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제2의 '대장금'은 없었다.
배우 이영애의 대표작은 누가 뭐라고 해도 MBC '대장금'일 것이다. 당시 이영애는 탁월한 의술과 천부적인 감각, 곧은 성품을 지닌 장금이 역을 맡아 열연했고, 작품은 신드롬급 인기를 구가했다. 국내에서는 50%에 달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국민 드라마'로 위용을 떨쳤고 중국어권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관심을 받으며 사극 한류를 선도했다.
그런 이영애가 SBS 수목극 '사임당, 빛의 일기(이하 사임당)'로 13년 만에 브라운관에 복귀했을 때 초미의 관심이 쏠렸다. 그가 자신의 인생작을 갱신할 수 있을지, 한 가정의 아내이자 엄마가 된 이후 보여줄 연기는 얼마나 성숙했을지 기대와 관심이 동시에 쏠렸다. 이영애 또한 그러한 시청자의 기대에 부응하고자 칼을 갈았다. 과거의 사임당과 현재의 서지윤 역을 맡아 처음으로 1인 2역 연기에 도전했고 워킹맘이자 예술가인 사임당의 새로운 모습을 꺼내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조신하고 단아한 모습 뿐 아니라 불같은 열정적 에너지를 가진 사임당의 이미지를 보여주자고 생각했다. 여기에 사랑을 가미한다면 멜로를 통해 여성스러운 사임당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매회 현장에서 함께 고민하며 새로운 사임당을 만들어봤다. 강한 면모를 보여줄 수 있어 '대장금'과 겹칠 수도 있다. 하지만 미혼 때 표현했던 '대장금'과 결혼 후 표현하는 '사임당'은 또 다를 것이다. 연기 폭이 넓어졌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방송 2회 만에 자신감은 철저히 무너졌다. 1,2회 연속방송 이후 하락세를 보이더니 '김과장'과 '추리의 여왕'에게 연달아 왕좌를 내줬다. 심지어는 1회차 축소 굴욕까지 맛봤다. 연기에 대한 평도 그리 좋은 것만은 아니다. 일단 현대극 연기는 '어색하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현대 사회 워킹맘의 고충을 보여주기엔 시댁의 갑질이나 그에 순응하는 서지윤의 모습이 어울리지 않았고, 이영애의 연기 자체도 딱딱해 몰입이 되지 않는다는 의견이다. 장점이었던 사극 연기는 그나마 '역시 이영애'라는 호평을 받기도 했지만, 14년 전 선보인 '대장금'에서의 연기톤과 전혀 차이가 없다는 혹평도 나왔다. 이겸(송승헌)과의 로맨스는 애절했으나 사임당이 어진화가가 된다거나 유민들의 규합해 고려지 경합에 나선다거나 하는 말도 안되는 전개가 몰입을 해친 것도 악재였다.
그래도 아시아권에서의 파워는 여전하다는 것을 보여주는데는 성공했다. '사임당, 빛의 일기'는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지역 방송사 oh!K, Pay-TV 채널과 홍콩 채널 TVB에서 꾸준히 상위권을 기록했고 중국어권에서의 뜨거운 반응도 이끌어냈다. '대장금'으로 사극 한류를 불러 일으켰던 이영애의 저력은 아직도 그대로라는 것을 입증한 셈이다.
'사임당'은 지난 4일 종영했다. 후속으로 지창욱 남지현 주연의 '수상한 파트너'가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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