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SC초점] 벚꽃이 필 무렵, 또 봄노래 공습..꼼수냐 기회냐

박영웅 기자

기사입력 2017-03-14 09:54


버스커버스커

[스포츠조선 박영웅 기자] 얼어 붙었던 땅이 녹고 따사로운 햇살이 비추는 3월이 다가오면 음원차트에 '벚꽃엔딩'이 등장한다. 그것은 어느새 봄이 성큼 다가왔음을 의미한다. 이보다 정확한 일기예보는 없다.

봄이 다가오면서 어김없이 '벚꽃엔딩' 등의 시즌송이 역주행하고 신곡들의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2012년 발표된 버스커버스커의 '벚꽃엔딩'의 차트 공습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벌써 6년째다. 별다른 활동 없이도 날씨가 바뀌면서 차트 상위권으로 치솟고 있다. 아이유의 '봄 사랑 벚꽃 말고', 비투비의 '봄날의 기억'도 역주행 중이다.

한동안 드라마 '태양의 후예' '도깨비' 등 O.S.T와 싸웠던 가요계는 이제 봄노래와 경쟁하게 될 처지에 놓였다. 올해도 스테디셀러를 노리는 봄 시즌송은 여전하다. 아예 매년 봄에 노래를 발표하겠다고 공표한 에릭남은 아이오아이 출신 소미와 손을 잡았다. 둘이 부른 '유후'는 풋풋한 연애의 시작을 담은 곡으로 순식간에 주변 풍경을 바꿔놓는 봄처럼 나의 모든 것을 바꾸는 연애 초기 마법에 걸린 듯한 남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커플들 위주인 봄노래의 시선을 뒤엎은 반전의 노래도 있다. 피에스타 차오루, 여자친구 예린, 래퍼 키썸은 외로운 솔로 여성들의 마음을 대변할 가사로 구성된 '왜 또 봄이야'를 발표한다. 이는 외로운 솔로남녀들을 위한 노래로, 역발상으로 히트를 기록한 십셉치의 '봄이 좋냐'와 마찬가지로 커플 저주송을 겨냥한 노래다.


예린, 차오루, 키썸
거리에 봄노래가 울려퍼질 때 비로소 계절이 바뀌었음을 체감한다. 계절감을 제대로 터득한 노래 만큼 더한 공감은 없다. 시즌 송은 추억을 함께 소환하기 때문이다. 그때 그 노래와 계절의 기억이 맞물렸을 때 추억의 힘은 몇 배로 상승한다. 잃어버린 감성을 찾아줄 제철음악이다. 계절감을 머금은 단어 하나하나가 멜로디와 만났을 때 감정은 되살아난다. 계절의 색이 바뀔 때 느끼는 감정의 변화, 곧 히트곡이 되는 순간이다.

그동안 가요계에 시즌송은 많았지만 '벚꽃엔딩'처럼 매년 차트 상위권에 오를 정도로 위력을 가진 노래는 흔치 않다. 신곡을 히트시키기 위해 각종 트렌드와 마케팅 기법을 총동원하는 기획사, 색다른 콘셉트를 두고 늘 고심해야 하는 아이돌 그룹에게 버스커버스커는 질투의 대상이다.

봄 시즌송이 쏟아진 것도 모두 이 한 곡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봄의 시작을 닮은 '계절 맞춤형' 앨범 한 장으로 예상치 못한 신드롬의 주인공이 된 버스커버스커는 벌써 6년째 스테디셀러다. 그동안의 음원 수익이 수십억대인 것이 알려지면서 우스갯소리로 '벚꽃연금'이라는 말도 생겨났다. 봄은 곧 '벚꽃엔딩'이고 아직 적수가 없다. 음악제작자들은 이 엄청난 신드롬을 직접 경험했기에 유독 많은 봄노래를 쏟아냈다.

가요의 소비 주기는 워낙 빠르다. 이런 상황에서 계절송을 만드는 것은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이미 대형기획사와 방송사가 주류가 된 마당에 눈 앞의 성공 보다는 긴 호흡으로 내다보는 게 중요하다는 인식에서다.


에릭남과 소미

매년 봄이 되면 가끔 생각나기만 하더라도 성공이다. 당장은 '벚꽃엔딩'을 대신할 봄노래가 나오긴 쉽지 않을 것이다. 역으로 보면 '벚꽃엔딩'을 대신할 봄 노래는 스테디셀러가 될 것이란 얘기다. 세월이 지나도 흔들리지 않을 정서와 추억이 담기지 않는다면 스테디셀러는 불가능한 일이다. 최근 몇 년 사이 '봄캐럴'이란 하나의 분야가 추가된 것처럼 보이지만 분명 새로운 발견도 아니고, 개척의 영역도 아니다. 계절이 바뀔 때면 늘 존재해 왔던 노래들이다. 하지만 가요계에서 시즌송이 본격적으로 소비되기 시작한 것은 분명하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그동안 계절에 맞는 음악은 꾸준히 발매됐지만 히트에 의존하는 상황은 씁쓸하다. '하나만 걸려라'는 식의 생각도 문제다. 올해도 너도나도 시즌송에 달려드는 모양새라 그 점은 안타깝다"고 전했다.

hero16@sportschosun.com

현장정보 끝판왕 '마감직전 토토', 웹 서비스 확대출시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