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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줌人] 이유리→남궁민→김재욱, 악역으로 인생 바꾼 배우 TOP3

백지은 기자

기사입력 2017-03-13 17:39



[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인생캐릭터.

배우의 필모그래피에서 가장 인상 깊은 캐릭터, 혹은 그 배우의 인생을 바꿀 정도로 임팩트 있는 캐릭터를 지칭하는 말이다. 최근엔 이전보다 조금만 느낌이 강해도 인생 캐릭터라고 남용하기도 하지만, 악역으로 진짜 인생 캐릭터를 만들어낸 대표 배우들이 있다. MBC '왔다, 장보리'의 이유리, SBS '리멤버-아들의 전쟁(이하 리멤버)'의 남궁민, OCN '보이스'의 김재욱이 그 대표주자다.


▶ '국민 악녀' 이유리

이유리는 2001년 '학교4'로 데뷔, '사랑은 이런거야' '명성황후' '러빙유' '부모님 전상서' '노란손수건' '반짝반짝 빛나는' 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며 커리어를 쌓았다. 연기력에 비해 화제성이나 스타성이 뛰어난 편은 아니었던 이유리의 인생을 바꾼 작품은 바로 2014년 '왔다, 장보리'다.

이유리는 부와 권력을 누리기 위해 가족을 버리고 장보리(오연서)의 신분을 빼앗은 것도 모자라 입만 열면 거짓말과 협박을 일삼는 연민정 역을 맡았다. 눈에 핏발이 서고 목이 쉴 정도로 울부짖으며 5대 '국민 악녀'에 등극한 그는 그해 조연 캐릭터임에도 이례적으로 MBC 연기대상 시상식에서 대상을 받아냈다. 이에 시청자들은 이유리를 '주말극 퀸'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그 기대에 부응하듯 이유리는 최근 KBS2 '아버지가 이상해'로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변혜영 역을 맡은 그는 까칠하고 도도한 개인주의자이자 능력있는 골드미스로서 걸크러쉬 면모를 보여준다. 전 남자친구와 화끈한 하룻밤을 보내고도 "우린 이미 끝난 사이"라고 못 박는 쿨한 연애관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처럼 까칠한 도시 여자의 차가운 매력으로 중무장한 듯 하지만 섹시해 보이려다 넘어지는 등 숨길 수 없는 반전 매력을 보여주며 '허당 섹시' 하드캐리로 극을 이끌고 있다. 덕분에 '아버지가 이상해'의 시청률은 매회 상승 곡선을 그리는 중이다.


▶ '악마 중의 악마' 남궁민

남궁민은 2002년 '대박가족'으로 데뷔한 뒤 잘생긴 외모와 탄탄한 기본기를 앞세워 '리틀 배용준'이라는 애칭까지 얻었지만 이상하게 빛을 보지 못해 관계자들의 안타까움을 샀다. 그런 그의 존재감이 폭발한 것은 2015년 '리멤버'을 통해서다.


남궁민은 '리멤버'에서 일호그룹 후계자 남규만 역을 맡았다. 타락한 재벌 2세인 남규만은 선민 사상과 권위 의식이 뿌리 깊게 박혀있는데다 분노조절장애까지 앓고 있어 극의 시한폭탄 같은 역할을 담당했다. 끊임없이 악행을 저지르고도 뻔뻔한 태도로 일관하는 그의 모습은 수많은 시청자의 분노를 유발했다. 특히 남궁민의 연기가 아주 일품이었다. 타고난 금수저이지만 저급하고, 친절하면서도 비열한, 야비하고 이중적인 캐릭터를 창조해냈다. 이제까지의 악역 캐릭터와는 결이 다른 연기는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남규만'이라는 이름이 악역 연기의 기준점이 됐을 정도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악역 전문 배우로 이미지가 굳혀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남궁민은 영리했다. '미녀 공심이'의 안단태로 달달한 로맨틱 코미디 연기를 선보이더니 최근엔 KBS2 수목극 '김과장'을 통해 매주 통쾌한 반전을 선사한다. 능청맞고 저렴하지만 타고난 감각과 능력으로 부패 세력에 맞서는 김성룡 캐릭터를 완벽 소화하며 '코믹 연기의 신(神)'이라는 극찬까지 받아냈다. 남궁민의 매력에 '김과장'은 수목극 1위를 달성하는 쾌거를 거뒀고, 남궁민은 '3연속 흥행 배우'라는 진기록을 세우게 됐다.


▶ '악역 신기원' 김재욱

모델로서 연예계에 발을 들였던 김재욱은 2002년 '네 멋대로 해라'를 시작으로 연기 활동을 펼쳤다. 모델 출신이라는 선입견 때문인지 김재욱이 맡았던 역할을 대부분 잘생기고 몸매 좋은 훈남 캐릭터였다. 영화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에서는 게이 캐릭터로 연기 변신을 시도하기도 했지만, '커피프린스 1호점'을 비롯한 대다수의 작품에서 여심 녹이는 달달한 훈남 이미지를 선보였다. 그러다 보니 그의 이미지는 10년이 다 되도록 '커프 마성남'에 머물러 있었다.

하지만 올해 '보이스'를 통해 포텐이 터졌다. 사이코패스 모태구 역을 맡아 소름돋는 연기력을 선보인 것이다. 이제까지 수많은 사이코패스가 드라마에 등장했지만 김재욱의 모태구는 급이 달랐다. 잔혹 살인을 통해 원초적인 희열과 쾌락을 느끼는 역대급 괴물이었다. 자신의 범죄 행각을 자랑하고 싶어하고, 살인이 재밌는 놀이라도 되는 것처럼 천진하게 기뻐하는 김재욱의 모습에 시청자는 경악했다. 재벌 2세로서 다져진 품격있는 행동 방식과 고급스러운 외모를 갖췄지만 그 근본 자체가 악에 물든 캐릭터를 김재욱은 소름끼치도록 리얼하게 그려냈다. 이에 '섹시한 쓰레기'라는 별명이 생겨났을 정도다.


한 관계자는 "악역 캐릭터는 모든 사건 사고의 발원지이고, 극적 긴장감을 유발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주목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시청자는 주인공의 해피엔딩을 기대하고 드라마를 시청하기 때문에 악역이 강할수록 주인공도 영향을 받고 주목을 받는다. 빛과 그림자처럼 상대 작용을 하는 관계"라며 "그래서 최근엔 어설픈 서브 캐릭터보다는 임팩트 있는 악역 캐릭터를 선호하는 경향도 보인다. 어쨌든 모든 악역이라고 다 사랑받는 건 아니다. 배우의 연기 내공이 그만큼 갖춰져 있을 때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막장 드라마 속 악역보다 시국을 빗대거나 현 사회의 문제점을 반영한 현실적 작품 속 악역이 더 큰 파급력을 갖고 있는 건 그만큼 시청자들이 감정 이입을 한다는 얘기다. 현실에서 처리할 수 없는 절대적인 악을 쓸어내는 주인공의 모습에 대리만족을 느끼고 그렇기 때문에 악역을 캐스팅할 때는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는 편이다. 주인공을 캐스팅 할 때는 인지도와 스타성, 호감도와 같은 부분에 신경을 많이 쓴다면 악역은 배우가 가진 페이소스와 스펙트럼, 유연성 등을 많이 보게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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