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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가수 겸 배우 서인국이 연기 호평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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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제스처 얘기가 나올 때마다 기분이 너무 좋다. 루이는 온실 속 왕자님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거의 갇혀 살았다. 그래서 조금 정신적 연령과 정서 자체가 어릴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불만감이 항상 있지만 어쩔 수 없었을 것 같고 기억까지 잃게 되니까 자기가 누군지에 대한 궁금증부터 해서 두려웠을 것 같다. 고복실과도 신뢰를 쌓기 전에는 불안하기도 했을 거다. 온 세상이 다 불안했을 것 같다. 그걸 몸으로 표현하고 싶엇다. 손가락을 자꾸 움직이는 설정들은 그런 내재적인 불안감을 표현하고자 하는 설정이었는데 그런 걸 알아주셔서 너무 좋았다.
톤 자체에 대한 얘기를 많이 했다. 아이디어를 냈던 것 '복실아' 이런 느낌보다 '복실'이게 뭔가 더 루이같았다. 대본에는 '복실아'라고 돼있었는데 내가 제안을 했다. 또 김집사(엄효섭)와 얘기를 할 때 원래는 "김집사 뭐야" 이런 식의 대사였다. 나는 조금더 김집사와 톰과 제리 같은 느낌을 내고 싶었다. 그런데 반말을 하면 건방져보이거나 조금 불쾌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존댓말 하면서 하면 더 자유롭게 투닥투닥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 부분들을 수용해주셔서 감사했다.
─ 드라마가 진행될수록 루이도, 서인국의 연기도 같이 성장한 느낌이다.
의도한 부분이 있다. 기억을 잃기 전 루이는 행복하지 않았다.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에 어둡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그래서 루이스러우면서도 내면의 어두움을 표현하려고 노력했고 그 접근이 조금 어렵긴 했다. 그러다 기억을 잃으면서 백지가 됐고 복실을 만나 사람사는 걸 다시 배우기 시작했다. 그래서 2회를 보면 대사가 질문밖에 없다. 그렇게 인생에 대한 재미를 느끼는 거다. 그리고 원래 루이가 갖고 있는 감성과 현재 루이의 감성이 교류하면서 점점 루이가 색을 찾아가는 거다. 기억을 잃기 전 루이는 탁한 노란색이 어울렸다면 기억을 잃고 복실을 만나면서 점점 개나리색으로 색이 진해졌다. 사람이 되어가는, 루이의 성장기에 가까운 느낌이 있다. 자기 주도하에 사기극도 벌이고 복실에게 사랑도 표현하고 이렇게 자기 색을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가 되는 모습을 표현하고자 했다.
─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마지막에 할머니(김영옥)가 빨간 구두를 신고 걸어가는 신이다. 대본 보면서도 눈물이 엄청 났다. 사실 할머니가 돌아가시는 신이 있느냐고 나도 여쭤봤고 그럴 것 같다고 하셔서 역시나 싶었다. 그런데 마지막까지 할머니가 정말 멋있는 사람이라는 걸 끝까지 보여준 것 같아서 아름다웠다. 어떻게 죽음을 이렇게 아름답게 그릴 수 있는지 작가님을 엄청 극찬했다. 몇 분 안에 인생을 다 보여준 것 같다. 너무 멋지고 완벽한 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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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실 드라마 시청률은 시청자의 몫이라고 생각하긴 한다. 그래도 처음 5%대 시청률이 나왔을 때는 당연히 힘도 빠지고 현장 분위기도 걱정됐다. 그런데 너무 기적같은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해서 행복했다. 이런 일은 잘 없다고 하셔서 더 자부심을 갖게 되고 뿌듯하고 기분도 좋았다. 드라마의 겉모습이 아니라 드라마 자체로 판단됐기 때문에 그런 결과가 나오지 않았나 싶다. 또 장르적인 부분이 많이 작용한 것 같다. CG나 뮤직비디오적 요소들이 과하다 싶을 정도로 들어간 설정이지만 그걸 좀더 현실적으로 풀어내려고 많이 노력했다. 이런 합이 시청자분들이 보시기에 부담스럽다기보다 재밌는 세계관을 갖고 있다고 느끼신 것 같다.
─ '쇼핑왕 루이'는 서인국에게 어떤 작품인가.
동화 같은 작품이다. 교훈과 판타지가 있다. 나쁜 일이 벌어지고 나쁜 사람들이 있지만 '쇼핑왕 루이'라는 동화 세계에서 살고 싶게 만드는 힘이 있던 것 같다. 마지막 엔딩도 기억에 많이 남는다. 루이랑 복실이가 결혼하는 신은 상상이었고 옥탑방에서 "사랑해"라고 하며 끝났다. 사실 이 장면도 애드리브이긴 했는데 그 마지막에서 '그래서 그들은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라는 내레이션이 나올 법한 엔딩이었다. 또 '지금 이 순간'을 부르는 신에서도 주변인들의 소중함을 알게 됐다. 작가님 자체가 사람을 함부로 미워하지 않으셔서 그런지 우리 드라마도 굉장히 따뜻하고 인간미있게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 '쇼핑왕 루이'를 통해 '멍뭉미'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어떻게 생각하나.
제작발표회 때 강아지가 되고 싶다고 했었다. SNS에서 강아지들의 귀여운 행동을 보고 반영한 적도 있다. 황금자 여사(황영희) 무릎에 누워서 뒹구는 신이었다. 강아지가 너무 좋으면 얼굴을 부비면서 배를 까는 걸 표현하고 싶었다. 억지스럽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사실 '개 닮은 연예인'이라고 하셨을 때에도 생각을 못했었다. 그런데 시바견이나 에디를 닮았다는 얘기를 많이 해주신다. 썩 나쁜 기분은 아니다. 좋은 의미지 않나. 다행히 양정도('38사기동대')를 하고 루이를 했다. 만약 양정도 없이 루이로 '멍뭉미'라는 말을 들었으면 너무 오글거렸을 것 같다. 남자라면 이불킥 감이다. 그래도 그전에 현실적인 사기꾼 양정도가 있었기 때문에 루이를 하면서 위안을 받았고 제한을 두지 않고 표현할 수 있었다.
silk781220@sportschosun.com, 사진=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