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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배우 강하늘(27)이 "약촌오거리 살인 사건 방송 당시 억울한 최군 사연에 분노했고 그게 '재심'을 선택한 이유가 됐다"고 말했다.
안방극장에서 '라이징 스타'로 활약하던 강하늘. 충무로 역시 이런 재목을 놓칠 리 없다. 2011년 개봉한 이준익 감독의 '평양성'을 통해 출사표를 던진 그는 이후 '너는 펫'(11, 김병곤 감독) '소녀괴담'(14, 오인천 감독) '쎄시봉'(15, 김현석 감독) '순수의 시대'(15, 안상훈 감독) '스물'(15, 이병헌 감독) '동주'(16, 이준익 감독) '좋아해줘'(16, 박현진 감독) 등으로 장르 불문, 캐릭터 불문 연기 변신을 선보였고 올해엔 '재심'으로 관객에게 큰 울림을 선사할 계획이다.
'재심' 촬영을 하던 중 실제 사건의 주인공이었던 최군을 만나게 된 강하늘. 그는 당시를 떠올리며 "실제 최군을 만난 날이 현우가 상상 속에서 택시기사를 살해하는 상상 신을 찍는 장면이었는데 의도치 않게 그 현장을 찾아오셨다. 물론 그분이 진범이 아닌 건 알지만 촬영이 끝날 때까지 못 다가가겠더라. 그분도 현장을 못 보더라. 나도 최대한의 예의로 열심히 찍고 제대로 된 모습으로 만나 이야기를 했다. 최군의 첫인상은 풍채가 크고 순박한 남자였다. 처음 만날 당시 아내와 아이가 함께 왔었는데 방송에서 접한 것과 달리 굉장히 해맑고 순수한 사람이었다"며 "실제 주인공을 만나서도 가능한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이 사건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보는 것도 최군에게 실례가 될 것 같았다. 역할을 연기하는 나는 실제 그분의 아픔을 전부 이해할 수 없다. 또다시 상처를 들춰내는 것 같아 일부러 사건에 대한 이야기는 피했다. 최군이 잘 만들어 달라고 했지만 대답을 회피하기도 했다. 함부로 말하고 싶지 않았다. 사실 내가 연기를 잘하겠다 말하는 것 자체도 맞는 말인가 싶기도 했다. 나는 그분의 10년을 살아보지도 않았고 괜히 시답지 않게 대답할 것 같아 회피했다"고 진심을 털어놨다.
이어 "이 작품으로 대단한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선택한 것은 아니다. '이 사건에 조금 더 관심을 가져주지 않을까?'라는 마음이 컸다. 내가 했던 많은 작품이 메시지를 주고자 선택한 건 아니었다. '동주' 때 이준익 감독이 이런 말을 했다. '영화의 목적을 이야기 하는 게 어떻게 보면 폭력이다'고. 그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거대한 메시지를 주고자 작품을 선택한 것은 아니며 '재심'도 마찬가지다. 다만 '재심'은 개인적인 감정이 많이 들어간 작품인 건 맞다. 방송이 끝난 뒤 굉장히 분노했고 그대로 있을 수 없어 사건을 직접 찾아보기도 할 정도로 내겐 큰 충격이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강하늘은 "영화를 촬영하면서 방송 당시 분노가 많이 삭여졌다. 내가 그분이 된 것은 아니지만 내가 만들어 가면서 어느 정도 심심한 위로는 할 수 있지 않겠냐는 희망을 느꼈다. 적어도 사람들에게 이 사건에 대한 진실을 알릴 기회를 얻는 것 자체가 한편으로 뿌듯하기도 했다. 영화가 최군의 10년을 모두 보상할 수 없지만, 사실 보상도 굉장히 건방진 말이지만, 10년간 힘들었던 세월을 영화로 만들어 평생 간직할 수 있는 작품이 됐고 이렇게나마 사람들에게 알리는 게 좋은 뜻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만족감이라기보다는 최군에게 좋은 뜻으로 다가갔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한편, 2000년 8월 발생한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피살사건을 소재로 한 '재심'은 대한민국을 뒤흔든 살인 사건의 목격자가 살인범으로 뒤바뀌고, 벼랑 끝에 몰린 변호사와 살인 누명을 쓴 채 10년을 감옥에서 보낸 남자가 다시 한번 진실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정우, 강하늘, 김해숙, 이동휘, 이경영, 한재영 등이 가세했고 '또 하나의 약속' '잔혹한 출근'을 연출한 김태윤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16일 개봉한다.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오퍼스픽쳐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