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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④] 강하늘 "나는 약촌오거리 방송 후 울분 토했던 시청자였다"

조지영 기자

기사입력 2017-02-08 11:50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배우 강하늘(27)이 "약촌오거리 살인 사건 방송 당시 억울한 최군 사연에 분노했고 그게 '재심'을 선택한 이유가 됐다"고 말했다.

충격 실화 영화 '재심'(김태윤 감독, 이디오플랜 제작)에서 목격자에서 살인범이 되어 10년을 감옥살이한 청년 현우를 연기한 강하늘. 그는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가진 스포츠조선과 인터뷰에서 영화 속 비하인드 에피소드와 근황을 전했다.

2007년 방송된 KBS2 드라마 '최강! 울엄마'를 통해 데뷔한 강하늘. 그의 시작은 안방극장이었다. KBS1 '산 너머 남촌에는', 2011년 MBC '심야병원', 2012년 SBS '아름다운 그대에게', 2013년 tvN '몬스타', MBC '투윅스', SBS '상속자들'을 거치며 입지를 다졌고 2014년 SBS '엔젤 아이즈', tvN '미생'으로 폭발적인 존재감을 드러냈고 2015년 SBS '펀치', SBS '달의 연인 - 보보경심 려' 등으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안방극장에서 '라이징 스타'로 활약하던 강하늘. 충무로 역시 이런 재목을 놓칠 리 없다. 2011년 개봉한 이준익 감독의 '평양성'을 통해 출사표를 던진 그는 이후 '너는 펫'(11, 김병곤 감독) '소녀괴담'(14, 오인천 감독) '쎄시봉'(15, 김현석 감독) '순수의 시대'(15, 안상훈 감독) '스물'(15, 이병헌 감독) '동주'(16, 이준익 감독) '좋아해줘'(16, 박현진 감독) 등으로 장르 불문, 캐릭터 불문 연기 변신을 선보였고 올해엔 '재심'으로 관객에게 큰 울림을 선사할 계획이다.

'재심'이 모티브한 약촌오거리 살인 사건은 2000년 8월에 익산시 약촌오거리에서 택시기사가 흉기에 여러 차례 찔려 사망한 살인 사건으로, 처음에는 청소년 최모 군이 범인으로 지목돼 1심에서 징역 15년, 2심에서 징역 10년을 받고 형을 받았지만 이후 2003년 6월 진범인 김모 씨가 용의 선상에 오르면서 사건이 다시금 수면 위로 올라왔다. 재수사 당시 김모 씨의 진술이 최군의 진술보다 더 범행 정황에 가까웠지만 검찰은 김모 씨에 대한 수사를 반대했고 우여곡절 끝에 2016년 재심을 진행, 살인 혐의로 기소된 최군이 무죄를 선고받게 된 충격적인 사건이다. 2013년 2015년에 걸쳐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방영 이후 온라인 포털 사이트를 뜨겁게 달구며 실시간 검색 순위 1위를 기록한 약촌오거리 살인 사건. 뜨거운 두 배우 정우와 강하늘을 통해 절절하게 스크린으로 옮겨졌다.

강하늘은 '재심'을 선택하기 전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으로 약촌오거리 살인 사건에 대해 알고 있었다고. 그는 "방송에서 방영됐을 때 울분을 토했던 시청자 중 하나였다. 이 작품이 그 사건을 모티브라고 만들어진 사건이라고 했을 때 시나리오를 읽지 않고서도 이미 출연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됐다. 이건 왠지 흥미로운 영화가 될 것 같았고 내가 해야만 하는 운명 같았다. 실화에 대한 부담감은 전혀 고민하지 않았다. 이야기 자체에 흥미를 느꼈고 그 부분이 이 작품을 선택하게 된 이유가 됐다"고 답했다.

'재심' 촬영을 하던 중 실제 사건의 주인공이었던 최군을 만나게 된 강하늘. 그는 당시를 떠올리며 "실제 최군을 만난 날이 현우가 상상 속에서 택시기사를 살해하는 상상 신을 찍는 장면이었는데 의도치 않게 그 현장을 찾아오셨다. 물론 그분이 진범이 아닌 건 알지만 촬영이 끝날 때까지 못 다가가겠더라. 그분도 현장을 못 보더라. 나도 최대한의 예의로 열심히 찍고 제대로 된 모습으로 만나 이야기를 했다. 최군의 첫인상은 풍채가 크고 순박한 남자였다. 처음 만날 당시 아내와 아이가 함께 왔었는데 방송에서 접한 것과 달리 굉장히 해맑고 순수한 사람이었다"며 "실제 주인공을 만나서도 가능한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이 사건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보는 것도 최군에게 실례가 될 것 같았다. 역할을 연기하는 나는 실제 그분의 아픔을 전부 이해할 수 없다. 또다시 상처를 들춰내는 것 같아 일부러 사건에 대한 이야기는 피했다. 최군이 잘 만들어 달라고 했지만 대답을 회피하기도 했다. 함부로 말하고 싶지 않았다. 사실 내가 연기를 잘하겠다 말하는 것 자체도 맞는 말인가 싶기도 했다. 나는 그분의 10년을 살아보지도 않았고 괜히 시답지 않게 대답할 것 같아 회피했다"고 진심을 털어놨다.

이어 "이 작품으로 대단한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선택한 것은 아니다. '이 사건에 조금 더 관심을 가져주지 않을까?'라는 마음이 컸다. 내가 했던 많은 작품이 메시지를 주고자 선택한 건 아니었다. '동주' 때 이준익 감독이 이런 말을 했다. '영화의 목적을 이야기 하는 게 어떻게 보면 폭력이다'고. 그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거대한 메시지를 주고자 작품을 선택한 것은 아니며 '재심'도 마찬가지다. 다만 '재심'은 개인적인 감정이 많이 들어간 작품인 건 맞다. 방송이 끝난 뒤 굉장히 분노했고 그대로 있을 수 없어 사건을 직접 찾아보기도 할 정도로 내겐 큰 충격이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강하늘은 "영화를 촬영하면서 방송 당시 분노가 많이 삭여졌다. 내가 그분이 된 것은 아니지만 내가 만들어 가면서 어느 정도 심심한 위로는 할 수 있지 않겠냐는 희망을 느꼈다. 적어도 사람들에게 이 사건에 대한 진실을 알릴 기회를 얻는 것 자체가 한편으로 뿌듯하기도 했다. 영화가 최군의 10년을 모두 보상할 수 없지만, 사실 보상도 굉장히 건방진 말이지만, 10년간 힘들었던 세월을 영화로 만들어 평생 간직할 수 있는 작품이 됐고 이렇게나마 사람들에게 알리는 게 좋은 뜻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만족감이라기보다는 최군에게 좋은 뜻으로 다가갔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한편, 2000년 8월 발생한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피살사건을 소재로 한 '재심'은 대한민국을 뒤흔든 살인 사건의 목격자가 살인범으로 뒤바뀌고, 벼랑 끝에 몰린 변호사와 살인 누명을 쓴 채 10년을 감옥에서 보낸 남자가 다시 한번 진실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정우, 강하늘, 김해숙, 이동휘, 이경영, 한재영 등이 가세했고 '또 하나의 약속' '잔혹한 출근'을 연출한 김태윤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16일 개봉한다.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오퍼스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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