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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영웅 기자] 얼어 붙었던 땅이 녹고 따사로운 햇살이 비추는 3월이 다가오면 음원차트에 '벚꽃엔딩'이 등장한다. 그것은 어느새 봄이 성큼 다가왔음을 의미한다. 이보다 정확한 일기예보는 없다.
커플들 위주인 봄노래의 시선을 뒤엎은 반전의 노래도 있다. 피에스타 차오루, 여자친구 예린, 래퍼 키썸은 외로운 솔로 여성들의 마음을 대변할 가사로 구성된 '왜 또 봄이야'를 발표한다. 이는 외로운 솔로남녀들을 위한 노래로, 역발상으로 히트를 기록한 십셉치의 '봄이 좋냐'와 마찬가지로 커플 저주송을 겨냥한 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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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시즌송이 쏟아진 것도 모두 이 한 곡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봄의 시작을 닮은 '계절 맞춤형' 앨범 한 장으로 예상치 못한 신드롬의 주인공이 된 버스커버스커는 벌써 6년째 스테디셀러다. 그동안의 음원 수익이 수십억대인 것이 알려지면서 우스갯소리로 '벚꽃연금'이라는 말도 생겨났다. 봄은 곧 '벚꽃엔딩'이고 아직 적수가 없다. 음악제작자들은 이 엄청난 신드롬을 직접 경험했기에 유독 많은 봄노래를 쏟아냈다.
가요의 소비 주기는 워낙 빠르다. 이런 상황에서 계절송을 만드는 것은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이미 대형기획사와 방송사가 주류가 된 마당에 눈 앞의 성공 보다는 긴 호흡으로 내다보는 게 중요하다는 인식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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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봄이 되면 가끔 생각나기만 하더라도 성공이다. 당장은 '벚꽃엔딩'을 대신할 봄노래가 나오긴 쉽지 않을 것이다. 역으로 보면 '벚꽃엔딩'을 대신할 봄 노래는 스테디셀러가 될 것이란 얘기다. 세월이 지나도 흔들리지 않을 정서와 추억이 담기지 않는다면 스테디셀러는 불가능한 일이다. 최근 몇 년 사이 '봄캐럴'이란 하나의 분야가 추가된 것처럼 보이지만 분명 새로운 발견도 아니고, 개척의 영역도 아니다. 계절이 바뀔 때면 늘 존재해 왔던 노래들이다. 하지만 가요계에서 시즌송이 본격적으로 소비되기 시작한 것은 분명하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그동안 계절에 맞는 음악은 꾸준히 발매됐지만 히트에 의존하는 상황은 씁쓸하다. '하나만 걸려라'는 식의 생각도 문제다. 올해도 너도나도 시즌송에 달려드는 모양새라 그 점은 안타깝다"고 전했다.
hero16@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