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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아이해' 김영철이 변한수가 아닌 이윤석으로 새 인생을 시작했다. 이유리는 마지막 회에서도 독보적인 존재감을 뽐내며 드라마의 처음부터 끝까지 하드캐리를 완성했다.
27일 KBS2 가족드라마 '아버지가이상해(아이해)'는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이윤석(김영철)의 재심 청구는 받아들여졌고, 이윤석-나영실(김해숙)은 자식들이 열어준 황혼 결혼식을 만끽하는 한편, 부모를 은퇴하고 배우자를 위한 새로운 인생을 약속했다. 차정환(류수영)-변혜영(이유리)부터 안중희(이준)-변미영(정소민), 변라영(류화영)-박철수(안효섭) 등 극중 모든 부부와 커플들은 행복한 결말을 맞이했다.
하지만 극중 비중에서 이윤석을 능가하는 역할이 있으니, 바로 변혜영이다. 단언컨대 변혜영은 이 드라마에서 가장 입체적인 캐릭터다. 변혜영은 극중 이성적인 변호사, 러블리한 연인, 비혼주의 여성, 오빠를 대신한 집안의 기둥, 시어머니과의 고부 갈등, 자신감 넘치는 능동적 인물상, 무뚝뚝한 동생들보다 부모에겐 오히려 더 막내딸 같은 애교 등 다양한 역할이 복잡하게 뒤엉켜있다.
이 같은 성격들은 서로에게 조금씩 걸쳐있지만, 미묘하게 다르다. 배우 이유리가 조금만 중심을 잃었다면, 변혜영은 자칫 이성적이지만 이기적인, 혹은 지나치게 비정하거나 건방진, 아니면 흔하디 흔한 로맨스물의 자부심 강한 여주인공으로 변질됐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유리는 이 모든 특성들을 절묘하게 녹여내는 과업을 달성해냈다. 이에 따라 변혜영은 냉정하면서도 따뜻한 가슴을 지닌, 연인에겐 다정하고 귀엽지만 섣부른 결혼을 원하지 않는, 자신의 권리를 거침없이 요구하면서도 의무도 게을리하지 않는 독보적인 캐릭터로 완성됐다. 이유리로선 '왔다장보리'의 연민정 못지 않은 또 하나의 인생연기였다.
마지막 회에서도 변혜영의 하드캐리는 빛났다. 변혜영은 극중 말미 재판을 체념한 아버지 이윤석을 설득하며 마침내 재심 청구를 이뤄냈다. 이 과정에서 결혼 계약 의무 수행에 무심했던 것을 깨닫곤 혹시 차정환과의 결혼이 중단될까봐 불안해했다.
하지만 변혜영은 "난 결혼에 적합한 여자가 아니고, 누구의 아내보다 나 자신으로 살길 원한다"면서도 "난 남자가 아닌 '차정환'과 결혼한 거였다. 덕분에 쓰러지지 않고 버틸 수 있었다. 결혼해줄래?"라며 오히려 먼저 결혼 반지를 내밀며 청혼했다. 차정환 역시 "결혼인턴제를 결혼각본신제로 전환하자. 긴장감을 놓지지 말자"고 화답했다.
재심 소식을 전하면서는 격한 감동으로 눈물을 쏟으면서도 "아무도 울지 마! 아직 사진 안 찍었잖아!"라며 모두를 웃겼다. 아버지와 기념사진을 찍을 때는 변라영과 몸싸움을 벌이며 깨알 같은 자매-부녀 케미를 선보였다.
또 에필로그에서는 재심 의뢰인이 "TV 나온 그 변호사 맞냐"며 건방지게 굴자 "의뢰인님, 변호를 받고 싶으면 일단 자세부터 바로 하셔야될 거 같은데요"라며 강렬한 카리스마를 발산해 기를 죽였다. 기싸움을 압도한 뒤엔 환하게 웃으며 "상담 준비가 되신 것 같다. 재심 때문에 오셨다니 잘 찾아오셨다. 제가 바로 재심 전문 국선변호사 이혜영"이라며 상큼한 매력을 발산했다.
방송 말미 아버지의 잔소리가 길어지자 손바람을 부는가 하면 "아빠 이거(손하트) 놓고 갔어!", "이거 가져갔어야했는데!"라며 특유의 애교까지 놓치지 않았다.
지난 약 7개월간 전국민을 웃고 울렸던 국민드라마 '아이해'는 이렇게 꽉 막힌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됐다. 이제 매 주말 8시의 허전함을 어떻게 견뎌야할까. 특히 변혜영에 대한 그리움을 이겨내려면, 조금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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