수로, 아빠 오달수로, 아들 오달수로 복귀하는 게 제겐 더 중요해요. 그리고 홀가분하게 내일 촬영할 영화를 생각하고 고민하고 싶어요. 그런 이유로 모든 상을 벽장 안에 집어넣은 것 같아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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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달수는 처음 연기의 참맛을 일깨워준 연희단거리패의 연출가 이윤택 선생으로부터 "배우는 자신의 꼬라지(꼬락서니) 대로 연기해야 한다"라는 가르침을 받았다. 26년간 가슴에 새긴 말이며 앞으로도 배우 인생에 모토로 삼을 생각이라고. 수상에 연연하지 않고 인간 오달수답게, 배우 오달수답게 연기할 것이라고 소신을 전했다.
"변신이 가능한 상태에서 새로운 옷을 입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게 어울리지 않는다는 옷임을 알고도 입는 실수를 할 때가 있죠. 그 순간 관객과도 멀어지죠. 제게 가장 잘 어울리는 역할, 연기 스타일을 찾아내고 욕심 없이 받아들이는 것도 배우가 가져야 할 지혜죠. 어떻게 재해석하고 어떻게 연기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단 만사 제쳐놓고 흐름을 망치는 배우가 되면 안될 것 같아요. 그런 지점을 늘 품고 사는 게 말처럼 쉽지 않지만 그래도 끝까지 노력할 거에요."
sypova@sportschosun.com·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영화 '국제시장' '베테랑' 스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